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에 1년간 아파트 분양 27건 불과
전국적 SOC예산 축소에 관급 공사도 큰 폭 감소
지역내 대다수 중소건설사에 실질 타격 이어져
[‘침체 장기화’ 지역경제 어디로 가나 ②건설업계]
지난해부터 계속된 부동산시장 침체는 지역건설업계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급격히 위축된 부동산 시장의 영향으로 건설경기도 확연히 나빠진 가운데 관급공사마저 대거 축소되면서 중소건설사가 주를 이루고 있는 광주·전남 지역 건설업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동안 제기돼 왔던 '건설사 줄도산'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분양해도 안 팔리는 아파트… 시장 위축 이어져
광주·전남지역 건설업은 지역의 중추산업이나 다름없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광주·전남 건설업 사업체는 4만637개, 종사자 17만8천496명, 매출액 42조4천194억9천100만원에 이른다. 이는 광주·전남 전체 사업체의 9.98%, 종사자의 8.48%, 매출액 10.63%에 달한다. 한마디로 지역에서 일하는 10명 중 1명은 '건설업'에 종사한다는 의미다. 인력집약적 산업이라는 점에서 경기가 좋지 않으면 그만큼 일을 못하는 근로자가 늘어난다.
건설업의 경우 부동산, 주택경기와 그대로 연계가 된다는 점에서 지난해부터 계속된 주택경기 침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최근 1년간 광주·전남의 아파트 분양성적은 '처참' 그 자체다.
최근 광주지역 일부 아파트가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극히 일부였을 뿐 대다수 아파트의 경우 '청약 미달'로 이어졌다.
광주의 경우 14건의 아파트 중 8건이, 전남은 13건 중 10건이 각각 '청약 미달'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광주와 전남 모두 그동안 관심을 받아온 일부 아파트에만 일종의 쏠림 현상이 발생했을 뿐, 전체 분양 아파트의 66.6%가 청약경쟁률의 최소한의 조건인 '1'을 넘지 못했다. 232세대를 분양한 모 아파트의 경우 단 3명만이 청약접수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청약시장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면서 건설사들은 신규사업을 추진하기보단 연기하는 등 일종의 '버티기'를 선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며 "'소나기는 피해 가자'는 심리가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수주액 감소… 사라진 공공공사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건설업계의 양대축인 '민간'과 '관급'이 모두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민간이 좋지 않더라도 관급공사 상황이 괜찮으면 만회가 되는 측면이 있는데 둘 다 위축돼 있다 보니 어려운 측면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관급공사 의존도가 높은 중소건설사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 특성상 관급공사 축소는 사실상 중소건설사의 먹거리 자체가 줄어드는, 생존의 문제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가통계포털의 '공사지역·발주자별 건설수주액'을 보면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공공부문 수주액은 광주 1천73억8천700만원, 전남 8천900억6천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광주·전남 공공부문 연 평균 수주액이 광주 3천748억4천600만원, 전남 2조1천126억3천60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광주는 880억원 가량, 전남은 1천662억5천200만원가량이 줄어들었다.
◆사업포기 나선 건설사 증가… 신규 등록은 감소
전반적인 경기 불황은 사업포기에 나선 건설사의 증가로 이어졌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말까지 폐업신고한 건설업체는 광주의 경우 종합 12곳·전문 42곳 등 54곳이며 전남은 종합 13곳·전문 118곳 등 총 131곳에 달한다.
업종변경으로 폐업과 등록이 많았던 2021년과 2022년을 제외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광주지역 폐업신고 건수는 193건(종합 30건·전문 163건), 전남은 523건(종합 55건·전문 468건)으로, 평균적으로 보면 각각 64.3건(종합 10건·전문 54.3건), 174.3건(종합 18.3건·전문 156건) 수준이다.올해는 7개월 만에 예년 수준의 83.98%(광주),75.15%(전남)에 이르고 있다.
산술적으로 보면 올해 폐업 건설업체는 예년보다 29%~44%가량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신규 등록도 마찬가지다.
올해 광주 신규 등록 건설업체는 195곳(종합 38곳·전문 157곳), 전남은 396곳(종합 39곳·전문 357곳)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광주 신규 등록업체는 1천219곳(종합 274곳·전문 945곳), 전남은 2천335곳(종합 231곳·전문 2천4곳)으로 연평균 광주는 406.2곳이, 전남은 778.3곳이 각각 신규업체로 등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광주 신규 등록업체는 예년보다 72개 업체가 줄어들게 되며 전남은 100개 업체가 감소하게 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덩치가 큰 공사 수주는 대형건설사 몫으로 간다.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경우 한정된 물량 속에 고금리, 경기 위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현재까지 어떻게든 버텨나가고 있지만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자본력이 약한 중소업체부터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
- "문닫으면 적자인데"··· 출구 없는 '빚더미 자영업자' 높은 임대료와 고물가까지 겹치며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는 지역 상인들의 하소연도 들린다.지난 23일 광주 도심 상가 곳곳에 ‘임대문의’를 게시한 현수막이 붙어있는 모습.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침체 장기화’ 지역경제 어디로 가나 ①소상공인]광주·전남지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상공인, 중소기업, 건설업체 등 지역 경제 주체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고물가와 갈수록 부담이 커지는 고금리, 들쭉날쭉한 환율까지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지역 경제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폐업 후 업종을 전환하고 일부 기업은 파산을 하거나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이에 무등일보는 세차례에 걸쳐 지역경제의 위기 상황과 지역경제 주체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편집자주#"창업한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요즘에는 알바보다 못 벌어요."광주 남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있지만, 매달 적자를 면치 못하는 등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급격하게 오르는 물가로 소비심리는 위축됐고, 대출금리는 계속 올라가서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A씨가 운영하는 편의점은 월 3천만원 정도 매출을 내고 있음에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부가세 10%, 월회비 160만원, 월세 100만원, 전기세 50만원, 폐기비용 20만원, 수도세·잡비 10만원, 매장 화재보험비 3만원, 매장 CCTV 4만원, 인건비 210만원 등을 지출하고 나면 손에 남는 순이익은 한달에 19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A 씨는 "리스크는 다 떠안으면서 알바생보다 수익이 적다는 것에 한숨이 나온다"며 "만일 하루라도 문을 닫게 되면 A씨는 그대로 적자라서 아파도 문을 열어야 한다. 여름 휴가는 꿈도 못꾼다"고 말했다.◆폐업자 보다 신규 창업자 더 줄어경제가 위기에 다다를수록 가장 부담을 느끼는 이들은 소상공인이다. 경제 생태계에서 가장 약한 고리이기 때문이다.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는 유동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에는 물가 상승과 고금리 현상에 치이면서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여러가지 지표로 알 수 있다. 폐업 신고한 개인사업자의 수는 매년 2만2천여명 수준에 이른다.호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 폐업한 광주지역 개인사업자는 2만2천324명으로, 전년인 2020년(2만2천642명)에 비해 1.4%(318명)줄었지만, 여전히 2만여명이 넘는 자영업자가 가게 문을 스스로 닫았다.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창업도 같은 기간 큰 폭으로 감소했다.한해 3만5천346명이 창업에 나섰던 2020년과 달리 2021년에는 그보다 9.6%(3천405명) 줄어든 3만1천941명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소상공인의 경우 폐업 이후 업종 변환 등으로 새로운 창업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창업한 소상공인이 줄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여력이 사라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소상공인들은 하루 하루 버티기 힘들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다"면서 "이런 경제 상황이 계속 지속될 경우 창업보다 폐업이 더 많아지는 순간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대출 규모 오히려 늘어나'빚을 빚으로 막는' 이른바 돌려막기에 들어간 지역소상공인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광주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광주지역 소상공인의 대출 규모는 총 5천235억원에 달한다.코로나가 발병하기 전인 2019년(4천144억원)과 비교하면 5년새 1천억원 이상 빚이 불어났다.문제는 기한연장 금액이다. 대출을 갚지 못하고 기한을 연장한 소상공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기한연장 금액은 2020년에는 1천39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1년에 2천918억원으로 두배 가량 늘더니, 지난해에도 이와 비슷한 2천756억원을 나타냈다.이 추세는 올해 더 가파르게 나타난다. 6개월만에 대출기한연장 금액은 3천94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수준을 초과한지 오래다.올해 대출 회수 금액은 2019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140억원이지만 대출 연장 규모로 보면 5% 수준에 불과하다.이는 소상공인들의 상당수가 빚을 갚을 여력이 없음을 그대로 보여준다.오는 9월 만기되는 코로나 소상공인 대출도 소상공인들에게는 부담이다. 코로나 대출의 경우 최대 2025년까지 상환유예가 이뤄지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신규대출 자체가 저금리가 아닌 고금리라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걱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코로나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버텨 온 소상공인들이 많다"며 "이들이 끝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 등으로 이어진다면 장기침체가 계속되는 지역경제도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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