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9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올해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초등 늘봄학교를 1년 앞당겨 내년으로 전국 확대한다는 발표를 했다. 늘봄학교란, 원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아침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학생들을 돌봐주는 '돌봄교실'이다. 직장에 있는 보호자가 안심하고 늦게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취지이다.
이 제도가 전면적으로 도입이 된다면 아침 8시에 학교에 왔다가 저녁 8시에 집에 가는 학생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교육청에서는 이 늘봄교실에 '해봄' '달봄' 등의 이름이 붙어있다. 해를 보고 학교에 오고, 달을 보며 집에 간다니...... 심지어 해당 프로그램은 토요일에도 운영된다. 주 5일제를 넘어 주 4일제 근무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주말까지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학생들을 '대신' 돌봐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가 자녀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학교에서 내 아이에게 삼시세끼를 다 먹여주면서, 아침 7시부터 밤 8시까지 돌봐준다고 했을 때, 두 팔 벌려서 환영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학생들은 학교에 맡겨지게 되고, 부모와 보내는 시간이 적어져 서로 간의 유대관계 형성에도 좋지 않을 것이다. 가족은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이다. 이 최소한의 공동체 기능마서 상실하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
회사 입장에서는 늘봄학교가 생겼으니 직원들에게 초과 근무를 권장하고, 더 많은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OECD 평균보다 높은 노동 시간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녀를 키우며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늘봄학교를 만든 것인데, 오히려 일하는 사람들을 장시간 노동의 쳇바퀴로 내모는 일은 아닐지 걱정이 많이 된다.
늘봄학교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대전 지역에서의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실제 참여율도 저조하여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해당 교육청에서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시범 운영 중인 학교 학생들의 '저녁 돌봄'의 참여율은 0.07%, '아침 돌봄'의 참여율은 2.11%에 그친다고 한다. 과다한 예산을 투입한 것에 비하면 참여율은 너무나 저조한 이 수치로 보았을때, 시범 실시되는 지역에서도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결과를 돌아보지도 않고,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교육부의 발표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어느 측면을 살펴봐도 이 정책은 졸속적이면서도, 일방적이고. 환영한다는 이야기보다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훨씬 더 많은 정책이다. 기계적인 예산 투입, 시간 연장이 아니라 내실 있는 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연구와 책임이 필요한 사업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2주가 되지 않는 짧은 시간만에 3만 6천여명이 늘봄학교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 이는 늘봄학교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학생들이 가정의 품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보내줘야 한다. 학생들에게는 학습할 권리도 있지만, 더불어 충분히 쉴 수 있는 권리도 필요하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만큼이나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도 중요하다. 이는 교육과 보육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실질적인 돌봄 제도는 물론, 부모들이 더 많은 노동 시간에 내몰리게 되는 사회 시스템을 개선해서, 모든 가정에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갔으면 좋겠다. 백성동 광주 극락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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