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우두머리와 길잡이의 간격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입력 2025.02.16. 15:17
■김용근의 잡학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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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은 신년을 맞아 마음속에 새로 피어나는 꽃처럼, 다이어트와 금연으로 열정이다. 직장인들도 한 해를 시작하면서 직무능력과 성과를 열매로 맺기 위해 자기계발의 나무를 가꾸기 위해 관련 책을 산다. 목표라는 항구에 다가가기 위해 동기를 부여하고 자극한다. 특히, 자기계발서는 사람들에게 목표와 동기부여, 행동지침과 자기성장을 믿고 나아가도록 돕는 지도로서 유용한 도구가 되어 준다.

이는 생활태도의 개선, 시간관리, 용기, 자신감과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기 위한 특효약으로 확신한다. 그래서 자기계발서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 빛을 향해 나아가는 길잡이로, 한국에서는 문학과 철학이 풀어내는 심오한 물음의 책들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잘 팔린다.

그러나, 자기계발서의 많은 조언은 마치 넓은 바다에서 떠도는 보통의 나뭇잎처럼, 개인의 고유하고 특수한 능력과 여정에 맞게 돕지 못한다. 단지 일반적인 방향을 제시할 뿐 실질적으로 각 개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성공 확률이 매우 낮은 몇몇 별처럼 빛나는 극소수 사람들의 사례만을 다룬다. 그래서 이들의 길이 너무 먼 곳에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닿을 수 없다. 이로 인해, 자신의 배에 맞는 노를 찾지 못한 채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들이 현실의 파도에 밀려 실패를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부 직장에서 행하는 자기계발 프로그램과 강연은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충만 시킨다. 직장에서 자기계발로 만들어진 성과의 대부분은 고용주의 몫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크다. 대표적인 자기계발의 핵심인 '하면된다','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등의 긍정언어는 노동문화의 선진국에서는 갑질 언어로 여긴다. 즉, 자기계발이라는 미명 아래 스스로를 착취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오늘날 자기계발서는 개인을 위한 지침서가 아니라 리더가 휘두르는 채찍이 된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 등불을 태우다 스스로를 소진하는 것보다, 세상의 길을 밝히는 리더가 자기계발을 통해 조직의 문제해결과 방향 제시하는 빛을 키워 길과 항로를 비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리더는 동양권에서 지도자, 지휘자, 선도자 등을 의미한다. 여기서 지(指)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다', 도(導)는 '인도하여 이끌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리더는 방향을 제시하여 이끌어 가는 사람이다. 리더의 순수한 우리말은'길잡이'로 길을 찾고 예견한 사람이다. 유사한 의미로, 옛날에 농사일을 이끄는 사람을 뜻하는 '머슴아', 오늘날 부정적인 의미로 변한 '앞잡이' 그리고 집단에서 으뜸가는 지위를 갖는 사람이나 대장 노릇하는 '우두머리' 등이 있다.

리더(leader)의 어원은 '여행하다(lead)'라는 고대 영어와 '가다(ledan)' 라는 앵글로색슨의 고대어에서 유래했다. 부족들의 이동 경로를 안내하는 '길잡이' 가 리더인 것이다. 그래서 리더는 '먼저 행하는 자', '앞서가는 자'라는 의미이다.

고대 지중해 연안 폴리스의 리더는 지중해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바닷길이 중요했다. 리더를 뜻하는 헬라어 '쿠베르나오(kubernao)'는 배의 방향을 잡는 '조타수'로서 배의 키잡이를 의미한다. 플라톤은 '국가론'과 '대화편'에서 배를 온전하게 이끌어가는 '조타술'을 의미하는 '퀴베르네시스(kybernesis)'를 통치술과 리더십으로 비유해서 설명했다. 플라톤의 역할 비유에서, 배는 공동체로, 배의 주인을 민중(demos)으로, 키잡이를 집정관으로, 조정술을 통치술로, 선원들을 배의 실무를 담당하는 정치가로 비유하였다. 공동체라는 배에서 리더는 거센 파도를 헤쳐나가며 배를 올바른 목적지의 방향으로 이끄는 숙련된 항해사와 같다. 즉, 거친 파도를 헤치며 배를 능숙하게 이끄는 키잡이 항해사가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다.

리더의 리더십은 공동체 구성원 간의 소통을 통해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능력이며, 이는 단순한 지시가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와 철학을 정립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과정이다. 방향을 상실한 공동체는 권력의 우위를 지닌 지배자나 대장 노릇하는 우두머리가 아닌, 비전을 제시하고 항로를 읽으며 내일을 내다보는 항해술을 지닌 키잡이와 길잡이가 절실히 필요하다.

지휘자인 우두머리와 길잡이의 간격은 어께에 멘 완장과 손에 든 나침반의 차이이다.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창의융합공간 S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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