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진로교육에 대한 단상

@이규연 광주광역시교육청 장학관 입력 2023.12.19. 15:52

초등학교 6학년인 필자의 막내 아들은 꿈이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방과후학교에서 배드민턴을 배우다 동네의 다목적 체육관에서 레슨을 본격적으로 받으면서부터 이 꿈은 계속되고 있다. 유치원 졸업할 무렵 야구에 한창 재미를 느꼈을 때는 프로야구 선수였고, 해외여행 등으로 비행기를 탄 후에는 비행기 조종사, 더 세밀하게 말하면 전투기 비행사였고, 엄마의 요리하는 모습을 보다가 자신이 몇 가지를 해 본 후에는 요리사가 장래 희망이기도 했다.

우리가 직업을 선택할 때 기준으로는 크게 해당 직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봉급을 포함한 물질적 수입과 명예, 명성과 같은 비물질적 보상, 그리고 보람, 자아 성취감, 적성, 흥미와 같은 내재적 가치, 그리고 발전 가능성 등이 있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직업을 선택할 때 직업에서 얻을 수 있은 수입과 직업의 안정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적성이나 흥미, 보람이나 자아 성취감 등 직업이 가지는 고유한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양상은 남녀 간에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한다. 또한 선호하는 직업군도 공기업, 대기업 중심은 여전하다. 다만 최근에 성인이 될수록 창업 등 자영업에 대한 선호도가 늘어가는 것이 변화 중 하나이다.

교육부에서는 지난 4월, 2023년부터 2027년까지의 진로교육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번 활성화 방안에서 가장 큰 변화는 초등 진로교육 강화이다. 초등학교 단계부터 진로탐색과 진로설계를 지원하고, 초등 진로교사 인증제 도입 등 초등 진로 관련 제도 보완을 시도하고 있다.

한때 진로교육에서는 빠른 진로 결정과 그에 따른 일관된 활동을 중시하던 시기가 있었다.서울대 교수 중에서도 현재의 전공이 자신이 본래부터 희망했던 것이 아니라는 교수님이 많다는 입학 관계자의 말이 학교생활기록부 내에서 진로가 변경된 학생에게 위안이 되는 시기도 있었다. 학생들의 꿈이 다양하고, 그 꿈도 여러 이유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한데도 말이다. 현실적인 이유로 기성세대들이 아이들의 꿈을 재단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볼 시기이다.

필자 또한 막내 아들의 꿈이 바뀔 때마다 '왜 그걸 희망하는지', '왜 생각이 바뀌었는지'를 진지하게 얘기해 보지 못했다. 몇 마디 기본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갔을 뿐 '또 바뀌겠지'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넘어가곤 했다. '중·고등학교 가서 서서히 세상을 알아가겠지'하는 안일한 마음이 있는 것이다. 진로교육에서 학교와 지역사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하지만 다른 영역의 교육과 마찬가지로 가정에서의 진로교육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부모와 함께한 체험이나 여행, 독서 경험, 가족 간 대화 등이 학교에서의 체험처 방문, 진로 독서, 진로 상담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의 진로교육도 중요하지만 자녀들과 진로에 관해 가족들끼리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그리워하는 바다가 같은 색깔과 모양일 필요는 없다. 또한 그 바다 위에 띄우는 배가 꼭 멋지고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주위의 관심과 격려 속에서 스스로 고민하며, 여러 실패의 과정을 거쳐 만든 배이고, 그 배 위에서의 삶이 스스로 만족하길 바랄 뿐이다.

이규연 광주광역시교육청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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