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줄고 폐업 늘고···위기의 지역건설업계

입력 2023.08.03. 17:35 도철원 기자
[‘침체 장기화’지역경제 어디로 가나 ②건설업계]
주택시장 침체에 1년간 아파트 분양 27건 불과
전국적 SOC예산 축소에 관급 공사도 큰 폭 감소
지역내 대다수 중소건설사에 실질 타격 이어져
건설경기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신규사업을 연기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뉴시스

[‘침체 장기화’ 지역경제 어디로 가나 ②건설업계]

지난해부터 계속된 부동산시장 침체는 지역건설업계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급격히 위축된 부동산 시장의 영향으로 건설경기도 확연히 나빠진 가운데 관급공사마저 대거 축소되면서 중소건설사가 주를 이루고 있는 광주·전남 지역 건설업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동안 제기돼 왔던 '건설사 줄도산'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분양해도 안 팔리는 아파트… 시장 위축 이어져

광주·전남지역 건설업은 지역의 중추산업이나 다름없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광주·전남 건설업 사업체는 4만637개, 종사자 17만8천496명, 매출액 42조4천194억9천100만원에 이른다. 이는 광주·전남 전체 사업체의 9.98%, 종사자의 8.48%, 매출액 10.63%에 달한다. 한마디로 지역에서 일하는 10명 중 1명은 '건설업'에 종사한다는 의미다. 인력집약적 산업이라는 점에서 경기가 좋지 않으면 그만큼 일을 못하는 근로자가 늘어난다.

건설업의 경우 부동산, 주택경기와 그대로 연계가 된다는 점에서 지난해부터 계속된 주택경기 침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최근 1년간 광주·전남의 아파트 분양성적은 '처참' 그 자체다.

최근 광주지역 일부 아파트가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극히 일부였을 뿐 대다수 아파트의 경우 '청약 미달'로 이어졌다.

광주의 경우 14건의 아파트 중 8건이, 전남은 13건 중 10건이 각각 '청약 미달'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광주와 전남 모두 그동안 관심을 받아온 일부 아파트에만 일종의 쏠림 현상이 발생했을 뿐, 전체 분양 아파트의 66.6%가 청약경쟁률의 최소한의 조건인 '1'을 넘지 못했다. 232세대를 분양한 모 아파트의 경우 단 3명만이 청약접수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청약시장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면서 건설사들은 신규사업을 추진하기보단 연기하는 등 일종의 '버티기'를 선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며 "'소나기는 피해 가자'는 심리가 전반적인 업계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수주액 감소… 사라진 공공공사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건설업계의 양대축인 '민간'과 '관급'이 모두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민간이 좋지 않더라도 관급공사 상황이 괜찮으면 만회가 되는 측면이 있는데 둘 다 위축돼 있다 보니 어려운 측면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관급공사 의존도가 높은 중소건설사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 특성상 관급공사 축소는 사실상 중소건설사의 먹거리 자체가 줄어드는, 생존의 문제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가통계포털의 '공사지역·발주자별 건설수주액'을 보면 올해 1월부터 6월 말까지 공공부문 수주액은 광주 1천73억8천700만원, 전남 8천900억6천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광주·전남 공공부문 연 평균 수주액이 광주 3천748억4천600만원, 전남 2조1천126억3천60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광주는 880억원 가량, 전남은 1천662억5천200만원가량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12월 상무지구 한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사업포기 나선 건설사 증가… 신규 등록은 감소

전반적인 경기 불황은 사업포기에 나선 건설사의 증가로 이어졌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말까지 폐업신고한 건설업체는 광주의 경우 종합 12곳·전문 42곳 등 54곳이며 전남은 종합 13곳·전문 118곳 등 총 131곳에 달한다.

업종변경으로 폐업과 등록이 많았던 2021년과 2022년을 제외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광주지역 폐업신고 건수는 193건(종합 30건·전문 163건), 전남은 523건(종합 55건·전문 468건)으로, 평균적으로 보면 각각 64.3건(종합 10건·전문 54.3건), 174.3건(종합 18.3건·전문 156건) 수준이다.올해는 7개월 만에 예년 수준의 83.98%(광주),75.15%(전남)에 이르고 있다.

산술적으로 보면 올해 폐업 건설업체는 예년보다 29%~44%가량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신규 등록도 마찬가지다.

올해 광주 신규 등록 건설업체는 195곳(종합 38곳·전문 157곳), 전남은 396곳(종합 39곳·전문 357곳)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광주 신규 등록업체는 1천219곳(종합 274곳·전문 945곳), 전남은 2천335곳(종합 231곳·전문 2천4곳)으로 연평균 광주는 406.2곳이, 전남은 778.3곳이 각각 신규업체로 등록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광주 신규 등록업체는 예년보다 72개 업체가 줄어들게 되며 전남은 100개 업체가 감소하게 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덩치가 큰 공사 수주는 대형건설사 몫으로 간다.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경우 한정된 물량 속에 고금리, 경기 위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현재까지 어떻게든 버텨나가고 있지만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자본력이 약한 중소업체부터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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