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경구의 포용도시/친 자전거 도시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입력 2022.09.18. 14:41

몇년 전 네델란드 어느 도시에서 미니 스커트에 정장을 차려입은 여성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고 얼른 찍은 사진이다. 머리도 곱게 다듬고 옷도 정장으로 차려 입은 것으로 보아, 공식 모임에서 발표를 하거나 취업 면접을 하러 가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생각도 빠르게 친자전거로 변해 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에 대한 운전자들의 태도가 바뀌는 것을 경험해 왔다. 즉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조심스럽게 피해 가고, 옛날처럼 불편하다고 욕하는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2000년대 초반 계림동 시 청사에서는 자전거 출입을 금지해서 문밖에 세워 둬야 했다.

현재는 시청 앞에 공유 자전거가 줄지어 있다. 사용자가 적은 것이 문제일 뿐이다.

여성 자전거 이용자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2021년 시의회 설문 조사에 따르면 기존 차도를 줄이고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를 늘리는 데에 응답자 71%가 찬성했다. 편도 3차선 이상인 도로에서는 차선 하나를 떠어 내서 자전거 도로로 운영하는 데에도 66.2%가 찬성했다.

그러나 광주가 친자전거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생각과 현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장벽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현재 광주의 자전거 도로가 660km라고 하지만, 508km는 인도와 자전거 겸용도로다. 즉 넓지 않은 겸용도로에서 자전거가 사람을 피해 다녀야 하고, 노면이 고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도심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금남로는 자전거 통행금지 구역이고, 금남로 1-3가 인도에는 자전거 도로 표시조차 없어서 자전거로 다니는 일이 매우 조심스럽다.

그래서 금남로 근처에서 자전거로 다니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차도를 줄이고 차량 교통을 불편하게 하되,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만들어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교통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 장벽은 전국의 어느 지하철역에서도 자전거 탑승을 제한하지 않는데 반해서, 광주에서는 가장 이용자가 많은 지하철 금남로4가역과 문화전당역에서 자전거 탑승을 금지하고 있다.

전국 주요 도시의 지하철 이용자 숫자를 비교해 보면 이러한 제한이 불합리함을 금방 알 수 있다. 이용자가 많다는 이유로 자전거 접근을 금지하는 금남로4가역은 다른 도시의 주요 지하철역에 비해서 그 이용자 숫자가 크게 떨어진다.

이용자 숫자가 금남로4가역의 18배가 넘는 서울 강남역조차도 자전거 통행을 제한하지 않는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넓히는 데에는 큰 비용이 들어가고, 또 관련 주민들을 설득해야 하지만 금남로 4가역에 대한 자전거 접근 제한은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이다.

광주천의 오른쪽 길에 대한 자전거 통행을 제한하는 것도 자전거의 도심 접근성을 크게 떨군다. 광주천 오른쪽 길 자전거 통행 허락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일이다.

온 세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기후위기로 몸살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모든 지역이 열대야로 고생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 조치 중의 하나가, 교통수단을 바꾸는 일이다. 차도를 줄이고 자전거 길을 넓히는 친환경 교통은 운전자들에게 매우 불편한 일이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운전 대신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사용하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친환경 포용도시를 지향하는 지름길 중의 하나이다. 광주는 지난 20년 가까이 문화도시와 인권도시를 지향해 왔다. 인권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주민의 자율과 평등과 포용 세 가지가 있어야 하는데, 국제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미래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피부색과 문화가 다름을 인정하는 포용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다.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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