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개인 의류점들 떠난 충장로···광주 '패션 1번지'에 무슨 일이

입력 2025.12.14. 16:28 강승희 기자
여인·남인천하, 11번가 등 소상공인 대표 의류점 추억 속으로
개인 점포 폐업 이어져…공실 방치, 브랜드·무인점포로 대체
상인들 “수익 줄어 높은 임대료 부담, 온라인시장 경쟁 문제도”
광주 동구 충장로2가에 위치한 갤러리존 입구. 오른쪽에 입점했던 옷가게가 지난해 철수한 이후 입구 양쪽 점포가 비어 있다.

광주 충장로의 타임존·여인천하·남인천하·11번가 등 2000년대 학생과 젊은층이 즐겨 찾던 대형 개인 보세의류점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모두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얻던 여인천하와 남인천하는 더 높은 가격 대신 디자인·품질로 승부한 11번가의 등장으로, 코로나 시기를 버틴 11번가는 온라인시장 확대로 경쟁력을 잃으며 문을 닫았다.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공실로 남거나 대형 브랜드, 무인점포 등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 최저가와도 경쟁해야 한다"는 상인의 말처럼 소비 흐름이 크게 바뀐 가운데, 높은 임대료는 새로운 소상공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패션 1번지' 충장로의 고유한 개성과 특색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 동구 충장로안길(황금동)에 위치한 한 대형 개인 의류점에 '점포 정리'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 11일 광주 동구 충장로 1가 일원에 있던 옛 11번가 건물은 텅 빈채 '팝업 대관 문의'현수막이 붙어 있다. 2년 넘도록 공실이 이어지고 있다.

충장로안길에 위치한 한 대형 개인 보세의류점 유리창에는 '점포 정리', '폐업 세일' 안내 문구를 내걸고 마지막 할인에 들어갔다.

이 의류점 관계자는 "매출 감소 영향이 크다"며 "운영 유지가 어렵게 돼 폐점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대형 의류점과 개별 잡화점이 모여있어 손님들로 북적였던 갤러리존도 활력을 잃은 모습이다. 입구에 양 옆으로 위치했던 점포가 모두 문을 닫으면서 마치 운영이 중단된 것처럼 보인다. 안쪽으로 들어가야만 소규모 악세사리점과 의류점 몇 곳이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곳 상인은 "입구에 있는 큰 옷집은 지난해 2월에 나갔고, 반대쪽은 빈지 오래됐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사람이 많았는데, 저희도 머지않아 나가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 충잘로 2가 거리. 대형 브랜드 매장과 인형뽑기 등 무인점포가 줄이어 들어서 있다.

충장로 메인거리(1·2·3가)에서 이어지는 소규모 매장들에 있던 의류점, 잡화점 등이 빠져나가면서 공실 상황도 심각하다.

과거 보세의류점들이 밀집해 '보세거리'로 불렸던 불로동 서석로 7번지 길은 중심에서 외곽으로 갈수록 빈 점포가 늘어 공심 문제가 더욱 뚜렸했다.

광주연구원은 지난해 말 충장로·금남로 상권에 대해, 과거 충장로와 금남로 일대는 광주 도심의 핵심 쇼핑축으로 자리했지만 공공기관 이전과 인구 유출·상권 중심의 이동이 맞물리면서 유통 기능이 크게 축소된 것으로 분석했다.

상권 약화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높은 수준의 임대료는 새로운 소상공인의 진입을 막는 악순환으로 반복되고 있다.

충장로에서 20년 가까이 중대형 의류점을 운영한 A씨는 "보세골목에 있는 10평 남짓 매장들이 월세를 내렸다는 게 월 300만원 수준이다. 100평 정도면 월세만 1천만원에 육박하는데 메인거리는 엄두를 내기 힘들다"며 "'반값 임대' 이야기가 나와 기대도 했지만, 어디가 반값인지 알 수 없다. 그마저도 반값기간 장사하고 다시 오르면 어디로 가겠나. 지금은 뒤이어 충장로에 들어올 사람이 없으니, '권리금'도 옛말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한국부동산원에서 발표한 올해 3분기 금남로·충장로 임대 현황에 따르면, 중대형상가는 1평당 10만650원으로 조사대상 10곳(상무지구, 전남대, 금호지구 등) 가운데 가장 비쌌다. 1년 전(10만2천960원)보다는 2.24% 소폭 감소했다.

소규모상가의 경우 1평당 6만2천700원으로 광주 평균(5만5천110원)보다 높고, 1년새 0.52% 소폭 올랐다.

광주 동구 충장로안길(황금동)에 위치했던 대형 개인 의류점이 폐업한 뒤 2년 넘게 공실 상태로 남아 있다.

실제 충장로2가에 위치한 12평 1층 점포는 보증금 3천만원에 월세 200만원이었으며, 25평의 경우 보증금 5천만원·월세 300만원 수준이었다.

이러한 상황 탓에 메인거리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 브랜드와 인건비가 들지 않는 무인점포 등으로 채워져왔는데, 지역에 첫 문을 연 서브웨이 충장점이 문을 닫는 등 브랜드들 이탈도 속출하는 실정이다. 이에 상권의 특색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이제는 주류시장이 된 온라인시장의 급격한 성장 역시 상권 침체를 가속화시켰다.

A씨는 "고객들이 매장에 오면 옷 사진을 찍어서 온라인 가격과 비교한다. 과거 대형 개인 의류점들이 인기를 얻었을 때는 저렴하게 팔면서 일한 만큼 수익을 챙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온라인 최저가와도 경쟁해야 한다. 지자체가 행사 등으로 예산을 쓰는데, 소상공인이 온라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주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는 소비 패턴 변화에 맞춰 상권의 방향성을 재설정하고, 수요와 공급에 맞는 임대료 구조 점검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경수 광주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충장로는 작은 점포들이 촘촘히 이어져 걷는 재미를 주는 구조였는데, 대형 점포 위주로 재편되고 공실도 생기며 거리의 흥미가 떨어지고 통행량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며 "온라인시장 등 소비패턴 변화가 상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해보고, 이에 맞춰 상권의 방향성을 재설정하는 동시에 중소형상인 지원 정책도 설계할 필요가 있겠다"고 강조했다.

또 "임대인과 임차인 간 수요와 공급에 맞춰 임대료가 과도한지 살펴봐야 한다"며 "일부 임대인들이 '차라리 비워두는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 되면 상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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