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AI 역사에서 흑역사가 중요한 이유-(36)

@김경수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24.04.07. 14:43
AI의 개념 및 역사.

■김경수의 미디어리터러시-(36)

AI 70년 역사에서 최초의 AI 연구는 1950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의 '계산기계와 지능'이란 논문이다. 이 논문에서 앨런은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파격적인 질문과 함께 기계의 지능 보유 여부를 판별하는 '튜링테스트(Turing-Test)'를 최초로 제안했다.

AI의 개념은 AI 안에 '머신러닝(ML)'이 있고, 그 안에 '딥러닝(DL)'이 있다. AI는 포괄적 개념이고, 머신러닝은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한 '기계 학습'이며, 딥러닝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신경망 학습'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AI는 컴퓨터 비전과 기본 인식 패턴에 대한 기초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프로그래밍 언어와 로봇, SF영화 등을 중심으로 기대감을 올렸지만, 열약한 컴퓨터 성능의 한계에 부딪히며 '1차 AI 겨울'을 맞이했다. AI 겨울이란 기존의 지원이 끊긴 AI 연구의 암흑기를 뜻한다.

암흑기 중에도 머신러닝 연구는 지속됐고, 1980년대에 '전문가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두 번째 AI 붐이 조성됐다. 그러나 복잡한 네트워크를 처리하지 못하고 이미지 인식을 못하는 등의 결함으로 인해 전문가시스템이 폐기됐다. 이때 투자자들은 AI를 사이비과학으로 취급할 정도로 불신했다. 이것이 1990년대의 '2차 AI 겨울'이다.

이를 반전시킨 대표적 학자는 토론토대학의 제프리 힌튼 교수다. 그는 '2012년 대규모 시각적 인식 챌린지' 경연 대회에서 탁월한 이미지 인식률로 우승하면서 딥러닝의 우수성을 세상에 알렸다. 그 후로 다양한 딥러닝 기술과 반도체 성능 등이 동반성장하면서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

최근 AI 뉴스를 보면 AGI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AI 로봇이 일상에 곧 들어올 것만 같다. 과연 하나의 AI 휴머노이드 로봇이 삶은 달걀의 껍질을 벗겨서 요리하고, 부엌의 다양한 도구들을 설거지할 수 있을까.

"내년에 AI가 사람보다 똑똑해진다"라는 일론 머스크의 주장과 "내년에 자율주행 기술을 갖출 수 있겠네?"라는 얀 르쿤의 비판 중 어느 주장이 더 합리적인가.

지난달 AI 컨설턴트 회사인 가트너에 따르면 'AI의 기술촉발'이 '부풀려진 기대의 정점'을 지나 '환멸의 골짜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것은 '3차 AI 겨울'의 암시이며, 1차, 2차 AI 겨울의 역사에 기초한 합리적 의심이다.

힌튼 교수는 "10년 안에 AI 킬러로봇이 나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것은 2017년 아마존 AI 면접의 성차별, 2020년 영국 비자승인에서 AI의 인종차별 등의 역사적 사건에 근거한 주장이다.

우리나라 과학계에서는 2000년대 노벨상까지 거론되던 줄기세포 논문이 조작으로 밝혀져 사회적 충격과 실망을 준 흑역사가 있다.

아픈 역사를 통해 얻은 교훈은 '과장이 커질수록 환멸의 골짜기가 깊어진다'라는 것이다. 인간사에서도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다.

역사는 미래의 논거가 된다. AI의 빛나는 역사와 함께 '흑역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6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7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