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구의 포용도시
1933년 나치가 독일의 총리로 임명될 당시,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이라고 자랑한 '바이마르 헌법' 체제를 갖고 있었다.
히틀러가 총리로 임명되면서 곧바로 나치 정당의 독재를 위한 길을 닦기 시작했다. 나치 정부를 비판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공산당과 같은 반대 정당을 해산했다.
이렇게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상황에서, 언론과 시민들의 반응은 대부분 침묵과 순응이었다. 그 결과 6백만 유태인 학살을 비롯해 소련인 2천300만, 독일인 700만, 폴란드인 600만 등 약 5천500만명이 생명을 잃는 인류역사상 최악의 비극을 겪게 됐다.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이 1933년 이후 나치의 상황을 보는 듯 하다.
지난해 5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래 엄청난 비리와 사건이 계속되고 있어서 새로운 이슈가 과거 이슈를 덮어 버리고 있다.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 같은 비극도 우리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
억울하게 간 채수근 상병 사망 원인을 파헤친 수사단장 박정훈대령이 '집단항명수괴'로 부당하게 고발됐고, 사망 원인 규명은 우리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있다.
예비타당성 검토를 마친 고속도로 노선을 타당성 검토 절차도 없이 변경한 양평고속도로 변경 의혹도 더 이상 국민들의 관심 대상이 아닌 듯 하다.
김의겸 의원의 이정섭 검사 비리 폭로를 뒤이은 강미정씨의 대담이 막장 드라마 이상으로 폭발력이 크지만, 또 다른 사건으로 이를 덮을 것만 같다.
이러한 비리와 사건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나치가 제도적으로 독일을 장악했듯이, 현 정권이 검찰과 극우파로 제도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 대화·교류·협력을 위해 만들어진 통일부 장관에 대북 강경론자 유투버를 임명하고, 국방부장관에는 전두환 쿠데타를 옹호하고 문재인을 간첩이라고 주장하는 자를 임명했다.
과거 정권의 청와대 언론특보로 있으면서 언론 장악을 기획·조종하고 실행한 자를 공정한 방송을 책임져야 할 방통위원장에 임명했다. 이어서 언론 신뢰도와 영향력에서 순위권에 들지도 못하는 문화일보 출신을 신뢰도와 영향력에서 1-2위를 다투는 KBS 사장으로 무리한 절차를 밟아 임명했고, 이렇게 임명된 사장은 발령받기 전부터 방송법과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방송국의 편성권을 장악했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는 복지와 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정부를 운영하는 데 반해서,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서는 MBN·TV조선·JTBC·채널A 등 종편을 만들었고, 이어 현재의 보수당 정부는 공영방송 환경을 보수 정권의 입맛에 맞도록 요리하고 있다.
정권이 정부 체제와 언론을 장악하는 과정이 독일에 유사한 것도 문제이지만, 정권의 탈법적인 언론 장악 노력과 비리를 언론이 외면하고, 검찰, 감사원, 경찰 등 공무원들이 순응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이다.
검찰 공무원들은 부당한 방법으로 야당 대표 수사를 1년 넘게 끌고 있고, 감사원은 표적 감사를 통해 전 정부 인사들 해임과 고발을 주도했고, 경찰은 수사관을 6번이나 교체해 가면서 강미정씨의 마약 고발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 평범한 공무원들의 행동은 나치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라서 유태인을 학살한 아히히만을 연상시킨다.
'가짜뉴스 신속 심의센터'에 파견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직원 4명이 자기 부서로 복귀시켜 달라며 고충신고서를 제출하고 또 동료 직원 150명이 고충 처리 신고에 연대하는 움직임이 고무적이긴 하지만, 공직 사회에 이런 반발이 일반화 되지 못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는 못해도 대신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많이 있다. 잘못된 신문과 방송을 거부하고, 강미정씨의 고발을 제대로 보도하는 언론사를 구독하고, 정직한 정치인과 시민단체를 후원하고, 시위에도 참여하는 일이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노동 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 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유태인들에게 왔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말틴 뇌뮐러 목사가 한 말이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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