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광주시립발레단이 선사한 '꿈' '사랑' '희망'

@김경희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 명예교수 입력 2025.12.25. 14:50

광주시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을 본 후 박경숙 예술감독이 쓴 '모시는 글'을 읽으면서 나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왜냐하면, 작품을 보는 동안 나는 '꿈'을 꾸는 듯 했으며, '사랑'을 느끼게 되었고, 그리곤 '희망'을 품게 되었는데, 박 감독은 인사말에 관객들이 이러한 감정을 느끼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안무 의도를 밝혔기 때문이다.

1막 3장, '눈의 나라'에서 나는 멋진 왕자로 변신한 호두까기 왕자와 함께 환상의 여행을 떠난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숲속에서 펼쳐지는 눈꽃 요정들의 춤과 음악은 그간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꿈을 소환해내었다. 나는 눈꽃 요정들의 환송을 받으며 루돌프 사슴이 끄는 마차에 올라 하늘나라 어디인가 있을 법한 '과자의 나라'로 향한다.

2막, '과자의 나라'에서 나는 스페인 춤, 아라비아 춤, 중국 춤, 러시아 춤, 프랑스 춤을 감상하고, 어린 봉봉이들과 함께 마더진저의 치마 속으로 몸을 숨겼다가, 꽃의 요정들의 춤에 홀려 치마 밖으로 나온다. 급기야, 나는 사탕요정이 되어 과자나라의 왕자와 사랑의 2인무를 춘다.

마음 깊숙이 어느 구석에 꽁꽁 숨겨 두었던 춤에 대한 사랑이 꿈틀거리며 나의 몸이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마음속에 간직했던 춤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미래에 대해 긍정적 희망을 품고, 이를 실천하면서 살아가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게 되었다.

'호두까기 인형'이란 작품에 이러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을 이번 광주시립발레단의 공연에서 느꼈다는 것이 약간은 부끄럽지만 이것은 분명, 이 작품을 재안무한 박경숙 예술감독의 연출과 지도력 덕분이며, 박 감독이 진심으로 소망하였던 안무 의도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것이라 생각된다.

공연을 보는 내내 행복했고, 가슴이 따뜻했고, 커튼콜을 할 때에는 심지어 울컥하며, "부라보"가 저절로 터져나왔다. 이 감흥은 도대체 뭐지? 내가 '호두까기 인형'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첫째는, 혼연일체가 되어 움직이는 우리 무용수들!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 모두가 다 주인공이 되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딸과 아들', 어린이 무용수들의 춤과 연기가 관객들의 마음을 완전히 녹여버렸다. 어린 무용수들이 바로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이라 생각된다. 관객 모두는 무대 위의 무용수들과 함께 웃으며 서로의 감정들을 공유하고 있었다.

무용수들은 힘들고 부자연스러운 어려운 동작들을 보이고자 애쓰지 않았으며,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얼마나 연습을 많이 하였으면….

예술감독 이하, 조가영 부예술감독, 조성미 조안무, 박상철 지도위원, 김선돈 지도보들의 열정과 노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둘째는, 음악이다. 박승유 지휘자님은 무용수 하나하나의 호흡까지도 읽어내는 듯, 빛고을 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무용수들이 충분히 자신의 역량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음악을 연주해 주었다. 음악과 춤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였으며, 관객들은 하나의 완전한 일체적 예술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매년,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흔히 들었던 이 음악이 어떻게 이토록 명확하게, 아름답게 들릴 수 있는 것 인지…. 새로운 경험이었다.

셋째는, 무용수들의 의상, 분장, 무대장치 그리고 조명이다. 모든 작품의 의상과 분장이 다 그러하겠지만 각 각의 배역에 맞게 디자인된 의상과 분장술, 그리고 무대장치와 조명은 관객들을 '꿈'의 세계로 안내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은 무엇보다 훌륭한 광주의 관객들이다. 어쩌면, 이토록 열광할 수 있을까? 나는, 마지막 커튼콜을 하는 동안,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는 무용수들보다 객석에서 열렬히 박수를 보내고 있는 관객들을 주목하였다. '사랑'이었다! 관객들이 보내는 '사랑'이 '희망'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그간 쌓았던 내공을 아낌없이 발휘한 박경숙 예술감독의 헌신과 애정에 존경심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김경희 성균관대 무용학과 명예교수

김경희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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