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나는 교사로서 밥값은 하고 있을까?'라는 물음

@김동혁 용두중 교사 입력 2025.07.29. 17:56
김동혁 광주 지산중 교사


'승자독식'과 '패자부활전 부재'한 사회에선 사과와 용서가 사라지게 되는 것 같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순간 인생이 끝장난다는 생각이 주류를 차지한다. 그 덕에 사과가 사라진다. 사과가 사라지니 자연스럽게 용서도 사라진다. 논리에 기초한 법리적 공방만 있을 뿐 자신의 잘못에 대한 뉘우침, 상대의 고통에 대한 공감 등 정서적 성찰과 치유, 회복이 실종된다. 정서적 교류가 황폐화하고 공감과 연민의 감수성이 사라진다. 승자와 패자,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만 강화되고 인간들은 각자도생한다. 외롭다. 쓸쓸하다.

가족이 모이는 저녁이 사라졌다. 승자독식 패자부활전 부재 속에서 살아남고자 맞벌이 나간 부모님, 학원 다니는 아이들, 각자 편의점 인스턴트 간편식 등으로 허기를 때운다. 밤8시~9시는 되어야 겨우겨우 집으로 복귀한다. 피곤에 찌들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하루를 함께 돌아보는 대화의 자리는 언감생심이다. 폭염으로 펄펄 끓는 열대야, 돈이 아까워 에어컨도 켜지 못하고 그저 한숨만 푹푹 내쉬고,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노동과 학습 노동으로 가득 채워진 피곤과 짜증을 휴대폰 화면으로 간신히 억누른다. 하루를 마치고 가족들과 함께 자신의 언행이 누군가에게 준 고통, 누군가의 언행이 자신에게 준 고통을 돌아보며 사과와 용서로 이를 수용하고 풀어내며 심신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기회는 사그라든다.

피곤에 지치고 더위에 짜증 나고 각자도생의 아귀다툼 안에서 갈등에 관한 사과와 용서의 길 대신 공정성의 기울기만 눈에 들어온다. 나만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 수 없다. 억울하게 당하고 살 수 없다는 울분이 가슴을 휘어잡고 머리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고, 이익을 얻는 법을 찾는다. 남들이 안 보면, 안 걸리면, 처벌도 약한 것만 받으면 어떤 짓이든 해도 된다는 유혹에 사로잡혀 기초 질서도 어기고, 폭력도 저지른다. 걸려도 사과하지 않고 상대의 잘못을 찾으려고 한다. 힘이 정의고, 이기면 장땡이다가 판친다.

아이들이 사과와 용서 없이 이기심으로 가득 찬 각자도생의 아귀다툼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승자독식과 패자부활전 부재 구조 개혁, 쾌적한 주거 환경 보장, 가족이 모이는 저녁 확보, 사과와 용서의 관점에서 갈등 성찰하기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중 당장 내가 접근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면 마지막 사과와 용서의 관점에서 갈등 성찰하기 정도일 것 같다. 우선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하며 몸을 가꾸고 몸을 움직이는 것에 따르는 쾌고 감수성을 키운다.

보다 멀리, 높이, 빠르게 움직이며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주는 설렘과 두근거림을 느끼게 하고, 나날이 세련되고 우아해지는 동작과 몸매가 뿜어내는 아우라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할 때 억제당할 때 고통을 느끼게 한다. 더불어 그런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에는 시간과 공간, 도구와 가르침을 내어준 자연과 이웃들의 도움이 있음을 깨닫게 하고 감사함을 갖도록 한다. 그리고 나와 같은 다른 인간들도, 다른 생명들도 나와 같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동등하게 가지고 있는 존재임을 알려준다. 거기서 출발한다. 내가 오늘 한 언행 중 타인의 소중한 심신의 자유로움을 훼손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는지를 돌아보고 그 잘못의 무게를 느끼도록 한다. 그리고 무게에 따르는 진심 어린 사과의 마음을 가지고 행동을 옮기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내가 운동으로 만들어낸 탄탄한 몸과 그 몸을 통해 얻어낸 넓고 흔들리지 않으며 평온한 마음에 자부심을 가지며 타인의 실수와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해 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용서하며 더 큰 자부심을 가져본다. 그렇게 사과와 용서의 관점으로 하루를 성찰하는 것이다.

답답한 마음, 나는 교사로서 밥값은 제대로 하고 있을까 하는 고민 속에 주저리주저리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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