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세상을 읽고 쓰는 교육을 위하여

@김유진 산정중학교 교사 입력 2023.10.17. 16:05


지난주 광주광역시에서는 '빈곤과 불평등에 대응하는 도시'를 주제로 제13회 세계 인권 도시 포럼이 열렸다. 포럼 세션 중 제2회 유네스코 마스터 클래스 광주 시리즈에 광주·전남 지역의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청소년 27명이 여섯 개의 팀을 구성하여 '불평등에 대응하는 청소년들의 액션'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참가 청소년들이 정한 세부 주제들은 중도 입국 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 등의 교육 불평등 문제, 우열반과 학생 자치 기구의 소극적 운영과 관련한 학내 문제, 노령층의 정보 격차 문제, 혐오 표현 등 다소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 청소년들은 주제가 자신들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지향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구체적인 어려움과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어떤 도구로 해결하고 어떤 대상이나 기관에 제안해야 하는지 명징하게 그려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 모든 과정들이 팀원들과의 협력, 외부 기관이나 대상과 연대라는 배경 위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협력과 연대를 기반으로 사회 내 차별과 불평등을 해결을 위한 발걸음을 바삐 걸었다. 더 많은 청소년들이 다양한 교육 기관에서 위와 비슷한 걸음들을 줏대있게 걸으며 이 시대의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2년간의 세계적 참여와 공동 작업 과정을 통해 나온 유네스코 2050 미래 교육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위기,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격차, 민주주의 후퇴, 불확실한 직업의 미래와 관련한 혼란과 변화들은 인류 공동의 도전 과제이며 이에 따라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 계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비슷한 맥락의 주제와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으며, 이런 이야기는 더 이상 이해와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당장 우리가 실천하지 않으면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는 시대의 숙명적 과제들이다. 특히 이 사회 계약은 교사와 학교에 대하여 '교수 활동은 협력적 행위로 좀 더 전문화되어야 하며, 거기서 교사의 역할은 지식생산자이자 교육과 사회 변혁의 핵심 주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학교는 포용, 형평성, 개인과 집단의 웰빙을 지원하는 교육 장소로서 보호되어야 하며, 보다 정의롭고 형평성 있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세상의 변혁을 더욱 잘 촉진하도록 다시 그려보아야 한다.'라고 제안한다. 지금과 같은 혼란의 시기, 교사로서의 필자의 낭만도 저 보고서 안에 있다. 그 낭만이 보고서 속을 뛰쳐나와 실재하며 이 시대를 벨 에포크로 만들기 위해서는 교사로서 필자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 전문적 역량을 쌓기 위해 한 노력들을 꾸준히 이어 나가야 할 것이며, 사회는 교사에 대한 인식과 역할, 교육 기관의 모습과 기능에 대한 새로운 구상과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적 권한 발휘를 위한 문화적·제도적 여건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에도 양철 나무꾼처럼 기계적으로 잘 가르치면 된다는 반응은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야만 다양한 교육 기관에서의 교육은 공공재로서 모든 사람의 삶에 실질적이고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회 변화와 혼란의 원인과 연결하여 극단적인 혐오 현상,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심각한 수준의 범죄 현상들을 보고 가치의 위기라는 시대 진단이 있다. 그래서 법과 절차를 더 강화하고 강력하게 적용하여 도덕·윤리의 공백을 메우자고 강조한다. 틀린 발상은 아니다. 하지만 공론의 장을 통하여 형성된, 시대가 공동으로 지향해야 할 비전을 설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행정 권력이 확대되는 것은 권력자들의 입맛에 맛는 사회와 시대가 될 위험성이 다분하다. 지금 우리는 버겁더라도 수 많은 문제들을 제대로 읽고 써가며 비판적으로 사고하여 공동체 구성원들이 시대의 문제해결을 지향점을 합의하는 첫걸음을 시급히 걸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는 교사와 교육 기관이 풍요롭고 주체적으로 학생들과 세상을 읽고 쓰게끔 다양한 분야의 지원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낭만은 우리의 삶 속에 실재할 수 있다. 김유진 산정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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