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선 교육감의 임기 2년을 맞아 광주의 교원단체에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교육감의 직무수행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답변이 71%에 달하며, 특히 중·고등학생 전원에 디지털 기기를 보급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60%의 교사들이 '전면 중단'하라는 의견을 나타냈다고 한다.
중·고등학교는 아니지만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올해 초, 4학년 담임을 맡아 교실에 들어가 보니 교실에 커다란 태블릿 보관함이 놓여 있었다. 우리 학교에는 이미 전교생이 함께 쓸 수 있는 태블릿이 1층에 구비되어 있었는데, 교육청에서 4학년학생들을 위한 태블릿을 추가로 보내주었다는 것이다. 준다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어 일단 받아서 쓰고는 있지만 몇 가지 의구심이 남는다.
먼저, 4학년 전용 태블릿이 도착하기 전에도 우리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태블릿을 활용하는 데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 기존에 있던 공용 태블릿을 4학년 교실로 가져오는 데는 5분 정도가 걸렸는데, 그 5분을 아끼자고 비싼 태블릿을 새로 사주기까지 해야 하는지 아까운 마음이 든다.
더군다나 내가 태블릿을 수업에 활용하는 건 한 달에 2~4번 정도로, 대부분의 시간 동안 태블릿은 보관함 안에서 잠자고 있다. 우리 학교만의 사례로 일반화할 순 없지만 적지 않은 수의 4학년 태블릿이, 더 나아가 중·고등학생에게 지급된 스마트 기기들이 짐만 되고 있기에 여론조사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태블릿을 더 많이 사용하면 될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업에 태블릿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과연 장점만 있을까? 디지털 기기보다 종이책을 사용해 공부할 때 학습효과가 더 높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는 제쳐두더라도, 어른인 우리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눈앞에 태블릿을 두고 공부에 집중하는 것은 결코 쉽지않다. 특히 어릴 때부터 미디어에 노출되어 집중력과 이해력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 아이들에게 '스마트 기기'는 결코 '스마트'하지 않다.
우리 교실에 있는 태블릿의 단가를 검색해 보니 최저가가 26만 원이다. 26만 원으로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떠올려 보았다. 재미있는 책을 사주고, 좋은 미술도구를 사주고, 다 함께 맛있는 피자를 시켜 먹어도 돈이 남을 것 같다. 많은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준 '희망교실'과 학교 부적응 학생의 지도를 돕는 '금란교실'이 이정선 교육감의 임기 동안 폐지된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더욱 크다.
지난 7월 4일 있었던 '광주교육평가회'의 내용을 보면 스마트 기기 보급은 여러 사례들 중 하나일 뿐, 많은 교사 및 교육활동 종사자들이 이 교육감의 지난 2년에 대해 여러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은 임기 동안 더욱 발전하는 광주교육을 위해서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다양한 교육 주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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