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졸속적인 유보통합,영·유아학교 시범사업 전면 철회하라

@김지혜 지한유치원 교사 입력 2024.07.30. 17:37
김지혜 공립 단설 정덕유치원 교사

교육부는 지난 6월 27일 '영유아교육·보육을 위한 유보통합 실행 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실행 계획 안에는 가칭 영?유아학교 시범사업 운영 및 확대 방안으로, 시도교육청에서 유보통합기관 모델을 유형별로 모색?발굴할 것을 제시했습니다. 즉 교육부에서는 어떠한 표준 모델도 제시하지 않고, 시도교육청에서 유보통합 모델도, 예산도 알아서 하라는 것입니다. 이주호 장관님, 유보통합하겠다고 발표한 지 1년 반동안 통합모델도 못 만들고 무엇을 하셨나요?

그리고 광주광역시교육청은 7월 16일 화요일, 영유아학교 시범사업 설명회를 7월 19일 금요일에 실시하겠다고 공문을 보냈습니다. 아무리 급한 공문도 일주일 이상의 여유를 두고 시행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요? 설명회 일정을 보면, 7월 19일 10시에는 서구와 북구 유치원과 어린이집, 13시 30분에는 동구, 남구, 광산구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실시한다고 합니다. 서구와 북구 유치원과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오전 10시에 유아들을 교육하느라 설명회에 참석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시범사업 신청자는 원장이나 관리자라는 건가요?

전교조광주지부 단협 제 67조에 따르면 연구·시범·선도·자율학교 지정을 추진할 때 학교장은 교원들의 의견을 무기명 비밀투표 같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재적교원 과반수 찬성으로 신청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원장의 의지보다 실제 시범사업을 운영할 교사들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오늘 교육부 관계자께서 친히 오셔서 사업 설명을 해주신다고요. 하지만 교사들이 많이 왔건 적게 왔건, 다음번 유보통합 경과 발표에 현장교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며 실적으로 남겠네요.

저는 열 학급 단설유치원에서 작년까지 4년 근무하고, 또다시 여섯 학급 단설유치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같이 큰 유치원도 아이들이 평균 7시간에서 8시간 머무르고, 가장 늦게 귀가하는 유아가 저녁 7시를 넘지 않습니다.

교육부장관님은 아시나요?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갈 때, 남겨진 아이들은 기운없이 부모님 오시기만 기다린다는 것을요. 일하는 부모님들은 죄인마냥 아이들을 1분이라도 빨리 데리러 가기 위해 노력하고, 연차를 쓰거나 쉬는 날에는 기관에 보내기보다 함께 놀아주려고 노력한다는 것을요. 이런 심정을 모르니 12시간 봐 줄테니, 아이를 더 낳으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일하는 부모들은 12시간 봐 줘도 아이들한테 미안해서 아이를 못 낳습니다.

저희 유치원 이야기를 좀 더하겠습니다. 저희 유치원은 2003년에 광주광역시 제1호 공립단설유치원으로 개원해서 올해로 21년이 되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내부는 21년 세월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단설유치원 짓는데 돈이 어마어마하게 듭니다, 그런 귀중한 단설유치원을 방치하고 있는 교육청에 묻고 싶습니다. 지난해에 교사들의 반대에도 공립유치원 활성화를 위해 38억을 쓴 미래교실 환경조성사업과 하반기에 선도교육청 사업으로 운영했던 유치원 어린이집 교사 대상 역량강화 연수가 어떤 성과가 있었기에, 또 같은 시기에 영유아학교 시범 사업을 추진하시나요?

낭비해 버린 38억, 저희같이 지하부터 3층 옥상까지 시설 개선이 시급한 유치원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요?

올 하반기에 시행할 영·유아학교 시범사업에 15억을 쓴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희 유치원에서 교육청에 시설개선 사업비를 청구하니, 교육청에 예산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작년에도 청구했으니 안 된다고 합니다. 사정사정하니 급한 불만 꺼주겠다 생색을 냅니다. 이것은 비단 저희 유치원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다른 공립유치원들도 전수 조사해서 시설개선 사업부터 해야 합니다.

교육부 유보통합 실행계획에는 반가운 소식도 있습니다. 교육부는 앞으로 교사 대 유아의 비율을 1:8로 하겠다고 합니다. 전교조 광주지부는 매년 정책협의를 통해 현재 만3세 16명, 만4세 20명, 만5세 20명 유아수를 14명 이하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1명 줄이기도 쉽지 않습니다. 교육부가 학급당 유아수를 8명으로 하겠다고 했으니, 이번 정책협의 때는 힘들게 유아수 감축을 주장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교육청 행정예산과 담당자는 뭐라고 답할지 기대가 됩니다.

저희는 지난해에 광주광역시 교육청의 선도교육청 지정에 대해 반대하며 유보통합에 관한 모든 논의체에 일선의 현장 교사들이 참여하도록 요구하고 현장 교원에 대해 유보통합에 대한 설문과 공청회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부와 교육청은 현장 교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보여주기식의 유보통합 추진 성과 쌓기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현장 교사들과 소통하지 않고 졸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보통합 영유아학교 시범운영을 규탄하며, 질 높은 유아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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