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근의 잡학카페
건달은 원래 하늘을 나는 신이다. 건달의 어원은 불교 용어인 ‘건달마’에서 왔다. 그는 중국 승시산 남쪽 금강굴에서 기거하며 향만을 먹고 산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향의 향기 사회는 사라지고 돈의 향만 가득한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그 건달은 사라지고, 진화된 욕망의 건달만 남았다.
오늘날 세계적 건달의 대명사는 마피아이다. 마피아의 역사를 보면,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 주민들은 수천 년에 걸친 외세의 침략과 지배를 경험하며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검소함과 강한 가족 중심의 유대 의식을 지니게 되었다. 19세기 말 시칠리아에서 레몬, 감귤류, 오렌지 등의 상업 농업이 성장하면서 절도와 약탈이 빈번하였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가벨로토’ 조직을 만들었다. 이 집단은 점차 조직화되어 강력한 연대 중심의 ‘마피아’라는 고유명사로 발전하였다. 이후 무솔리니 정권하의 강력한 단속을 피해 이들은 미국으로 이주하였고, 현대의 조직 범죄 집단으로 변모하였다.
이와 같은 약탈 집단은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등장해 왔다. 로마 시대에는 켈트족이 수확기에 알프스를 넘어 로마의 식량을 약탈하였으며, 잉글랜드의 로빈 후드, 발칸 및 동유럽의 하이두크, 이탈리아의 브리간티, 중국의 양산박 집단과 황소 세력, 그리고 한국의 활빈당과 임꺽정, 화적 등은 모두 사회적 약자가 지배 계층을 대상으로 행한 약탈을 통해 생존과 저항을 모색한 것이다. 이들은 단순한 범죄 집단을 넘어 때로는 의적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근대로 접어들면서 약탈은 국가 차원의 조직적 행위로 전환되었으며, 제국주의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되었다. 이들 국가는 식민지 확장과 자원 수탈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국주의는 선진국의 입장권”이라는 명제는 역사적 현실을 반영한다. 반면 한국은 제국주의의 외적 고난을 극복하고 자발적 민주주의 기반을 통해 선진국의 문턱을 넘었다. 이는 선진화의 진입 기준이 더 이상 지배와 약탈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인류 역사에서 약탈은 초기에는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출발하였다. 수렵·채집 사회에서 자원 부족은 집단 간 충돌을 야기하였고, 농경과 정착의 확산은 잉여 생산물의 축적과 함께 이를 둘러싼 경쟁과 약탈을 심화시켰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이를 정당화하는 이념적 장치까지 갖추게 되었다.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약탈이 더욱 은밀하고 구조적인 형태로 진화하였다. 직접적인 폭력 대신 제도와 시장을 통해 보이지 않게 수탈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여전히 약자의 자원을 강자의 이익으로 이전시키는 메커니즘을 유지하고 있다. 즉, 약탈은 형태를 달리할 뿐 인류 문명 속에 지속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21세기도 다르지 않다.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은 ‘미국 우선주의’라는 깃발 아래 자신만의 성벽을 견고히 쌓고 창고를 크게 만들고 있다. 그는 오랜 동맹에게 온기의 악수 대신 차가운 계산기를 내밀었다. 모두가 함께 서던 무대 위에 스포트라이트 하나만 남겨 자신만을 비추게 한다. 한때 세계의 파수꾼이던 미국은 이제 계산대 뒤에 선 장사꾼으로 탈바꿈했다.
한국이 보여준 민주주의와 평화 기반 발전은 ‘고린내’에서 왔다. 옛 중국에서는 고려인의 특유한 냄새를 고린내라 하였다. 이제 ‘K-선진국’ 모델로 한국의 향인 고린내를 전 세계에 품을 때가 왔다. 고린내의 평화는 타협이 아니라 용기의 산물이다.
불의한 패권의 성을 무너뜨리는 힘은 거창한 총칼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불씨를 밝히고 연대라는 손을 잡으며 일상 속 작은 발걸음을 옮기는 데 있다. 그렇게 모인 미약한 빛들은 끝내 시대의 밤을 밀어내고, 아직 쓰이지 않은 역사의 새벽을 연다. 역사는 오래도록 힘의 논리에 의해 쓰여 왔다. 그 질서를 넘어서는 것은 진실을 견디는 정신이며, 타자와 더불어 존재하려는 연대의 의지이다. 결국 새로운 역사는 거대한 지배가 아니라 세계 시민으로서의 반성과 연대의 용기에서 비롯된다. 미래는 현재의 연장선에서 결코 달라질 수 없다. 그래서 행동하지 않는다면 내일의 새벽은 사라진다.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창의융합공간 SUM 대표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