"소맥 마시던 시대는 갔다"···달라진 MZ들의 'K-술문화'

입력 2026.09.14. 17:45 박찬 기자
이마트·롯데마트, 주류 선물세트 인기
와인·위스키 등 명절선물 '프리미엄화'
국내 주류 출고량 10년 새 21.2% 감소
수입 주류는 오히려 10년 새 34.8%↑
"건강·취향 중요한 MZ, '선택적 음주'"
이마트의 올해 추석 주류 선물세트 매대 모습. 이마트 제공

국내 음주량이 갈수록 줄고 있지만, 주류 소비 시장에서는 오히려 고가 와인과 위스키 등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일상에서는 건강과 자기관리를 이유로 술을 줄이는 반면, 명절이나 특별한 자리에서는 자신이 선호하는 술을 골라 즐기거나 선물하는 이른바 ‘선택적 음주’가 확산하면서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취향과 경험에 돈을 집중 지출’하는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국내 주류 시장에도 이같은 공식이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올해 추석 주류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은 지난해보다 39% 증가했다. 지난달 6일부터 이달 7일까지 집계한 와인 선물세트와 양주 선물세트 매출은 각각 39.6%, 38.6% 늘었다.

앞서 올해 설에도 이마트의 양주·와인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설 시즌보다 14.4% 증가했다. 명절을 앞두고 주류 선물세트를 찾는 소비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롯데마트에서도 프리미엄 주류가 강세를 보였다. 지난달 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와인·양주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추석 사전예약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조니워커 블루, 로얄살루트 21년, 발렌타인 21년 등 선물용으로 인지도가 높은 스테디셀러 양주를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

고가 제품을 찾는 수요도 뚜렷하다. 이마트는 이번 추석을 맞아 로버트 파커 평가에서 100점을 받은 ‘샤또 마고 2018’을 129만8천원에, ‘까테나 자파타 아드리아나 리버 말벡 2021’을 29만9천원에 선보였다. 330만원에 가까운 프리미엄 와인 컬렉션도 한정 수량으로 판매한다.

롯데마트에서도 샴페인 ‘자크 셀로스 셉상스’와 ‘자크셀로스 VO’는 각각 199만원, 149만원에 선보인다. 보르도 1등급 와인인 ‘샤또 무똥 로쉴드 2016’은 179만원, ‘샤또 마고 2016’은 159만원에 한정 수량으로 마련됐다.

이처럼 특별한 날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고급 주류를 선택하고, 이를 선물로도 활용하는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명절 주류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국내 전체 주류 시장의 외형은 축소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에서 최지영 보틀벙커 MD(상품기획자)가 주류 선물세트를 홍보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98만8천㎘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27년 만에 300만㎘ 아래로 떨어졌다. 2015년 380만4천㎘였던 국내 주류 출고량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21.2% 감소한 수준이다. 맥주 출고량은 151만9천㎘로 전년보다 7.2% 줄었고, 희석식 소주는 79만3천㎘로 80만㎘ 선을 밑돌며 3년 연속 감소했다. 탁주 역시 2020년 이후 5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국내 생산 주류가 장기간 감소하는 것과 달리 수입 주류는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주류 출고량 가운데 수입분은 2015년 27만㎘에서 2024년 36만4천㎘로 약 34.8% 늘었다. 전체적으로 술 소비가 위축되는 가운데서도 해외 와인과 위스키 등 다양한 주종을 찾는 소비층이 확대되면서 오히려 주류시장의 다변화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많이 마시는 것’보다 ‘원하는 술을 경험하는 것’에 무게를 두는 소비가 늘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도 전통주와 증류주, 이색 주류 등이 새로운 소비층을 끌어들이면서 주류 시장 세분화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GS25의 주류 스마트오더 플랫폼 와인25플러스에서는 지난해 1~11월 전통주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4배 증가했고, 중소 양조장 전통주 매출은 5.4배 늘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올해 1월부터 8월 12일까지 전통주 매출이 전년보다 55% 증가했고 2021년과 비교하면 7배 늘었다. 이 기간 전통주 매출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36%로 5년 전보다 8%포인트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평소 술을 줄이면서도 특별한 순간에는 더 좋은 품질의 술을 찾는 소비 행태가 확산하면서 명절 주류 선물 시장은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많이 마시고 빨리 취하는 ‘K-술문화’가 이제는 본인이 좋아하는 술을 먹고 분위기를 즐기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며 “위스키나 와인은 가격대가 소주·맥주에 비해 높지만 마시고 남은 술을 보관했다가 다음에 다시 마실 수도 있다. 위스키는 다른 음료와 섞어 하이볼로 즐기는 등 활용도가 높은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박찬기자 juve5836@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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