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학업에만 집중하는 환경 조성"

고물가와 고금리의 파고가 깊어지는 가운데 광주지역 대학들이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파격적인 식비 지원 복지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송원대학교의 2천원의 점심이다.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대학이 학생들의 정주 여건과 일상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면서 대학가에 실질적인 복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점심시간, 송원대 학생식당 ‘송담’의 문이 열리자마자 배식대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메뉴는 두툼한 수제 완자와 칼칼한 김칫국, 정갈한 밑반찬들로 구성됐다. 학생들이 키오스크에서 결제하는 금액은 단돈 2천원. 편의점 삼각김밥 두 개 가격도 안 되는 비용으로 갓 조리된 따뜻한 점심이 식판에 담겼다. 식당 한쪽 셀프 코너에서는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송원대가 내세운 ‘특식 프로그램’ 중 하나인 달걀후라이 무제한 코너다.
현장에서 만난 이경환(재활보건학과 4년) 학생은 “요즘 학교 밖에서 점심 한 끼 해결하려면 기본 1만원이 훌쩍 넘어 부담이 컸는데, 학교에서 커피 한 잔보다 저렴한 가격에 든든한 점심을 먹을 수 있어 식비 걱정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지난해 3천원일 때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2천원에 나올 수 없는 퀄리티다. 예전에 6천원 할 때는 이용을 잘 안 했지만 지금은 맛도 좋아져 학생들이 훨씬 많이 찾는다”며 “점심값이 저렴해진 덕분에 친구랑 커피도 한 잔 더 마실 수 있고 저녁도 풍성하게 먹을 수 있게 됐다”고 웃어 보였다.
이러한 복지는 고경주 송원대 이사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고 이사장은 2024년 취임 직후부터 학생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공을 들여왔다. 1만 원 상당의 식단을 학생 2천원, 교직원 3천원으로 낮춘 데 이어 ‘킹크랩 데이’, ‘쌀국수 데이’ 등 파격적인 특식을 더해 학생들의 가심비를 제대로 공략했다.
송원대의 이번 정책은 광주 지역 대학가 전반에 불고 있는 ‘학생 복지 강화’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지역 주요 대학들은 이미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필두로 사활을 건 복지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가장 먼저 앞장선 곳은 전남대학교다. 전남대는 2015년 ‘건강밥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10년 넘게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총 5만 8천500명이 이용했을 정도로 호응이 뜨겁다. 특히 전남대는 시험 기간마다 발전기금을 활용한 ‘이천원의 저녁밥’ 이벤트를 열어 밤샘 공부에 지친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광주대학교 역시 지난해 2학기부터 사업에 동참했다. 올해부터는 교내 카페와 연계해 든든한 주먹밥과 음료 세트를 1천원에 제공하며 학생들의 아침을 깨우고 있다. 조선대학교와 호남대학교 또한 2023년부터 각각 도시락 형태의 지원과 편의점 연계 방식 등을 통해 ‘천원의 아침’ 문화를 안착시켰다.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는 2025년부터 연중 상시 운영 체제로 전환했고, 광주여자대학교는 ‘천원의 아침’ 뿐만 아니라 점심도 3천900원에 뷔페식 점심으로 제공하며 차별화된 복지를 선보이고 있다.
지역 대학들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끌어와 ‘천원의 아침밥’을 운영하는 가운데, 송원대가 내놓은 ‘2천원 점심’ 카드는 대학 복지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송원대는 올해부터 아침 식사 역시 1천원에 제공하는 사업을 확대 시행하며 학생들의 하루를 온전히 책임질 계획이다.
고 이사장은 “고물가 시대에 학생과 학부모가 먹는 문제만큼은 걱정 없이 학업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캠퍼스를 만들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장학 사업과 복지 정책을 통해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물가라는 파고 속에서 광주지역 대학들이 내놓은 ‘따뜻한 한 끼’ 경쟁이 단순한 식사 제공을 넘어 학생들에게는 든든한 응원이, 지역 사회에는 미래 인재를 키워내는 따뜻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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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민들, 술잔 내려놓고 ‘덤벨’ 들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술은 줄이고, 운동은 늘리고’코로나 시기 이후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이나 ‘갓생(부지런한 삶)’처럼 건강과 자기관리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광주 지역 생활 지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음식주점 수와 폭음률은 감소한 반면, 운동시설은 증가하는 등 ‘건강을 중시하는 삶‘의 방식이 점차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16일 국가데이터포털과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광주 지역 내 음식주점 수는 지난 2021년 2만1천744개에서 2024년 2만884개로 줄었다. 3년 만에 860곳이 폐업하거나 업종을 전환한 셈이다.같은 기간 전국 음식주점 수 역시 80만648곳에서 78만8천862곳으로 줄어 전반적인 감소세를 보였다.음식주점이 줄어드는 사이 운동시설은 늘어났다.광주 지역 내 운동시설 건물 수는 2021년 133동에서 2024년 162동으로 21.80% 증가했다.연도별로 보면 2019년 117동, 2020년 127동, 2021년 133동, 2022년 151동, 2023년 164동으로 꾸준히 확대됐다.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코로나19가 바꾼 ‘건강’, ‘자기관리’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부 모임이 차단되자, 시민들이 소모적 유흥 대신 스스로를 가꾸는 ‘자기 관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특히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당일 운동 성공을 인증하는 ‘오운완’과 체형을 기록하는 ‘바디프로필’ 열풍이 불었으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갓생’문화 등이 이어졌다. 이에 헬스장이나 필라테스·요가, 배드민턴장·탁구장 등 생활체육시설 전반에 걸친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나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박모(31)씨는 “코로나 시기에 입사해 회식 문화가 없었다”면서 “직장 때문에 거처를 옮기며 혼자서 할 수 있는 운동에 집중하게 됐고, 요즘은 러닝을 즐기고 있다. 운동한 게 아깝다는 생각에 술은 점차 멀리하게 됐다”고 말했다.이를 방증하듯 광주 지역민의 폭음률 또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시·도별 월간폭음률 추이’에 따르면, 2023년 37.9%까지 치솟았던 광주 지역 월간 폭음률(중앙값)은 2024년 34.7%, 2025년 30.2%로 2년 연속 하락세다.이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31.5%)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일상 회복 이후에도 시민들이 술자리를 갖는 대신 건강 관리나 성취감을 얻는 일을 선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전문가들은 팬데믹 당시 대면 모임과 단체활동이 줄면서 음주 기회 자체가 감소한 동시에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 인식이 확산된 점이 이 같은 지표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또 고물가 장기화 속에서 비용 부담이 적은 러닝 등으로 운동 방식이 변화하고 있어 자기관리 중심의 생활 패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최철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건강과 웰빙(well-being·몸과 마음의 편안함과 행복을 추구하는 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각됐다”면서 “이러한 인식 변화가 여가 활동 시 건강 증진을 위한 선택으로 이어졌고, 상황적으로 음주를 덜 하고 운동을 더 하게 되는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최근에는 지속되는 고물가로 인해 비용 부담이 큰 운동시설 대신 젊은층을 중심으로 러닝과 같이 저렴하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활동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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