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꿈을 설계하는 교육, 광주의 고교학점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

@김은지 광주고등학교 교사 입력 2026.04.07. 17:32
김은지 광주고등학교 교사

새 학기의 시작을 반기는 봄꽃들의 조화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교복을 단정히 입고 인사를 건네는 신입생들의 목소리와 표정에 따스한 봄의 에너지가 가득하다. 고등학교 생활에 대한 설렘만큼 궁금한 것도 많은지 이내 ‘고교학점제’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다.

고교학점제는 2017년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 계획’ 발표 이후 단계적으로 도입 기반을 마련하여 2025년부터 모든 고등학교 신입생에게 전면 적용되었다.

고교학점제 도입 첫해의 운영 성과를 돌아보고, 변화하는 입시 체제와 관련하여 광주교육의 고교학점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출석률과 학업성취율을 반영한 이수 기준을 충족하여 학점을 취득·누적하여 졸업하는 제도이다. 핵심은 ‘학점 이수 인정기준’을 도입해 취득 학점이 졸업과 직접 연계된다는 점이다. 미이수 과목은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를 통해 추가 학점 취득 기회를 제공한다. ‘최소 성취수준’이란 각 교과에서 도달해야 하는 최소한의 학업 수준이므로, 결국 학교 교육이 모든 학생들의 기초 학업 역량을 보장하는 책임 교육을 강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과도한 경쟁 완화를 위해 내신을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전환하였으며 성취도와 함께 반영된다. 내신 등급 구간이 완화되었기 때문에 대학은 단순히 숫자로 표기되는 등급뿐 아니라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내용의 질을 중요한 평가 요소로 삼을 것이다. 학생의 역량과 탐구 수준, 진로 적합 과목 이수 여부, 학교생활 태도가 기록의 질을 좌우하며 이는 2028 대입 제도 변화와도 직결된다.

작년에 1학년을 지도하며 체감한 고교학점제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획일화된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학생 수요에 따른 개별 교육과정을 미리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1학년 때 필수 학점을 이수한 후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선택 과목을 이수하게 되는데, 이는 대입 및 진로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어 학생들은 학업 및 진로 계획에 따른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갖게 되고, 학교생활 태도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 도입으로 교사가 학기 말 평가 결과에만 매몰되지 않고 수업 과정 중 학업에 소외되는 학생을 조기에 발견해 개별 지도를 할 수 있었다. 이는 추후 상담 및 보충 지도를 통해 가정 환경, 심리·정서적 문제 등 학생을 둘러싼 복합적인 문제 요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계기가 되었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광주교육’이라는 슬로건처럼 개별 학생의 맞춤형 교육을 통해 공교육의 책무성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객관적인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작년 1학기 종료 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 학생 및 교사 모두 긍정 응답 평균이 60%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부정 응답 평균은 6%대로 나타났다. 일부 설문 문항을 분석해 보면 학생들은 과목 선택권 자체에 대해 특히 높은 만족도를 보였으며, 최소 성취수준 보장을 위한 교사의 보충 지도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변화이기에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학생 및 학부모의 과목 선택에 대한 정보 부족 및 격차 심화로 인한 문제, 고입부터 진로를 정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 학교별 고교학점제 운영 방식의 차이로 인한 평가의 신뢰성 제고 문제, 교사가 여러 과목을 지도해야 하는 어려움 및 과도한 행정 업무 등에 대한 지적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광주광역시교육청은 고교학점제지원센터를 운영하여 고교학점제 홍보 자료를 보급하고, 각 학교에서 선택 과목 지도 강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빛고을온학교와 같은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 및 학교 밖 교육 강좌를 개설하여 학생들이 이수를 원하는 과목이 자신의 학교에서 개설되지 않더라도 타 학교나 지역 대학 및 관련 기관을 통해 학점을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고교학점제의 안정화와 함께 본래 취지에 맞는 교육적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각 학교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강점을 살리는 진로 설계 및 진학 지도의 효과적인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간 진로연계교육을 강화하여 중학교 3학년 시기에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며 고교학점제를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더 이상 학생에 대한 진로 지도 및 상담이 업무 담당자나 진로·상담교사, 담임교사 등에게만 국한될 수 없다. 모든 교사가 교육과정 및 진로·진학 지도에 대한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학생은 대학 진학에 필요한 연계 과목을 스스로 선택하고 설계하는 자기주도성을 가져야 하며 학업 및 진로 역량을 키우기 위해 학교 교육과정에 성실하게 참여해야 한다. 꾸준한 독서 습관 형성, 다양한 진로 프로그램 참여, 깊이 있는 탐구와 프로젝트 활동도 필수이다. 선택은 곧 책임이다. 학업 성취도와 상관없이 형식적인 수업 참여만으로도 자동 진급이 가능했던 과거와는 달라졌다. 과목 선택에 있어서도 자신의 진로 연계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내신 성적의 유불리만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회피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또한 교육청뿐 아니라 학교 차원에서도 교육과정 이해도 제고를 위해 고등학생뿐 아니라 중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과정 설명회, 1:1 진로·진학 상담 서비스 등을 확대하여 지속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특히 고교 입학 후 초기 단계에서 진로 계획 수립과 과목 수강 신청 과정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고려하여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

고교학점제 체제가 안정화되고 나면, 더 나아가 광주와 전남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교육과정에 대한 설계도 모색해야 한다. 우리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비롯한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5·18 정신의 민주주의, 문화, 예술, 환경 등 지역의 정체성을 반영한 특화된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길러낸 인재가 곧 우리 지역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인간을 성장시키는 교육 체제의 큰 전환이다. 고교학점제 도입 초기, 모든 교육 주체가 현장에서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학생의 선택권과 자율성을 보장하여 자기주도적으로 개별화된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본래의 취지를 잘 이어갈 수 있도록 개선하고 보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 핀란드, 캐나다, 영국 등 세계 각국에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고교학점제를 체계화하고 시행하고 있다. 단순히 교육 선진국의 체제이기 때문에 모방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학생들을 하나의 기준을 향해 억지로 끌고 가는 전통적인 교육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새로운 미래 교육을 모색해야 하는 시대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춘 한국형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 개개인에 대한 교육의 책무성을 보장하여 모두가 의미 있는 성장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등학교의 공교육은 대학 입시 결과가 최종 교육 성과의 지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이 책임감 있는 삶의 태도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교육 체제를 통해 공교육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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