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창간특집 인터뷰] 오상진 단장 "광주, AI 혁신 요소 갖춘 거대한 실험실"

입력 2024.10.10. 07:41 이삼섭 기자
오상진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장 인터뷰
사회 문제 해결할 데이터 획득 구조 매우 중요해
행정·시민참여로 실증 유리한 환경 자리매김 필요
차별적 경쟁력 충분…인프라·인재·지원 등 무기 장착
오상진 광주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단장이 지난 8일 광주 북구 오룡동 사무실에서 무등일보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실증하기 좋은 환경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AI(인공지능)라는 것 자체가 데이터이고, 그걸 실제 환경에서 획득할 수 있는 구조가 매우 중요합니다. AI 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부터 컴퓨팅 파워 같은 인프라 요소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걸 묶어가는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 역할을 광주가 함으로써 정말 AI 하기 좋은 도시가 될 것입니다."

오상진 광주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장은 무등일보 인터뷰에서 AI 중심도시 광주에 대한 방향성을 설명했다. 도시 내 데이터를 모아 문제 해결을 위한 AI 모델을 만드는 '실험실'이 돼야 진정한 인공지능 중심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은 광주 인공지능집적단지 조성 사업을 총괄하는 곳이다.

◆광주가 하나의 실험실…AI 혁신 가능한 도시 핵심

오 단장은 "AI는 실증이 매우 중요하다. AI 구성 요소라고 하면, AI를 운영하는 알고리즘 모델이 있어야 하고 그 모델을 학습하기 위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그 전에 무슨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도시 현실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처리한다든가, 사회적 약자층에 대한 돌봄이라든가, 학생들에 대한 교육 문제와 같은 다양한 문제가 있는데, 이 문제들이 발생하는 건 현장이고 여기서 생기는 데이터가 결국은 AI 알고리즘을 학습하는 재료가 된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기업들 입장에서는 데이터를 모으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오 단장은 "그런데 광주시에서 행정적으로 그게 가능하도록 구조를 만든다면, 예컨대 집에 혼자 계신 노인에 대한 정보는 지자체가 알고 있고 노인을 위한 시설도 있기 때문에 그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다면 문제를 해결할 AI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며 "작은 랩(실험실)에서 만든 AI 모델과 현장에서 나온 데이터를 가지고 만든 AI 모델과 비교하면 당연히 현장 데이터로 만든 AI 모델이 더 효과성이 좋다"고 부연했다.

이어 "광주시가 추진하는 AI 집적단지 2단계 사업의 핵심이 이런 실증이 잘 되는 형태로 서비스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토가 '광주를 빌려드립니다'이다. 광주의 3천300개 정도 되는 공공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고, 주변 혁신 관련 기관이나 연구소, 대학도 많다"며 "광주시민들의 참여 의식도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적극성 있는 환경이다 보니 이런 요소들을 잘 조합할 수 있다면 AI 실증하기에는 제일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제일 좋은 환경을 만들어 볼 수 있다"며 "실증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거는 거기서 나온 서비스(제품)의 퀄리티가 제일 좋다는 말"이라고 부연했다.

◆실증하기 좋은 문화 자리매김 필요하다

오 단장은 AI 실증이 잘 되는 도시는 산업적 측면뿐만 아니라 도시경쟁력과 나아가 시민 삶의 질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실증이 잘 이뤄지는 구조 속에서는 적은 노력으로 시민들의 편익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오 단장은 생활폐기물 수거 차량을 예로 들었다. 어느 동네는 쓰레기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거차가 많은 반면 어느 동네는 쓰레기가 많은 데도 불구하고 수거차가 적게 올 수도 있다. 또 갑작스럽게 대규모 이사로 쓰레기가 많아질 수도 있다. AI를 활용하면 불특정한 규칙이 적용되는 상황 속에서도 실시간으로 유연하게 수거차를 운용하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광주가 지향하는 AI 실증도시는 어느 지자체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증하려면 여러 가지 인프라와 함께 그걸 하겠다는 도시 자체의 정책적 결심이 있어야 하고, 그걸 따라주는 행정적 역할, 시민들의 참여의식이 합쳐져야 도시가 거대한 실험실이 될 수 있다"면서 "어느 도시가 갑자기 우리도 실증도시로 하자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며 "도시가 실증함으로써 지역에서 기업이 만들어지고,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부가가치고 만들어지고 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체험적으로 습득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 하나의 도시에서 AI 실증이라는 게 문화로 형성되면 다른 도시가 모방하기 어렵고, 기업 입장에서는 도시를 떠나고 싶어도 마땅한 데도 없다"며 "기업이 원하는 걸 행정과 시민이 나서 적극적으로 만들어주는 환경 혹은 문화는 도시가 가지는 최고의 자산이자 다른 도시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강점"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실증에 참여하는 기업이나 시민들에게 '보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과감하고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단장은 "아직 인프라 측면에서나 연구개발,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광주시가 선순환을 구축해 자생할 수 있는 순간으로 가기 위한 마중물 확보가 중요하고, 광주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도 거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상진 광주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단장이 지난 8일 광주 북구 오룡동 사무실에서 무등일보 인터뷰를 마치고 국가 AI 데이터센터 조감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수도권·대전 등에 경쟁력 밀린다? "요소 다 갖춰"

국가 AI 데이터센터 등 공공 인프라 투입에도 불구하고 서울이나 판교 같은 민간 투자가 집중된 곳과 차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오 단장은 "광주는 AI 지원을 위해 필요한 거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며 분명한 경쟁력이 있다고 단언했다. 우선 인재 확보 측면에서 그는 "인공지능사관학교, 인공지능융합대학, 거기에 직무 전환 프로그램 또한 촘촘한 데다 6천명 이상의 AI 교육을 받은 사람이 배출되면서 AI 산업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지원 측면에서 오 단장은 "창업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창업 기업들이 펀딩받을 수 있도록 매칭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면서 "AI 기업이 시제품을 만들거나 R&D를 하려고 할 때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 단장은 "제일 중요한 게 실질적인 컴퓨팅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서 실질적으로 많은 프로그램을 지원했다"며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도록 바우처 개념을 통해 어떻게든 시민과 접점을 만들어 판매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전시회에 참여하는 것도 도와주면서 최근 CES에서 6개 기업이 수상하는 성과도 거뒀다"고 설명했다.

오 단장은 "이런 성과들을 볼 때 체계적으로 잘 구조화돼 유기적으로 잘 움직였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함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AI 산업을 제대로 하기 위한 모든 무기는 장착했다"고 말했다.

또 오 단장은 수도권과 달리 광주는 인건비에서 경쟁력이 있고, 회사에 근속하는 기간이 긴 점도 AI 기업들이 광주를 선택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업계에서 잘 나가는 기업들이 광주 인공지능 사관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채용해 AI를 개발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글·사진=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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