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창작오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故 이금주 회장

@유형민 광주음악협회장 입력 2024.01.02. 13:55
창작 오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형민 광주음악협회장

지난해 12월27일 광주문화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인권 운동에 헌신한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 회장인 故 이금주 회장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 오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 올해 마지막 오페라로 올라간다는 소식에 극장으로 향했다.

다음날 오전, 반가운 뉴스가 흘러나왔다. 오페라를 보고 난 후여서 감흥이 더 남달랐다.

뉴스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들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 선고가 나왔다. 이날 대법원 3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조선을 상대로 각각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의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한 기쁜 소식이었다. 오페라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창작 오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광주문화재단의 광주문화자산콘텐츠화제작지원사업에 선정돼 진행됐다.

이 사업은 광주 유무형 문화자산을 소재로 한 창작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으로 광주광역시에 소재하는 공연예술 시각예술 융복합 문화예술단체를 대상으로 2년에 걸쳐 지원하는 연속성 사업이다.

컬쳐 크리에이티브 그레이스 주최하고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협력한 작품으로 극작 및 연출에 최민, 작곡가 이승규가 곡을 소프라노 박준영(이금주 역), 소프라논 조안나(어린 이금주), 테너 장호영(동료 A), 바리톤 이준희(남편 /기자역) 그 외에 지역의 젊은 예술인들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오페라는 故 이금주 회장의 일대기와 소송과정을 함께 한 지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故 이금주 회장은 1992년 2월 일제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제기한 대규모 집단소송인 '광주 1,000인 소송(원고 1·2차 총 1,273명)'을 시작으로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등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7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2002년 '한일회담 문서 공개소송'에 직접 원고로 나서는 등 한일회담문서 공개는 물론 강제동원특별법 제정, 정부 진상규명위원회 발족 등의 성과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온몸으로 지켜낸 파수꾼인 故 이금주 회장을 무대에서 만나는 묘한 떨림이 무대 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글씨가 조명을 받으며 빛나는 순간 기대로 다가왔다.

우선 이 작품은 소재의 참신성을 높이 사고 싶다. 주인공인 고 이금주여사는 타계한지 3년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고인을 기억하고 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된 이야기 외 지역문화계는 소재의 한계성을 느낀지 오래다. 광주문화재단의 이 지원사업은 새로운 지역문화콘텐츠를 발굴 육성해 개발하는 좋은 사업모델이다.

전체적으로 참신한 소재발굴과 젊은 지역예술인들의 무대참여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다만, 사전조사와 준비 기간 1년, 제작 1년을 거치는 사업모델인 만큼 훨씬 더 많은 고민의 흔적들이 보여지기를 바란다.

오페라보다는 음악극이라고 했으면 더 설득력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극장에서 5개의 악기로 반주 되어지는 작품을 굳이 음향을 사용하면서 오페라라는 이름으로 연주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의 형식상 충분히 가수들과 연기자들의 성량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

연출이 어린 금주와 70대의 이금주를 조명으로 분리시키며 이중창을 시키는 부분은 참신했으나 같은 장면이 계속 반복 되어지면서 지루해졌다.

또한 70대의 이금주 회장으로 분한 소프라노 박준영의 모습이 70대로 확실히 보였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극본 역시 방향성에 있어 더 많은 고민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작사와 극본에 대한 걱정은 향후 공연에서 얼마든지 보강 가능하기에, 지금 언급은 기우에 그칠 수 있다. 작사를 포함해 본 공연에서는 전문성을 살리는 분업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이야기 진행을 위한 구체적인 정보는 노래가 아닌 일반 대사 안에서 짧게 등장한다. 다행히 아리아 "어디에도 없는 나라"에는 내용, 구체적인 비유 등이 가사 안에 비교적 균형 있게?녹아들었다. 그리고 선보인 곡들을 통해 작품을 어떤 서사로 끌고 가는지는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전체 런닝타임 (커튼콜 포함)이 50분을 넘지 않은 가운데 선보인 음악 중 상당수는 계속 반복 되어지고 가사는 감정에 기대어 가는 듯해 아쉬움을 남겼다.

참신한 소재를 바탕으로 앞으로 대사와 연기, 음악의 반복 부분을 개선한다면 창작오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지역을 대표할 문화자산콘텐츠로써 일회성 공연이 아닌 지역을 벗어나 유통할 수 있는 공연 콘텐츠로 충분히 성장 가능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더 많은 자본과 노력이 투입된다면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 공연으로 재탄생해서 이금주 회장을 기억하는 모든 이에게 박수를 받는 작품으로 제작되어 질 것이라 기대하며 정식 공연을 기다려본다.

유형민 광주음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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