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가 화젯거리이다. 최근 '명태균 게이트'를 계기로 여론조사가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고, 미국 대선에서는 여론조사의 예측이 2016년과 2020년에 이어 크게 빗나가면서 여론조사의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 예측이 빗나가는 이유는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선거기간 중 정치·경제적 환경 변화, 후보자들의 합종연횡,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 등이 대표적인 외적 변수이다. 또한 '여론조사 방법론'이라는 내적 변수가 있다. 조사 대상의 표본 크기와 대표성, 설문 시점, 응답률, 질문의 내용과 순서, 그리고 질문의 목적과 의도 등 수많은 변수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정치 여론조사에서 주로 사용하는 조사 방법은 '전화면접'과 'ARS(Automated Response System·자동응답시스템)'이다. 가장 큰 모순은 '낮은 응답률'이다. ARS의 응답률은 2~4%에 불과하고, 전화면접은 10%대에 그친다.
국내 여론조사 기관은 ARS의 사용 유무를 기준으로 구분한다. 한국갤럽, 한국리서치, 코리아리서치 등 35개 업체가 가입된 한국조사협회(KORA)는 "ARS가 비과학적이어서 사용을 금지한다. 기획·보도·논평도 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반면 리얼미터, 한길리서치, 여의도리서치 등 18개 업체가 가입된 한국정치조사협회(KOPRA)는 "ARS는 미국·유럽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기법"이라며 가성비가 높은 ARS 사용을 합리화하고 있다.
그밖에 '명태균의 미래한국연구소'처럼 비공식 여론조사를 하는 정치 집단들이 전국 곳곳에 존재한다. 여기에서 가장 논란이 된 여론조사가 '비공표 여론조사'이다.
'왜 공표하지도 않을 여론조사를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 이유는 비공식적인 경로의 노출과 홍보를 통해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거나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다. 예컨대, 여론조사 1위라는 유리한 결과를 데이터화한 다음, SNS를 통해 지인이나 당원들에게 배포하고, 그것을 또 다른 지지자들에게 퍼지도록 유도함으로써 '밴드왜건 효과'를 노린다.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는 음악 밴드를 실은 마차가 나타나면 사람들이 몰려온다는 것에서 유래한 용어로, 선거에서 승산이 있어 보이는 후보에게 투표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것은 축구 경기의 초반 득점처럼 선거 초반의 승기를 잡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여론조사는 인간이 가진 불확실성에 대한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구이다. 과거에는 사주나 점술에 의지했다면, 현대에는 과학적인 조사 기법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 한다. 그러나 첨단 AI·빅데이터를 보유한 미국도, 과거의 예측 실패로 망신을 당하고 준비해도 오차를 줄이지 못하는 것이 '여론(輿論·Public Opinion)'이다.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게다가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TV보다 유튜브로 정치를 보는 시청자가 증가하는 이유이다. 문제는 정치적인 유튜브를 지속적으로 시청했을 때 편향적인 사고가 강해지고, 나와 반대되는 세력을 적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한 조직의 리더가 편향적인 사고를 가졌을 때, 그 조직은 분열되고 대립이 심화된다.
여론조사는 인간의 모순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를 신뢰하기보다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미디어리터러시가 필요하다. 나와 다른 의견을 경청하는 것, 후보자의 외형보다 내면을 살피는 것, 사적인 이익보다 공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 이것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 사고, 즉 '중용(中庸)'이다. 이것이 더 나은 세상을 준비하는 미디어리터러시이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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