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근무를 하면서 전공과 관련된 업무를 할 수 있는 건 행운 중의 하나이다. 올해 신설된 진로진학과의 진로팀 업무 중에는 '독서' 업무가 있다. 한동안 본청에 없었던 독서 업무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독서 업무를 하다 보니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동네 서점과 도서관이 눈에 들어오곤 한다. 고등학생 아들과 함께 찾은 동네 서점은 소설이나 아동 도서보다 참고서를 주로 판매하고 있었고, 딸이 종종 다녔던 운암도서관과 황계도서관은 예전보다 조금은 한산한 느낌이었다.
대학 때 시내에서 약속이 있으면 '서점' 앞에서 주로 만났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유스퀘어 내 대형 서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고, 이마저도 인터넷 서점, 전자책, 오디오북, 웹툰, 웹진 등으로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나조차도 최근에는 서점만을 목적으로 길을 나서보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에는 당시 현직 대통령이 출현할 만큼 전국적으로 흥행했다. 나는 그 당시 독서신문 취재를 위해 해당 방송 PD와 통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 PD가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외국에서는 우리와 달리 공원이나 거리의 쉼터 등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도 곳곳에서 사람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삶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AI 등과 같은 정보기술의 발달로 독서보다는 새로운 매체에 관심이 더 많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13세 이상 평균 독서량은 2011년에 평균 12.8권이었던 것이 2015년에 9.3권, 2019년에 7.3권, 2021년에 7권으로 해마다 감소 추세이다. 청소년의 독서량은 연간 평균 약 11권으로, 주로 학업과 관련된 독서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는 강화도 외규장각의 '의궤' 등 우리의 소중한 기록유산을 강탈하였다. 이때 한 장교가 본국에 보낸 보고서 중에서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게 하나 있다. 그것은 이 나라는 아무리 가난한 집에서도 책이 있다는 사실이다'는 대목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이들이 바다를 그리워하고 고래를 꿈꾸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될 수 있을까? 새로운 세상, 더 넓은 세상을 동경하는 것은 살아있는 삶이다. 여행이 새로운 삶과 세상을 보게 하듯 독서는 내면으로 떠나는 설레는 여행이다. 모든 여행이 다 만족스럽지 못한 것처럼 책 읽기도 시행착오를 동반한다. 하지만 부모님과 선생님들 간 대화에, 교사 간, 아이들 간 대화 속에서 가슴 속 추천 도서를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일까? 문득 '네가 한 권의 책을 추천하려면 10권, 20권을 읽어야 한 권을 추천할 수 있다.'는 대학 때 한 선배가 해 준 말이 세월이 흐른 지금 더 값지게 다가온다.
세상이 복잡하고 어지러울수록 기본적인 것이 힘이 될 수 있다. 또다시 가을이 온다. 이번 가을에는 아이들과 서점에 들러서 책도 골라보고, 가까운 도서관에서 책도 빌려보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손에는 다시 책을 쥐어 보자. 책이 들려주는 세상의 다양한 얘기를 차분히 경청해 보자.?이규연(광주광역시교육청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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