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한 악재에 전망마저 '깜깜'··· 업체들 '사면초가'

입력 2023.08.09. 18:33 한경국 기자
[‘침체 장기화’지역경제 어디로 가나 ③<끝> 중소기업]
광주 월 4.5개 파산 10년 중 최고
체감경기 기준치 이하... 7월 급락
소비위축·대출이자 등 부담 '고전'
"기업 노력·정부 지원책 병행돼야"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 전경. 산단공 광주본부 제공

[‘침체 장기화’지역경제 어디로 가나 ③<끝> 중소기업]?

"기업 성장이요? 제품은 안팔리는데 원자재값과 인건비까지 치솟아 버티기도 벅찹니다."

광주지역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소비심리 위축과 고금리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에 자본 유동성이 메말라 버린 결과 지역 경제 곳곳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자동차업계를 제외한 상당수 지역 주력 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지역 경제계에서 위기설이 감돈다. 특히 가전업계 매출도 흔들리고 있어 관련 종사자를 비롯한 기업이 비상체계에 들어갔다.지역 산업 현장에서도 위기감이 감지된다. 지역을 대표하는 광케이블 전문업체 무송지오씨가 지난 4월 법정 관리에 들어간데 이어 위니아는 100명을 목표로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을 접수받기도 했다.


◆올 광주 법인파산 건수 벌써 연 평균 넘어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 건수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총 27건이다.

1월 4건, 2월 6건, 3월 4건, 4월 4건, 5월 4건, 6월 5건으로 나타났다. 매달 4.5개 기업이 법원에 파산 신청을 냈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10년간 통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2014년 22건, 2015년 16건, 2016년 11건, 2017년 15건, 2018년 30건, 2019년 19건, 2020년 37건, 2021년 29건, 2022건 32건 등 연평균 21.1건의 파산신청이 접수됐지만 올해의 경우 이 추세라면 파산신청에 나서는 업체는 54곳에 이르게 된다는 의미다. 최근 파산신청이 가장 많았던 2020년에 비교해서도 45.94% 가량 많다는 뜻이다.

지역 한 기업인은 "파산이 남일 같지 않다.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투자 한번 잘못하거나 실수로 어긋나면 돌이킬 수 없는 시장이다"며 "소비심리가 위축 돼 소극적인 투자를 했는데 매출이 줄고 있다. 그렇다고 악순환을 깨고자 과감히 투자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체감경기지수 여전히 기준치 하회

광주·전남지역 기업의 현주소는 지표로도 나타난다.

지역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 지수가 여전히 기준치(100)를 하회하며 침체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광주·전남지역 종사자수 5인 이상 사업체 중 585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7월 중 광주·전남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의 7월 제조업 업황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66으로 전월에 비해 12p 하락했다.

광주·전남지역 체감경기는 최근들어 급격히 더 나빠졌다.

올해 1월 69로 시작한 제조업 업황BSI는 2월과 3월은 71로 소폭 증가한데 이어 4월 75, 5월 68, 6월 78로 오르는 등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7월 들어 급격하게 하락한 것이다.

7월중 제조업 매출BSI는 72로 전월에 비해 6p 줄었으며, 제조업 신규수주BSI는 69로 전월에 비해 2p 감소했다.

비제조업의 업황도 비슷하다. 광주·전남지역의 7월 비제조업 업황BSI는 73으로 전월에 비해 1p 하락했다.

올해 비제조업 업황BSI 추이는 1월 72, 2월 67, 3월 66, 4월 74, 5월 70, 6월 74, 7월 73로 이어지는 등 저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7월중 비제조업 매출BSI는 76으로 전월에 비해 6p 감소했고, 비제조업 자금사정BSI는 77로 전월에 비해 1p 상승하는데 그쳤다.


◆산적한 악재에 전망도 암울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동안 지역기업들의 체감경기가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무역갈등, 은행 위기 문제 등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고물가·고금리 지속에 따른 소비위축, 수요산업 부진 등이 내수회복 흐름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돼 전망도 어둡다.

광주상공회의소가 광주지역 12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3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BSI 전망치가 88로 집계됐다.

실적 또한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2분기 실적은 78로 글로벌 경기위축과 투자 및 수출감소 등 대내외 부정적 여건이 지속되면서 기준치를 밑돌았다.

3분기 업종별 전망은'식음료(100)','IT·전기·가전(113)'업종은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그 외의 업종은 경기'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중견기업(78)', '중소기업(91)'은 경기침체와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상승 부담과 매출하락 우려로 체감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여부 별로는'수출기업(118)'은 세계 주요국가의 수요회복에 대한 기대로 경기전망 개선을 예상했으나 '내수기업(83)'은 물가상승, 투자 및 소비심리 저하로 인해 경기 하락을 예상했다.

문제는 광주·전남의 기업은 대부분 내수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전체 기업 수는 광주 27만17개, 전남 37만8천800개다. 이 가운데 지난해 수출실적이 있는 업체 수는 광주 1천155개, 전남 2천138개에 불과하다. 즉, 내수에 집중돼 있는 지역 특성상 경기 하락의 여파를 고스란히 안고 갈 수 없는 형국인 셈이다.

광주상의 관계자는 "3분기에도 경제성장률 저하, 고물가·고금리 지속에 따른 소비위축, 수요산업 부진 등이 예상되고 있다"며 "기업인들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과 정부 차원의 금융시장 및 물가 안정, 수출 및 투자 지원 등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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