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9월 4일, 서이초 사건으로 전국의 교사들이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공교육 멈춤의 날’을 외친 지 어느덧 3년이 흘렀다. 이 칼럼이 실리는 9월이 오면,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다시금 그날의 아픔을 떠올리곤 한다. 수십만명의 교사들이 거리에 모여 교권 보호를 촉구했고, 이후 사회적 공감대 속에 여러 제도가 개선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26년 현재 학교 현장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교사들은 여전히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에 노출되어 있다. 교단에 서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교사들의 무력감은 계속되고 있다. 교사들은 자신을 지켜줄 최후의 보호막이 없다는 절망감 속에서,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비수 앞에 맨몸으로 서 있는 심정으로 매일 아침 교실 문을 열고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명확한 사실은 교권 보호가 교사 집단만의 이익을 위한 주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교권 보호는 학생들의 온전한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훈육하거나 수업 방해 행위를 제지할 수 없다면, 그 피해는 대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정서적 아동학대로 고소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교사의 훈육 의지를 꺾는다. 수업 중 큰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니는 학생을 제지할 수 없고,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행동을 단호하게 막을 수 없는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제대로 된 배움을 얻을 수 없다. 교권이 추락한 무기력한 교실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교육받을 권리를 잃어버린 우리 아이들이다.
물론 현재 교육 당국도 제도를 정비하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이하 광주특별시)교육청은 교육활동 및 교권 보호를 위해 여러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사안 발생 시 수사 및 조사 기관에 교육감 의견서를 제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교육활동 침해로 인한 민·형사 소송 비용과 상해 치료비 등을 보상하는 교원보호공제사업을 운영 중이다. 그리고 단위 학교 차원에서는 학교장 책임하에 민원 창구를 일원화하는 교육활동보호 민원대응팀을 구성하여 운영하도록 지침을 내리는 등 다양한 교권 보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에는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 마련된 대책의 대부분이 교권 침해 문제가 터진 후에야 작동하는 사후 지원 중심이라는 점이다. 소송 비용을 지원하거나 사안 발생 후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제도는 이미 학교 현장의 교육 활동이 마비된 이후에 주어지는 수습책에 가깝다. 악의적이고 지속적인 민원이나 고소가 쏟아질 때, 개별 교사는 여전히 그 거대한 압박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 제도가 아무리 촘촘해져도 민원의 최전선에서 사태를 직면해야 하는 주체는 결국 개별 교사나 단위 학교의 관리자들에 머물러 있다. 일단 법적 다툼이 시작되면 교사는 스스로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긴 수사 과정을 개인의 몫으로 감당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겪는 막대한 스트레스는 수많은 교사를 교단에서 떠나게 만든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보여준 선제적 대응은 교육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기도교육청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고소 사안에 대해, 개별 교사를 대신해 교육감이 직접 해당 학부모를 형사 고발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변호사와 전문 수사관 출신 등으로 구성된 교권보호전담관을 교육감 직속 조직으로 배치했다. 중대한 교권 침해 사안에 대해 교육청이라는 행정 기관이 직접 법적 대응의 주체로 나선 것이다. 이는 교사가 사비를 들여 변호사를 선임하고 홀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던 기존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변화이다. 교육 당국이 직접 교권 침해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사회에 표명한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이다.
광주특별시교육청 역시 이러한 선도적 모델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감 직속의 강력한 교권 보호 기관이나 전담 조직을 조속히 신설해야 한다. 현재의 사후 지원 중심 시스템을 혁신하여, 악성 민원이 발생한 즉시 개별 교사를 민원인과 분리하고 직속 조직의 법률 전문가들이 사안을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선제적 대응 시스템이 필요하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심각하게 방해하거나 무고를 저지르는 학부모에 대해서는 교육감 명의로 기관 차원의 고소 및 고발을 진행해야 한다. 개별 교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법적 대응을 행정력과 전문성을 갖춘 교육청으로 완전히 이관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사들은 법적 다툼의 부담에서 벗어나 교육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기관 차원의 강력한 법적 대응만이 무분별한 교권 침해의 재발을 막고 학교의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책이다.
학교는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며 배움에 집중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 공간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소수의 악의적인 행위를 단호하게 제어하지 못한다면 공교육의 기반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교권은 교사 개인의 권리를 넘어,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지탱하는 핵심 척추이다. 교사가 부당한 민원에 위축되어 정당한 훈육조차 주저하게 되는 교실에서 학생들의 올바른 지성과 인성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육감 직속의 전담 조직 신설을 통해 교사가 소신껏 가르칠 수 있는 튼튼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이다. 공교육 멈춤의 날 이후 3년, 우리가 얻은 교훈을 확실한 제도로 정착시켜야 할 때이다. 교권 보호가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호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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