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그럼에도,선생님들의 새학년, 새출발을 응원합니다.

@김승중 광주방림초등학교 교장 입력 2024.02.20. 16:45

새로운 학년도를 준비하는 학교는 여러 가지로 답답함과 고단함이 있다. 학교현장과 교육당국의 동상이몽속에서 다시 1년을 시작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에두르지 않고 현장의 문제를 직시하면서 해결책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새 학년도를 맞이하면서 드는 단상을 적어본다.

교사들은 주요 교육정책을 일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언론을 통해 알기 일쑤다. 정부의 학교와 교사패싱은 다반사가 되었고 정부의 교육정책은 정략적이거나 즉흥적이다. 정책을 예측하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교사들은 정략적이고 즉흥적인 교육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일들을 매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불안정한 교육정책은 학교와 교사들을 흔들고 있으며,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 밀어붙이는 많은 정책들은 오히려 교육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되기도 한다. 정부는 그냥 발표하면 끝이다. 이후에는 학교와 교사들의 몫이다.

올해 1월 정부가 발표한 늘봄학교정책을 보더라도 정책의 문제점은 차치하더라도 현장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시행 시기를 1년을 앞당겼다. 또한 교사들은 이를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여전했다.

이로 인해 학교현장의 혼란은 말할 것도 없고 정책을 발표한 정부도, 교육청도 허둥지둥하며 뒷수습하기에 바쁘다. 사실 학교는 늘봄학교를 수행할 여건이 되어있지 않다. 인력도 공간도 여력도 없는 이 상황에서 학교는 계속해서 강요당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나 '교육보다는 보육', '교육부가 아니라 보육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객이 전도된 교육정책의 방향은 교육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는 교육적 구호를 무색하게 만든다.

부족한 교사정원 확대도 절실하다. 올해 기준으로만 초중등 합하여 약 4천여명의 교사가 줄었다.

학생수가 줄었으니 교사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일반학급 기준으로 25학급이다. 담임 25명에 교과전담교사 4명이 고작이다. 이는 십 수년 전 교사정원과 다르지 않다. 이로인해 교사들은 여전히 기본적으로 주당 25시간에 가까운 많은 수업을 해야 한다. 수업의 질을 높이기에는 매우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행정업무는 덤이며 학급당 학생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는 학교에 어느 정도의 교사가 있어야 교육이 가능한 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논의가 없다. 학생수가 줄어드는 이 시점이 학교의 적정 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교육계의 외침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안타깝게도 학교교육과정은 누더기가 된 지 오래다. 2015교육과정에서만 제시한 범교과학습 영역만 10가지이다. 거기에 각종 국가현안이 생길때마다 생겨난 범교과영역까지 합치면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주로 창의적체험활동에 가르치는 범교과학습은 창의적체험활동의 고유역할을 침해하는 것을 넘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으로 정상적인 국가교육과정을 침해할 정도로 심각하다. 이미 범 교과영역의 대부분은 국가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어 지도되고 있다. 교사에게 이 많은 영역과 주제를 별도로 가르치라고 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지난 해 아스팔트의 교사들은 교권회복을 외쳤다. '회복할 교권이 있기는 한가'라는 자조섞인 말도 있으나 교사들의 목소리는 교육과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정부는 교권회복방안을 마련했다고 하나 과연 이 방안들이 문서와 구호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작동될 수 있을 것인가는 두고 볼 일이다.

찬 기운이 맴돌던 겨울의 한복판을 벗어나 대지는 어김없이 푸릇푸릇한 기운이 감돌고 봄의 전령사인 매화는 벌써 꽃을 피워 봄을 알리고 있는 요즘이다. 이렇게 봄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학교의 봄은 대지보다, 매화보다 더 빨리 시작한다. 공립교사의 25%가 학교를 옮기는 전보인사는 학교의 봄을 알리는 전령사와 같다. 교실의 묵은 짐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학년과 업무를 배정받고 새로운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은 몹시 분주하고 체계적이며 관행적이다. 방학동안의 충전을 모두 마친 지금, 학교와 가정에서 책과 서류에 둘러쌓여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선생님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올 1년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선생님들의 새로운 학년, 새로운 출발을 응원한다. 김승중 광주방림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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