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감사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성년의날 등 1년 중 감사와 선물 왕래가 가장 많은 달이다.
선물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매장이나 백화점을 가야 하고 또 한참을 골라야 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선물 문화가 스마트폰 대중화로 인해 크게 바뀌었다. 언제 어디서든 쇼핑하고 선물할 수 있는 '모바일 선물 문화'다.
우리나라는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대세다. 이것은 24시간 카카오톡 접속과 연결 속에서 선물하기 링크를 통해 쇼핑과 결재, 그리고 소통이 논스톱으로 이루어지는 관계형 전자상거래(E-commerce)이다. 2010년 12월 출시된 이 서비스는 현재 국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첫 화면에는 '마음을 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광고문구가 나온다. 선물하기의 추천 메뉴에는 '가벼운 선물', '받고 싶어한', '많이 선물한', '아플 때' 등의 카테고리가 무수하다. 이곳은 300원짜리 막대사탕부터 4천만원이 넘는 명품 브랜드까지 성별, 연령별, 가격별, 취향별로 각양각색의 쇼핑 천국이다.
인터페이스는 '제품명', '가격', '썸네일 이미지'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이중에서 쇼핑의 직접적 요소는 '썸네일 이미지'다. 이 작은 이미지가 시각적인 쇼핑의 즐거움을 주고, 판매율, 재방문율, 나아가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타깃은 '시즌'과 '특별한 날'에 집중되어 있다. 시즌이란 추석과 설 명절, 크리스마스와 연말, 졸업과 입학 시즌 등의 사회적 대목이고, 특별한 날이란 '생일', '결혼기념일' 등의 개인적 기념일이다.
이중 카카오의 첫 번째 특수는 '생일'이다. 생일은 고유한 축하 문화이고, 선물의 충성도가 가장 높은 날이다. 카카오톡은 화면 상단의 즐겨찾기 탭 위에 '생일인 친구'를 강조하고, 그 옆에 '선물하기' 버튼을 배치해 선물 구매를 유도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국민앱' 카카오톡이 국민 대다수의 '생일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일 데이터는 앱을 설치할 때 필수적으로 입력해야 하는 주민번호와 연동되어 있다.
역설적으로 '안주고 안받는 無선물문화'도 확대됐다. 지난 2016년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이후 음료수 한 잔의 선물도 청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선물 문화가 위축되고 감소한 결과다. 문제는 학교 선생님이나 동료의 생일을 모르는 채 지나치는 '무관심 문화'의 확산이다.
선물의 본질은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고, 신세를 갚는 것이며, 그 사람이 잘 되길 바라는 이심전심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황금만능주의 사회에서는 인간적인 관계보다 계산적인 관계가 증가한다.
선물문화는 부모 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보던대로 듣던대로 따라하기 마련이다. 성의있는 문자 한 통, 관심의 표현이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인간적인 교육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최근 인공지능 기계가 점점 인간을 닮아간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인간이 인공지능 기계를 닮아가는 게 더 큰 걱정거리다. 인공지능은 '마음을 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을 유혹하지만, 인간은 '마음을 제대로 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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