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월 4.5개 파산 10년 중 최고
체감경기 기준치 이하... 7월 급락
소비위축·대출이자 등 부담 '고전'
"기업 노력·정부 지원책 병행돼야"
[‘침체 장기화’지역경제 어디로 가나 ③<끝> 중소기업]?
"기업 성장이요? 제품은 안팔리는데 원자재값과 인건비까지 치솟아 버티기도 벅찹니다."
광주지역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소비심리 위축과 고금리로 인한 대출 이자 부담에 자본 유동성이 메말라 버린 결과 지역 경제 곳곳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자동차업계를 제외한 상당수 지역 주력 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지역 경제계에서 위기설이 감돈다. 특히 가전업계 매출도 흔들리고 있어 관련 종사자를 비롯한 기업이 비상체계에 들어갔다.지역 산업 현장에서도 위기감이 감지된다. 지역을 대표하는 광케이블 전문업체 무송지오씨가 지난 4월 법정 관리에 들어간데 이어 위니아는 100명을 목표로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을 접수받기도 했다.
◆올 광주 법인파산 건수 벌써 연 평균 넘어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 건수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총 27건이다.
1월 4건, 2월 6건, 3월 4건, 4월 4건, 5월 4건, 6월 5건으로 나타났다. 매달 4.5개 기업이 법원에 파산 신청을 냈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10년간 통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2014년 22건, 2015년 16건, 2016년 11건, 2017년 15건, 2018년 30건, 2019년 19건, 2020년 37건, 2021년 29건, 2022건 32건 등 연평균 21.1건의 파산신청이 접수됐지만 올해의 경우 이 추세라면 파산신청에 나서는 업체는 54곳에 이르게 된다는 의미다. 최근 파산신청이 가장 많았던 2020년에 비교해서도 45.94% 가량 많다는 뜻이다.
지역 한 기업인은 "파산이 남일 같지 않다.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투자 한번 잘못하거나 실수로 어긋나면 돌이킬 수 없는 시장이다"며 "소비심리가 위축 돼 소극적인 투자를 했는데 매출이 줄고 있다. 그렇다고 악순환을 깨고자 과감히 투자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체감경기지수 여전히 기준치 하회
광주·전남지역 기업의 현주소는 지표로도 나타난다.
지역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 지수가 여전히 기준치(100)를 하회하며 침체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광주·전남지역 종사자수 5인 이상 사업체 중 585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7월 중 광주·전남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의 7월 제조업 업황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66으로 전월에 비해 12p 하락했다.
광주·전남지역 체감경기는 최근들어 급격히 더 나빠졌다.
올해 1월 69로 시작한 제조업 업황BSI는 2월과 3월은 71로 소폭 증가한데 이어 4월 75, 5월 68, 6월 78로 오르는 등 다소 회복세를 보였지만 7월 들어 급격하게 하락한 것이다.
7월중 제조업 매출BSI는 72로 전월에 비해 6p 줄었으며, 제조업 신규수주BSI는 69로 전월에 비해 2p 감소했다.
비제조업의 업황도 비슷하다. 광주·전남지역의 7월 비제조업 업황BSI는 73으로 전월에 비해 1p 하락했다.
올해 비제조업 업황BSI 추이는 1월 72, 2월 67, 3월 66, 4월 74, 5월 70, 6월 74, 7월 73로 이어지는 등 저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7월중 비제조업 매출BSI는 76으로 전월에 비해 6p 감소했고, 비제조업 자금사정BSI는 77로 전월에 비해 1p 상승하는데 그쳤다.
◆산적한 악재에 전망도 암울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동안 지역기업들의 체감경기가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무역갈등, 은행 위기 문제 등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고물가·고금리 지속에 따른 소비위축, 수요산업 부진 등이 내수회복 흐름을 제약할 것으로 예상돼 전망도 어둡다.
광주상공회의소가 광주지역 12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3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BSI 전망치가 88로 집계됐다.
실적 또한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2분기 실적은 78로 글로벌 경기위축과 투자 및 수출감소 등 대내외 부정적 여건이 지속되면서 기준치를 밑돌았다.
3분기 업종별 전망은'식음료(100)','IT·전기·가전(113)'업종은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그 외의 업종은 경기'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중견기업(78)', '중소기업(91)'은 경기침체와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상승 부담과 매출하락 우려로 체감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여부 별로는'수출기업(118)'은 세계 주요국가의 수요회복에 대한 기대로 경기전망 개선을 예상했으나 '내수기업(83)'은 물가상승, 투자 및 소비심리 저하로 인해 경기 하락을 예상했다.
문제는 광주·전남의 기업은 대부분 내수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전체 기업 수는 광주 27만17개, 전남 37만8천800개다. 이 가운데 지난해 수출실적이 있는 업체 수는 광주 1천155개, 전남 2천138개에 불과하다. 즉, 내수에 집중돼 있는 지역 특성상 경기 하락의 여파를 고스란히 안고 갈 수 없는 형국인 셈이다.
광주상의 관계자는 "3분기에도 경제성장률 저하, 고물가·고금리 지속에 따른 소비위축, 수요산업 부진 등이 예상되고 있다"며 "기업인들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과 정부 차원의 금융시장 및 물가 안정, 수출 및 투자 지원 등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 등록 줄고 폐업 늘고···위기의 지역건설업계 건설경기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신규사업을 연기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뉴시스 [‘침체 장기화’ 지역경제 어디로 가나 ②건설업계]지난해부터 계속된 부동산시장 침체는 지역건설업계에도 직격탄을 날렸다.급격히 위축된 부동산 시장의 영향으로 건설경기도 확연히 나빠진 가운데 관급공사마저 대거 축소되면서 중소건설사가 주를 이루고 있는 광주·전남 지역 건설업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동안 제기돼 왔던 '건설사 줄도산'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분양해도 안 팔리는 아파트… 시장 위축 이어져광주·전남지역 건설업은 지역의 중추산업이나 다름없다.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광주·전남 건설업 사업체는 4만637개, 종사자 17만8천496명, 매출액 42조4천194억9천100만원에 이른다. 이는 광주·전남 전체 사업체의 9.98%, 종사자의 8.48%, 매출액 10.63%에 달한다. 한마디로 지역에서 일하는 10명 중 1명은 '건설업'에 종사한다는 의미다. 인력집약적 산업이라는 점에서 경기가 좋지 않으면 그만큼 일을 못하는 근로자가 늘어난다.건설업의 경우 부동산, 주택경기와 그대로 연계가 된다는 점에서 지난해부터 계속된 주택경기 침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지난해 7월부터 최근 1년간 광주·전남의 아파트 분양성적은 '처참' 그 자체다.최근 광주지역 일부 아파트가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극히 일부였을 뿐 대다수 아파트의 경우 '청약 미달'로 이어졌다.광주의 경우 14건의 아파트 중 8건이, 전남은 13건 중 10건이 각각 '청약 미달'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광주와 전남 모두 그동안 관심을 받아온 일부 아파트에만 일종의 쏠림 현상이 발생했을 뿐, 전체 분양 아파트의 66.6%가 청약경쟁률의 최소한의 조건인 '1'을 넘지 못했다. 232세대를 분양한 모 아파트의 경우 단 3명만이 청약접수를 하기도 했다.이처럼 청약시장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면서 건설사들은 신규사업을 추진하기보단 연기하는 등 일종의 '버티기'를 선택했다.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며 "'소나기는 피해 가자'는 심리가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라고 말했다.◆전반적인 수주액 감소… 사라진 공공공사현재 가장 큰 문제는 건설업계의 양대축인 '민간'과 '관급'이 모두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민간이 좋지 않더라도 관급공사 상황이 괜찮으면 만회가 되는 측면이 있는데 둘 다 위축돼 있다 보니 어려운 측면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관급공사 의존도가 높은 중소건설사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 특성상 관급공사 축소는 사실상 중소건설사의 먹거리 자체가 줄어드는, 생존의 문제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실제로 국가통계포털의 '공사지역·발주자별 건설수주액'을 보면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공공부문 수주액은 광주 1천73억8천700만원, 전남 8천900억6천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광주·전남 공공부문 연 평균 수주액이 광주 3천748억4천600만원, 전남 2조1천126억3천60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광주는 880억원 가량, 전남은 1천662억5천200만원가량이 줄어들었다.지난해 12월 상무지구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사업포기 나선 건설사 증가… 신규 등록은 감소전반적인 경기 불황은 사업포기에 나선 건설사의 증가로 이어졌다.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말까지 폐업신고한 건설업체는 광주의 경우 종합 12곳·전문 42곳 등 54곳이며 전남은 종합 13곳·전문 118곳 등 총 131곳에 달한다.업종변경으로 폐업과 등록이 많았던 2021년과 2022년을 제외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광주지역 폐업신고 건수는 193건(종합 30건·전문 163건), 전남은 523건(종합 55건·전문 468건)으로, 평균적으로 보면 각각 64.3건(종합 10건·전문 54.3건), 174.3건(종합 18.3건·전문 156건) 수준이다.올해는 7개월 만에 예년 수준의 83.98%(광주),75.15%(전남)에 이르고 있다.산술적으로 보면 올해 폐업 건설업체는 예년보다 29%~44%가량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신규 등록도 마찬가지다.올해 광주 신규 등록 건설업체는 195곳(종합 38곳·전문 157곳), 전남은 396곳(종합 39곳·전문 357곳)이다.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광주 신규 등록업체는 1천219곳(종합 274곳·전문 945곳), 전남은 2천335곳(종합 231곳·전문 2천4곳)으로 연평균 광주는 406.2곳이, 전남은 778.3곳이 각각 신규업체로 등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광주 신규 등록업체는 예년보다 72개 업체가 줄어들게 되며 전남은 100개 업체가 감소하게 된다.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덩치가 큰 공사 수주는 대형건설사 몫으로 간다.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경우 한정된 물량 속에 고금리, 경기 위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현재까지 어떻게든 버텨나가고 있지만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자본력이 약한 중소업체부터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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