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창에 '자치'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지방자치, 주민자치센터, 자치경찰 등이 나온다. 자치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생소한 단어가 아니지만, 막상 "자치가 뭐에요?" 하면 설명하기 애매하기도 하다.
자치 관련 서적을 찾아보니, (학교)자치란 학교 구성원이 학교 교육 활동을 자신의 일로 인식하고,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올해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는 100여 개의 학교가 참여하는 자치학교 사업을 통해 학교가 자율성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특성, 학생·학부모의 필요와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발 실천하도록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치학교 사업을 해야만, 자치를 실천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특히 유치원은 유아중심·놀이중심 교육과정 속에서, 유아들이 주도적으로 놀이 및 규칙 정하기, 놀이의 날 만들기, 놀이 공간 구성하기, 급·간식 식단 정하기, 체험활동 정하기 등의 다양한 자치 활동을 해 왔다.
에릭슨에 의하면, 유아기(만4~5세)는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설정하며 그것을 달성하고자 노력하는 주도성이 발달하는 시기이다. 이때 교사 및 부모는 유아들이 스스로 흥미 있어 하는 것을 계획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다만, 유아기는 조망수용능력이 부족하고, 자기중심성이 강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관점에서 비교하고 선택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유아들 간의 의견 충돌이 발생하거나 계획이 비현실적일 경우에는 교사 및 부모의 중재가 필요하기도 하다.
유치원은 교육과정은 있지만, 교과서가 없이, 놀이라는 유아기의 고유의 특성을 활용하여 활동을 계획하고 운영해 나간다. 유아들은 스스로 선택한 놀이나 활동에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반복한다. 즉, 자치라는 요소를 뺀 놀이나 활동은 유아에게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많은 부모들이 유치원을 선택할 때, 우리 아이가 얼마나 행복할까, 아이들이 맘껏 뛰놀며 배울까보다는, 한글·수 교육은 하는지, 특성화 활동은 몇 개나 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유아기는 스스로 신체를 활발히 움직이고, 오감으로 느끼고 사고하고, 주변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시기이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유아들이 좁은 공간에서 책상과 의자에 하루 종일 앉아 있을 때, 부모들은 만족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병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유아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주길 바란다.
유치원은 학원이 아니라, 학교이다. 학교의 구성원인 교사, 유아, 학부모가 함께 마음을 모으고, 생각을 모아, 우리들의 소중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돕는 것이 자치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우리 유치원에서도 올해 더 많은 활동 및 놀이에 유아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부모들과도 매월 자치소식지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공립유치원이 사립유치원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하지만, 교사들의 열정과 유아들을 존중하는 마음은 차고 넘친다는 것을 꼭 알아주시길 바란다.
김지혜 공립 단설 지한유치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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