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은 문명 이전부터 인류의 생존 전략과 함께 진화해 온 감정의 언어이다. 위험을 경고하거나 고통을 견디게 하는 가장 원초적인 소리가 욕이다. 인류 진화의 과정에서 욕설은 위협의 적으로부터 집단의 결속과 위계를 확인한다. 이는 '사회적 신호'로서 타인에게 경계와 억제에 쓰인다. 금기일수록 신호의 힘은 세지만, 곧, 무디어지고 더 닳아진다. 문제는 이런 에너지를 어디에 쓰느냐다. 타인을 깎아내리는 공격적이고 폭력의 전조의 징후이지만, 자기 고통을 식히는 혼잣말의 욕이나 부조리에 맞서 분노를 표현하는 욕은 일종의 심리적 완충장치가 된다. 이는 대나무숲에 대고 욕하는 우리 옛 전통에서 볼 수 있다. 오늘날 문명사회에서 욕은 여전히 공격과 방어, 소속감과 유대 사이를 진동하는 추가 되었다.
우리는 분노나 고통의 순간 본능적으로 욕설을 내뱉는다. 이는 단순한 언어적 무례가 아니라, 인간의 원초적 생존 메커니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욕설은 감정의 과잉을 배출하는 안전밸브로 작동한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뇌의 통증 회로와 스트레스 반응계를 재조정한다. 심리학자 '스티븐스'는 참가자들이 얼음물에 손을 담그며 욕설할 때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고통을 더 오래 견디는 현상을 관찰했다. 욕설은 통증을 경감시키며, 일시적으로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한다. 산모가 분만할 때 욕을 하는 것은 같은 맥락이다. 즉, 욕설은 위기 상황에서의 생리적 방어 기제로 작동하는 것이다.
욕설은 또한 정서적 카타르시스 기능을 지닌다. 분노·공포·수치심 같은 강렬한 감정은 억압될 때 심리적 손상을 남기지만, 욕설을 통한 감정의 즉각적 방출은 심리적 균형 회복에 기여한다. 언어심리학자 제이(Jay, 2010)는 욕설이 긍정·부정 감정 모두에 강한 정서 각성을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욕설이 단순한 부정어가 아니라, 강한 감정적 표현이자 사회적 신호라는 점을 보여준다. 일종의 '정서적 확성기'로서 욕설은 자신이 처한 감정 상태를 사회적으로 표명하고, 타인에게 경고·위협 신호를 보내고, 다음에는 그런 사람을 회피하라는 기능을 수행한다.
뇌과학적으로도 욕설은 독특한 경로를 거친다. 일반적인 언어는 뇌의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에서 처리된다, 그러나 욕설은 인지 기능이 아닌 원시적 뇌인 변연계의 편도체와 기저핵을 통해 자동적이며 충동적으로 출력된다. 파킨슨병 환자들이 말하기는 어려워도 욕설은 유창히 할 수 있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욕설은 정서 처리와 운동 반응을 담당하는 뇌 깊은 곳의 원시적 회로를 자극하며, 이성적 전전두엽의 억제와 통제 기능을 피해서 우회한다. 그래서 욕설은 '생각'보다 '느낌'에 가까운 언어다. 욕설은 사고의 생각이 아니라 즉시적 느낌의 전달이다.
그러나 욕설의 효과가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욕설은 스트레스 해소를 돕지만, 일상적이고 만성적으로 사용할 경우 오히려 스트레스 반응을 만성화시킬 수 있다. 지속적 욕설 사용은 뇌의 편도체 과다한 활성을 강화해 분노 역치가 낮아진다. 그래서 사회적 관계에서 갈등과 고립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우리는 국가 지도자의 잦은 욕설은 곧 분노로 이어짐을 보아 왔다. 또한 욕설에 자주 노출된 아동은 감정조절능력이 저하되고 공격성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그래서 잦은 욕설을 유발하는 사회는 사라져야 한다. 왜냐하면, 욕설은 순간적 진통제이자 방어막이 될 수 있지만, 과용될 경우 감정 조절 체계를 마비시키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욕설은 인간의 감정, 생리, 사회적 상호작용의 경계에 놓인 언어다. 고통 속에서 나오는 욕설은 뇌를 각성시키고 생존 본능을 일깨우며, 심리적 균형을 회복시키는 원초적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그 힘이 강한 만큼 자주 노출하는 사회나 공동체의 지도자는 선도자가 아니다. 지도자가 욕설을 자주 사용할수록 더 강한 자극을 통해 분노를 표출하며, 결국 사랑을 사라지게 한다. 반대로 사랑은 분노를 소멸시킨다.
욕설의 진짜 힘은 남용이 아니라 절제에 있다. 욕설과 분노의 경보 신호에 응답하는 길은, 그 욕설과 분노가 사라지게 만드는 사랑과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것이다.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창의융합공간 S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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