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첫 교육감이 선출되며 지역은 전에 없던 변화의 출발선상에 섰다. 하지만 당장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업무들과 교실의 묵직한 공기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교사들에게 이번 새 교육감의 취임은 그저 막막하고 답답한 걱정거리일 뿐이다. 축하의 박수는커녕, 애정 어린 당부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지금 학교 현장의 솔직한 민낯이다.
이 참담한 심정의 밑바닥에는 선거 기간 내내 철저히 입이 틀어막혀야 했던 교사들의 깊은 무력감이 자리하고 있다. 가장 가까이서 교육의 붕괴를 체감하고 고민하면서도, 정작 교육의 수장을 뽑는 과정에서는 ‘정치적 기본권 제약’이라는 족쇄에 묶여 어떤 우려도, 비판도 낼 수 없었다. 침묵을 강요당한 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만 했던 선거의 결과물은 현장의 기대를 철저히 빗나갔다.
무엇보다 의혹투성이인 수장을 맞이해야 하는 부끄러움과 자괴감은 오롯이 교단에 선 교사들의 몫이 되었다. 교실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정직과 책임, 작은 잘못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용기를 가르친다. 그런데 정작 교육청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이는 해외 출장 항공료 부풀리기, 공금 유용, 카지노 출입, 이해충돌 등 낯뜨거운 의혹들의 한복판에 서 있다. 교사들에게는 티끌만 한 흠결에도 가혹한 잣대와 징계를 들이대던 교육청이다. 선거에서 이겼다는 사실 하나가 그 모든 도덕적 결함을 세탁해 주는 면죄부될까 두렵다.
현장의 목소리를 대했던 후보자 시절의 태도에서는 일말의 기대마저 산산조각 난다. 노동조합들이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모아 제시한 정책 질의에 그는 많은 부분에서 ‘부분 동의’라는 교묘한 방패 뒤로 숨어버렸다. “현실적 수준에서”, “신중히 검토하겠다”, “노동조합과의 협의 사항이 아니다”는 핑계는 표를 계산하는 정치인들의 닳고 닳은 말장난일 뿐, 무너지는 공교육을 살려내겠다는 교육자의 치열함과는 거리가 멀다.
여기에 선거 기간 내내 쏟아낸 공약들을 돌아보면 헛웃음마저 나온다. 당선인의 시선은 온통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거창한 행사에 더 쏠려 있다. 교육의 내실을 다지기는커녕 겉보기만 화려한 대규모 박람회 유치나 실효성 없는 전시성 해외 여행 프로젝트에 매몰된 모습은, 그가 얼마나 학교 현장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통합 후의 청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의 미래를 담보로 자신의 치적 쌓기에만 그 아까운 예산들을 낭비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통합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 속에서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눈에 선하다. 무늬만 화려한 상설 협의기구 몇 개를 뚝딱 만들어 놓고 현장과 소통했다며 요란하게 생색을 낼 것이다. 교육현장은 이미 한계치다. 위태로운 학교에 ‘통합’과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전시 행정의 짐들이 무책임하게 던져질까 두렵기만 하다.
이제 교단에서는 더 이상 헛된 기대를 품지 않는다. 뼛속까지 정치의 논리와 보여주기식 행정에 익숙한 당선인이 진정으로 교육의 본질을 꿰뚫어 볼 것이라는 생각은 버린 지 오래다. 임기 동안, 이미 상처받아있는 교육 현장이 지금보다 더 망가지지 않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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