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주민들이 만드는 포용사회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입력 2024.02.04. 15:31


■신경구의 포용도시

지난 1월 마지막 주말 외국인 두 사람이 두툼한 봉투를 들고 국제교류센터를 방문했다. 올해 교류센터의 사정이 좋지 않을 것이 걱정이 되어 찾아 왔다는 것이다. 현재 목포대학 영문과에서 가르치는 조슬린 라이트 교수와 그 남편 프라베쉬 파우델 씨는 이번만이 아니라 벌써 여러번 같은 목적으로 교류센터를 방문했고, 그 때마다 적지 않은 금액을 교류센터에 기부했다. 특히 라이트 교수는 영어교육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다양성과 평화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분이기도 하다. 라이트 교수가 쓴 논문에는 '평화와 교육 개혁', '평화 언어학', '다양성' 등이 핵심 단어로 등장한다.

그 동안 광주를 외국인들에게 안내하는 책자가 많이 나왔지만, 가장 꾸준하게 발행된 책자는 교류센터가 2006년에 처음 발행한 영문판 광주가이드북이다. 3년에 한번씩 개정되다가 4판을 마지막으로 인쇄를 멈췄지만 지금은 온라인(https://gwangjuguide.or.kr/)에서 광주 안내를 계속하고 있다. 이러하게 지속적인 가이드북이 가능하게 된 데에는 지금 조선대 행정복지학과에서 가르치는 마리아 리삭 교수와 당시 현장실습에 참여한 전남대 영문과 학생들이 공이 크다. 리삭 교수가 영문과에서 파견된 학생들을 팀으로 조직하고 정보를 수집하게 하고 이를 영어로 번역하게 하고, 자신이 직접 문장을 교정하여 책자로 만들었다. 초판을 낼 때에 이분이 투자한 시간은 감히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 뒤로 개정판을 낼 때마다, 마리아 리삭 교수는 책자 발행을 중지하고 웹 가이드북으로 바꿀 것을 주장했다. 리삭 교수는 대학에서는 평화와 환경을 기반으로 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 문제에 관심 갖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국제교류센터에서는 이사로 또 후원회원으로 광주를 포용도시로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필리핀 이주민들은 자신들의 영어 활용 능력을 활용하여 지역 사회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 중 2015년에 조직된 광주필리핀영어교사모임(Gwangju Filipinos English Teachers: GFET)은 교수 방법, 한국 문화, 한국 요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 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또 지역사회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 대상 영어교육뿐 아니라 필리핀 이주민을 위한 한국어 교육을 시행하기도 하고, 광주국제교류의 날, 천주교 필리핀 커뮤니티 행사, 필리핀 문화를 홍보하는 문화 수업,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영어 교육 봉사에도 계속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 19의 충격으로 지금은 활동이 멈췄지만, 광주공연기획(Gwangju Performance Project: GPP)은 광주거주 외국인들이 중심이 되어서 2015부터 2020년까지 6년 동안 광주의 연극 무대를 국제화하는 데에게 크게 기여했다. 이 모임은 연극뿐 아니라, 음악, 춤, 등 다양한 모습으로 지역 사회 활동을 주도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공연에서 모은 적지 않은 돈을 교류센터에 기부하기도 해서 간사들을 감동시키도 하였다.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무한한 시간과 노력과 정성을 쏟아 넣는 모습을 본 나는 이들의 후원금을 받으면서 마음이 아플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다. 앞으로 더 많은 이주민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우리 사회가 더욱 포용사회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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