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읽기 능력 잠금 해제

@김경훈 대촌중앙초등학교 교사 입력 2024.06.04. 17:05
김경훈 대촌중앙초등 교사

2022년 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불거진 '심심한 사과 논란'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해력 저하 문제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사과문에 적힌 '심심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라는 문장을 일부 네티즌들이 '지루한 사과'로 오해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오해를 넘어, 세대 간 소통 단절 문제와 더불어 심각한 문해력 저하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다.

EBS에서 21년도 3월에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평소 독서와 문해력에 관심이 많아서 당시 직접 챙겨서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었다. OECD 가입 국가를 대상으로 문해력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을 비교한 통계를 보여주면서, 문해력이 높은 집단은 낮은 집단에 비해 연봉이 2.7배, 취업률은 2.2배, 건강이 2배 높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 한 가지 실험을 하였다. 1년에 책 1권 이하를 읽는 성인 3명과 1년 평균 70권을 읽는 전문 독서인 3명에게 같은 글을 읽게 하고 전전두엽의 활성화를 측정하였다. 읽기 과정에서 두 집단은 뇌를 다르게 사용하였다. 숙련된 독서가는 읽기 과정에서 글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사용하고, 초보 독서가들은 글자 자체를 이해하는 데 사용하였다.

문해력은 성장의 시기를 놓칠수록 점점 더 격차는 커지게 된다. 글은 읽으면 읽을수록 읽기 능력이 발달한다.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수적인데, 이런 독서를 위한 교육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잘 이뤄져야 한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학업 성장의 결정적 시기인 초등학교 3학년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하여 학생들의 기초소양을 기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독서교육 또한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필자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책을 하루에 한 권씩 꼭 읽어주셨다. 그래서 책이 좋았고, 아버지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되었다. 이런 추억 때문에 필자의 자녀인 두 딸에게도 매일 저녁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려고 노력하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꾸준하게 매일 책 한 권씩은 책을 읽어주겠다는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 학생들이 어렸을 때 책에 대한 좋은 인식과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책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초등학교 교사로서 독서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려 노력한다.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교실에 책이 많아야 한다. 학교 도서관에서 학기 초에 각 반에 배부한 학급 도서를 배부하였지만, 더 많은 책 을 교실에 갖고 싶어서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문해력 향상 학급 도서 지원 사업'에 신청하여 보다 많은 학급 도서를 확보하였다. 그리고 학부모회와 연계하여 목요일 아침 시간에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 읽어주기 '늘 독서' 캠페인과 교육과정과 연계한 '한 학기 한 권 읽기', '다시, 책으로' 수업을 통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독서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더불어 현재 많은 교사들이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독서교육과 관련된 연구회 및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조직하여 다양한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1교 1 독서프로그램을 계획하고, 학생과 학교 실태에 적합한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육청에서도 독서교육을 위해 인공지능 기반 학습시스템인 광주아이온과 연계하여 문해력을 진단하고 독후활동 지원하며, 학생 저자 책 출판 축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독서교육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학교와 교육청은 학생들의 독서 능력의 향상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가정의 참여 없이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가정은 학교 교육의 연장선 역할을 하며, 가정에서의 독서 습관은 학교에서 배우는 독서 능력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정에서 함께 학생들의 독서교육을 위해 노력한다면 그 효과는 훨씬 커진다.

초등학교 시절 독서의 탄탄한 기초를 쌓는 것은 학문적 성공과 평생 학습에 필수적이다. 특히 인문학이 강조되고 있는 지금, 인문학을 담는 그릇이 바로 책이다. 독서는 책을 읽는 행위라는 점에서 필요를 넘어 생존을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매력적인 독서 환경을 조성하고,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지속적인 독서교육을 실천하며, 그 과정에서 부모를 참여시킴으로써 아이들은 책을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능숙한 독자가 될 수 있다. 읽고 쓰는 능력의 문을 열고 어린 학습자에게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줄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교육청에 있는 어른들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김경훈 대촌중앙초등학교 교사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