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좋은 어른들이 많은 세상

@김유진 산정중학교 교사 입력 2025.08.05. 17:57
김유진 광주 산정중 교사

"우리 어른들은 이 아이들이 경기를 끝까지 뛰어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할 일입니다. 가능성 운운하며 경기장에서 쫓아내는 게 아니라요!" 요즘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에서 경쟁과 효율성을 내세우며 학교 운동부 하나를 폐부시키려는 교감에게 해당 운동부 감독이 던지는 대사가 담긴 한 장면이다. 어른들의 건강한 책임과 지혜로운 연대에 관한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 교사로서, 부모로서 큰 울림이 되었던 대목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지난해부터 프랑스의 한 중학교와 공동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프랑스 하계 올림픽 및 패럴림픽을 주제로 시작된 연대가 올해 프랑스 학교 학생들의 한국 방문으로 이어지며 계속되고 있다. 한국 방문 9박 11일 중 5박 6일을 광주에서, 그 중 2일 동안은 필자의 근무교에서 사전에 양국 학교 교사들이 공동으로 설계한 교육과정에 한국과 프랑스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였다. 그리고 다가올 9월에 기회가 되어 필자 근무교의 학생들이 7박 9일 동안 프랑스를 방문하고 동일하게 이틀 간 양국이 공동으로 설계한 교육과정에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시민성과 주체성을 주제로 한 경기에서 학생들이 끝까지 경기에 뛰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좋은 어른 교사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교사들은 비교적 서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상호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 다시 그 문화를 바탕으로 학년중심교육과정, 탄력적 교육과정, 학생 자치 활동 등을 직접 기획하거나 지원한다. 학생들이 마음껏, 끝까지 뛰어볼 수 있는 경기를 교사가 직접 만들고 학생들을 응원하거나, 학생들이 자신들이 참여할 경기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며 어른으로서 지혜로운 연대와 건강한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 지금도 전국의 수 많은 좋은 어른 교사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정체성을 찾고, 주체적으로 그것을 어떻게 하면 잘 실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근무지는 광주이지만, 거주하는 곳은 전남이다. 필자의 자녀들은 규모가 크지 않은, 행정구역상 '면' 단위의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학교 근처에 지역 아동센터 외에는 학생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문화 시설, 근린 시설, 학원 등의 인프라가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를 비롯한 몇몇 학생 보호자들이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뜻을 모아 자율 동아리 형식의 운동팀 하나를 만들었다. 팀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운동뿐만 아니라 문화 체험, 봉사활동 등 자신이 지닌 잠재적 능력을 다양한 상황에서 찾고 발휘할 수 있게끔 돕고 있다. 단지 아쉬운 것은 이런 활동들이 쉽게 접근 가능한 지역사회의 다양한 청소년 정책들로 만들어져 학생들의 가정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모든 청소년들이 잠재적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으면 하는 점이다. 사회적 구조 자체가 건강한 책임감을 발휘하는 좋은 어른이었으면 좋겠다.

중국 명나라의 철학자 왕수인은 인간의 마음 안에는 모든 능력이 이미 갖추어져 있으며 자신이 하는 경험은 곧 지식 형성의 과정과 일체를 이룬다고 했다. 이것은 마음이 대상과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이치가 생겨난다는 것으로 개인의 경험과 내면의 성찰을 중시하는,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사상이다. 자신의 사고와 주체성을 미디어와 알고리즘에 맡기다시피 하면서, 몰입하여 사색하는 것을 특히 어려워하는 이 시대 청소년들이 침잠하는 습관과 본래 갖추어진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관점을 스스로 정립해 나가게끔 많은 경기를 만들거나 청소년들이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어른, 이 시대에 그런 어른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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