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AI 디지털보다, 사람을 만나게 하고 싶다

@정애숙 광주동산초등학교 교장 입력 2024.08.13. 17:57
정애숙 광주동산초등학교 교장

2025학년부터 학교에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기 시작한다. 정부의 2028학년도까지 초등 3~6학년, 중학교, 고교 공통과목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정책에 따른 것이다. 당장 내년에는 초등의 경우 3, 4학년 수학, 영어, 정보에 들어오게 된다.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유보 청원 동의가 한 달간 5만 6천명을 넘기기도 했으며, 그 이후에도 비슷한 청원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현장의 우려로는 먼저,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교육적인가 하는 문제이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디지털 교육의 한계를 뚜렷이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어쩔 수 없이 사용한 디지털 수업에서 학생들의 집중력은 더 떨어졌고, 당연히 교육적 효과는 매우 아쉬웠다. 그래서 팬데믹이 지나고 당장 나왔던 말이 학생들의 정서·사회성 어려움과 기초학력 저하 이야기였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그동안도 많은 뇌과학자, 정신의학자, 교육 전문가들의 스마트기기 사용 부작용을 경고하였으며, 이번 AI 디지털 교과서 또한 여러 부작용을 가속시킬 뿐더러 학생들의 능동적 사고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다.

둘째, 학습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격차를 더 벌릴 우려도 있다.

필자도 AI 디지털 교과서 연수에 다녀와 여러 실망과 우려를 안고 왔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AI 디지털 교과서가 개별학습을 지원, 아이들의 학습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도 없애 버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진단평가를 보고, 결과에 따라 학습을 안내한다. 필자는 틀린 경우로 가 보았다. 문제이해력 부족인지, 전 단계 학습 미흡인지, 부주의인지, 틀린 원인을 모른 채 그냥 틀렸다고만 진단되었다. 다시 AI 교과서가 새로운 학습으로 안내한다.

어른인 나도 이 단계들을 거치니 의욕이 더 떨어지고 피곤하고 지친다. 아이들은 어떠할까? 옆에서 선생님이 문제 원인을 파악하고, 격려하고 응원해도 쉽지 않을 것인데 학습을 더 떨어뜨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셋째, AI 디지털 교과서는 학생 데이터, 즉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윤리적 문제이다.

디지털 교과서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은 학생 맞춤형 학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해당 학생의 데이터가 필연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야지 맞춤형으로 되기 때문이다. 이 수많은 정보가 특정 데이터 센터로 모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은 AI 시대의 정보 윤리적 문제이다. 당장, 미성년자인 학생의 동의와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중요한 정보수집에 대해서 학생에게 학부모, 교사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지? 만약 미동의한다면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어떻게 되는것인지?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사람의 부재이다. 전면 도입되는 이 AI 디지털 교과서가 가져올 디스토피아적인 상상이다. 한 뇌과학자의 말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인간의 AI 의존도가 높아지면 인간의 생각도 AI가 대체하게 된다."

멀리 학자의 의견을 찾지 않아도, 우리는 매일매일 경험하고 있다. 안 그래도 여러 시간 인터넷을 접하고 학교에 오는 학생들, 학교에서라도 AI 디지털 대신 선생님, 친구,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만남, 즉 사람과 만나게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AI 디지털 교과서는 충분히 검토하고 검증한 이후에 도입해도 늦지 않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배움이 싹트는 학교 공간에서, 교육자료의 하나로 말이다.

슬퍼요
1
후속기사 원해요
2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2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