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학생 수는 줄어도, 배움의 무게는 줄지 않는다

@백성동 광주풍영초등학교 교사 입력 2026.09.15. 15:24
풍영초등학교 교사

정부와 재정 당국이 학령인구 감소를 명분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압박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학생 수가 줄었으니 교육청에 가는 돈도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기계적 셈법이다. 이 차가운 계산기 앞에서 교육계는 개별 맞춤형 교육과 미래 교육에 대한 투자를 이유로 재정 축소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옳은 대응이다. 다만 나는 이 싸움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학생 수가 준다고 학교의 살림이 그만큼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줄어든다고 학교 건물의 전기세나 난방비가 절반으로 줄지 않으며, 소외 지역의 작은 학교를 지키는 비용은 오히려 더 든다. 특히 농산어촌이 넓은 전남광주 지역에서는 단 몇 명의 아이를 위해서도 교사와 급식과 통학버스를 온전히 갖춰야 한다.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질 높은 공교육을 하려면, 줄어든 학생 수만큼 1인당 투자는 오히려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마땅하다.

더 아픈 질문은 따로 있다. 과연 그 재정이 그동안 교실에 제대로 도착했는가. 위에서 새 구호와 새 시범사업을 벌일 여력은 늘 있으면서, 정작 재정이 부족해지면 학교 기본운영비부터 깎아 메우는 뒤집힌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실제로 과거 교부금이 줄었을 때 교육청이 가장 먼저 삭감한 것은, 놀랍게도 학생의 배움에 직접 쓰이는 돈이었다.

인건비 같은 고정비는 손대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국의 주요 교수학습활동비가 한 해 만에 3천억원 넘게, 비율로는 10% 넘게 깎여 나갔다. 17개 교육청 가운데 13곳이 그 비중을 스스로 낮췄고, 어떤 곳은 인건비 등 고정비를 뺀 지출에서조차 교실로 가는 몫이 1년 사이 20% 넘게 줄었다. 결국 삭감의 칼질은 늘 가장 만만한 교실을 향했다. 그 얇아진 살림 속에서 현장 교사들은 해마다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예산이 줄었습니다”라는 뼈아픈 통보를 받아들여야 했다.

물론 이 삭감의 칼자루를 쥔 것은 재정 당국이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재정 방만 운용’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반세기 넘게 공교육을 지탱해 온 내국세 20.79% 연동 구조를 일방적으로 걷어내려 한다. 그렇게 아낀 재원은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계정’으로 돌려, 초·중등의 몫을 영유아·고등·평생교육으로 흩뜨리려 한다. 이 개편안은 반드시 저지되어야 하고, 내국세 연동 구조는 지켜져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지는, 교육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공론의 장에서 정할 일이다.

그리고 ‘방만 운용’이라는 저들의 프레임을 가장 확실하게 되받는 길은 교육재정이 오롯이 학생들에게 쓰이고 있음을 우리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삭감을 막는 싸움과 예산을 바로 세우는 일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 밖의 압박을 막아내려면 안에서부터 그 돈이 교실로 흐르게 만들어야 한다.

그 대안은 명확하다. 교육청의 예산 기준을 ‘교육감의 공약과 교육청의 사업’ 중심에서 ‘학교 현장과 학생’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는 것이다. 교육청이 위에서부터 하향식으로 학교운영비를 내려보내는 방식을 걷어내고, 단위 학교가 기초학력 보장·노후 시설 개선·맞춤형 정서 지원처럼 ‘지금 이 아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금액’을 상향식으로 정확히 산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모인 학교의 요구를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시스템, 곧 학생의 배움에 직접 닿는 예산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장 나중에 손대는 ‘학교기본예산’을 제도로 못 박아야 한다.

교육재정의 주권은 교육감의 공약이나 교육청의 사업이 아니라 교실 현장에 있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예산 축소를 막아내는 일만이 아니라, 그 돈이 진짜 교육의 변화에 쓰이도록 기준을 바로잡는 일이다. 교육재정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는 ‘교육청의 화려한 사업 실적’이 아니라, 내실 있는 교실을 매일 체감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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