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앞두고 물가 상승 우려 고조
이마트 광주점 하룻새 판매량 50%↑
유통업계 오염수 우려 줄이기에 분주
"2달 뒤면 김장철인데 오염수 방류로 소금가격이 뛸까봐 걱정이예요. 그래서 가격이 더 비싸지기 전에 소금을 구하러 왔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천일염'을 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배출되면 바닷물 오염으로 인해 안전한 먹거리가 부족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지난 23일 찾은 광주 서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이날 영업이 시작된지 1시간쯤 지나자 구운 고기에 찍어먹는 히말라야 소금 등 일부 품목들이 품절됐다.
아직까지 품절되지 않은 제품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김치나 젓갈류에 쓰이는 천일염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천일염을 구매하기 위해 마트에 방문한 주부 박모씨는 "아직 김장철이 아니지만 배추 등 물가가 올라서 걱정이다. 소금이라도 좀 쌀 때 미리 사두려고 방문했다"고 말했다.
천일염 가격은 최근 정부 등의 노력으로 인해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이 분위기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 의지를 드러냈던 두달전에는 20㎏당 2만원대였던 천일염은 8만원까지 뛰었다. 최근에는 3만~4만원대로 떨어지는 등 가격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었지만 일본이 24일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다시 가격이 오를까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시민 A씨는 "오염수 영향을 받은 식품을 먹어야 된다는 공포도 있지만 이탓에 물가도 오를까봐 걱정된다. 아무리 안전하더라도, 지금 이 시기에 방류하는 것은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마트 광주점은 최근 천일염 판매량이 급증했다.
지난 22일 오염수 방류 발표일에는 천일염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56.3%나 급증했다. 오염수 방류 발표 전인 21일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1.8%에 그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소금 가격은 소매점을 비롯해 대형마트도 대부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광주신세계, 롯데백화점 광주점 등 백화점은 방사능 오염 여부를 확인 할 수 있는 측정기를 확보한 뒤, 판매 제품을 검사할 예정이다.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서는 방사능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단계별로 샘플 검사를 확대하거나, 분기에서 주 4회로 검사 횟수를 늘릴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천일염 품귀 현상이 일어났던 6월쯤에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 놓은 상태라서 당분간 품절될 걱정은 없다. 하루 사이에 판매량이 많이 늘었지만 아직 사재기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재고나 물량 수급에도 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지만,그래도 혹시 모를 대란을 대비해 판매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 [르포] "다가올 추석이 걱정"...日 오염수 방류에 광주 수산업계 '한숨'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광주 남광주시장에서 만난 신현숙(68·여)씨가 텅 빈 거리를 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코로나 때는 숨 쉴 구멍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없네요. 당장 다가올 추석이 걱정됩니다."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눈앞에 닥친 23일 수산물 상인들의 위기감과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특히 수산물을 파는 상인들은 추석이 한 달여 남은 시점에서 일본 오염수가 방류돼 생선은 물론 수산물 선물세트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면서 정부의 신속한 지원대책 마련을 호소했다.수산물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음식이나 재료를 파는 상인들도 원전 오염수 방류 여파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23일 오전 광주 남광주시장. 광주를 대표하는 수산물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흥정 소리 대신 상인들의 한숨 소리만 맴돌고 있었다.상인들 대부분은 물건 하나라도 더 팔려고 새벽부터 가게 문을 열고 장사 준비에 애를 썼지만, 손님은커녕 지나는 시민도 많지 않았다. 몇 안되는 손님들마저 생선의 상태가 괜찮은지 한참을 확인하다가 이내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광주 남광주시장에서 만난 이두영(53)씨가 씁슬한 표정을 짓고 있다.수산물 코너 곳곳엔 '임대' 현수막이 붙은 채 셔터가 내려간 상가들도 눈에 띄었다.며느리와 함께 수산물을 파는 신현숙(68·여)씨는 "코로나 이겨냈더니 이제 오염수가 큰 걱정거리가 됐다"면서 "찾아오는 손님마다 '먹고 괜찮겠죠?'라고 물을 때마다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이어 "당장 추석 대목부터 문제다.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은 구색을 갖추고자 생선을 구매하겠지만, 제사상 차리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들은 전부 육류를 구매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이곳에서 2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이두영(53)씨도 과학적·기술적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판단을 믿을 수 없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이씨는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시간이 흘러 방사능이 몸에 쌓여 중독됐을 때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며 "지원금이라도 나왔던 코로나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도산하는 업체들도 수두룩해질 것이다"고 우려했다.비슷한 시각 광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서구 양동시장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과일류와 채소류, 육류 코너와 달리 수산물 코너 일대는 상대적으로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전복과 낙지 등 신선한 제철 수산물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지만, "싸게 준다"며 지나가는 손님을 붙잡는 상인들의 분주한 모습만 보였을 뿐 구경하는 손님들은 손에 꼽았다.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광주 양동시장에서 만난 상인 나종려(94·여)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수산물을 파는 나종려(94·여)씨는 "70년 한 평생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번과 같은 일은 처음이다. 완벽하게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더라도 수산업은 예년과 같지 않을 것이다"며 "엊그제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부터 매출이 반토막으로 줄었는데 실제 방류가 이뤄진다면 경제적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코로나 때와 달리 숨 쉴 구멍도 없다"고 눈물을 글썽였다.인근에서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강옥주(61·여)씨도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로 손님이 줄었는데 방류가 시작되는 내일(24일)부터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더 줄어들 것이다. 다가오는 추석 대목이 최대 고비다"며 "정부 차원에서 수산업계 소상공인들의 매출 급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했다.양동시장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도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가 결정되면서 손님이 30% 가량 줄었는데 당장 내일부터가 더 걱정이다"며 "국내산 재료만으로 장사하더라도 별 도움이 안될 것 같아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하는데 가슴이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고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한편,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24일 오후 1시께부터 시작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 오염수의 트리튬 농도를 1ℓ당 1500베크렐(㏃) 이하로 희석, 하루 460t에 달하는 오염수를 17일간 총 7천800t가량 방류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이후 12년 만이다.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고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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