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처구니'를 숨기고 '거들먹'을 노출하는 '거덜사회'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입력 2024.01.21. 15:02

■김용근의 잡학카페

그때도 오늘도 말속의 말의 진화를 보면 시대적 진리와 도덕을 담은 교양어와 백성어가 소멸하면서 살아서 남아있다.

힘있는 권력을 등지고 거들먹거리는 것에 대해, 시대와 문화가 반영되어 비꼬는 말은 백성어이며 여론이다.

권력자는 모방하지 못하는 권력의 상징적 구조물을 만들어 백성과 지배계급을 가르고, 복종을 강요하였다. 권력 추구의 욕망자는 이런 상징물과 행동을 모방한다.

우리 역사유물에서 권력의 상징적인 구조물 중 하나가 대궐 건축물 기와지붕의 추녀마루 위에 세워진 '어처구니'라는 토우이다.

이것은 액운을 막고 악귀와 요괴가 접근하는 것을 막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궁궐인 경복, 창덕, 창경궁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 구조물의 유래는 당 태종이 밤마다 꿈에 나타나는 귀신을 쫓기 위해, 지붕 위에서 병사들이 지키는 일에서 왔다. 하세의 위정자들의 집 지붕에 궁궐의 상징물인 어처구니를 어설프게 모방하거나 없을 때, '어처구니없다'는 말을 한다. 이런 광경을 보는 일반 백성들이 '어처구니없다'라고 말하여 비꼬는 백성어를 만들었다.

'어처구니'의 또 다른 의미는, 콩을 비롯한 곡식을 분말로 만들거나 콩물과 같은 걸죽한 물곡물을 만드는데 쓰이는 기구인 맷돌의 손잡이를 일컫는 말이다.

'어처구니가 없다'라는 말은, 맷돌의 손잡이가 없어 맷돌을 돌리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이때 손잡이인 '어처구니'를 숨긴 상태를 '어처구니없다'라고 말한다.

새로 만든 맷돌은 상하 돌이 맞닿은 면이 거칠며, 오래된 맷돌은 너무 많이 사용하여 미끄러워 성능이 낮다.

그래서 동네에서 성능 좋은 맷돌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갖는다. 가끔은 사용권에 대한 권력으로 며느리나 동네사람에게 이 맷돌의 손잡이인 '어처구니'를 빼내 숨겨, 사용자는 손바닥으로 맷돌 기둥을 돌리거나 임시로 만든 손잡이를 '어처구니'로 사용해 애를 먹게 된다.

동네 여러 집의 맷돌은 사적 소유이지만 동네라는 공동체에서 성능 좋은 맷돌은 공동의 공공기구이다. 그래서 어처구니없는 사람이란 공동체에서는 무용의 인간이 되고 만다. 오늘날 공공의 '어처구니'가 사라지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어 서글픈 일이다. 이처럼 어처구니가 없는 졸부들의 권력은 이유없는 인정욕구의 '헛권력'이다.

'헛권력'의 또 다른 예로 '거들먹', '거덜거리다'라는 말이 있다. '거덜'이란, 옛날에 가마나 말을 맡아 관리하는 '사복시'라는 관청에서 일하던 하급 종을 말한다.

'거덜'은 궁중이나 고위 관리가 행차할 때 타고가는 말이나 가마 앞에서 "어이, 물렀거라. 대감님 행차시다"와 같은 큰소리로 앞길을 터주는 것이다.

거덜은 행차시 위세를 더하기 위해 큰소리로 목청을 길게 빼어 부르는 권마성이라는 소리기법로 외친다. 거덜은 자신이 귀족이라도 된 듯 팔을 휘휘 저으며 어깨를 우쭐거리며 지나간다.

그러나 거덜의 광경을 본 백성들은 허세의 모습이 매우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이처럼, 별 볼 일 없는 종인 거덜이 남의 권세에 기대어 우쭐거리는 허세를 '거덜거리다'라고 꼬집어 놀렸다.

이 말은 시간이 지나며 '거들먹거리다'로 변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주권자로부터 잠시 주어진 권력을 자기 권력으로 착각하거나, 권력자를 등지고 우쭐거리고 휘젓는 모습은 여전히 '거들먹 인간'으로 소환 한다.

각자의 주어진 권력은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는 자리에 거주하는 것이다.

'거덜 나다'는 거덜의 허세 행동에서 시작된 '거들먹거리다'와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

'거덜나다'는 거덜의 역할이 끝나면, 거덜은 신분과 밑천이 드러나게 되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따라서 '거들먹거리'는 허세는 언제인가는 '거덜 나는' 허망으로 끝난다. 김용근 학림학당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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