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방법을 찾았어요! 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으로 하면 돼요."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가 있어 교육 활동, 교사나 또래와의 관계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는 학생이 스스로 찾아와 한 말이다. 이 학생은 상황에 맞게 해야 할 말을 못 찾는 학생인데, 계속 그렇게 말을 먹어버리면 그것이 쌓여 한순간 분노로 폭발해 버리는 경우를 상상하니 걱정스러웠다. 또 다른 학생은 친구가 등을 돌리고 있는데도 의도와 감정을 읽지 못하고 자기 할 말만 한다. "음, 그, 어"를 많이 활용해 대화하며, 갑자기 맥락과 상관없는 이야기도 자주한다.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가 의심되는 학생이다. 이 학생들은 덩달아 불안과 우울까지 진단받는 경우가 많고, 불안을 감추기 위해 수동 공격, 투사 등의 방어 기제를 자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소수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제는 놀라운 일도 아니며, 여러 양상으로 연결되는 문제 행동으로 인하여 불편하고 긴장되는 상황에 자주 노출되는 다른 많은 학생들의 삶은 더 걱정스럽다.
왜 지금의 학생들은 이렇게 심리·정서적으로 취약해지고 있을까?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한 의사소통 방식의 개성화 및 다양화, 산만하고 자극적인 내용의 필터링 되지 않는 영상들로 가득한 디지털 세상, 가정 양육 환경의 변화 등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학생들을 장시간 가정에서, 디지털 세상에서 머물게 하였으며, 학교는 원격으로 만날 수 있었다. 원격으로 만나는 학생들과 교과 지식에 관한 배움에 이외에 사회성 발달, 자기 조절 등과 관련된 활동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학교가 문을 연 이후에도 거리두기로 인하여 한계는 여전했다. 학생의 선천적 기질과 후천적 환경으로 인한 다양한 어려움을 적절한 교육을 통해 보완하고 지원하여 극복가능하게 하는 곳이 학교다. 이것이 특수한 상황으로 인하여 공백이 있었으니 이제는 교육 관련 모든 기관에서 회복의 시스템이 작동해야 할 때이다.
회복을 위한 치료가 필요하며, 치료가 효과적이려면 가정에서의 돌봄과 학교에서 적절한 교육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과 관련된 기초적 수준의 지식 정도는 교사가 이해하고 해당 학생들과 상호작용해야 하며,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교육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인식과 합의의 어려움, 상위 기관의 적극적이지 못한 지원 등, 교육적 지원에 대한 걸림돌은 존재한다.
가정에서 치료해야 할 문제로만 보거나 문제의 원인보다는 해당 학생들이 일으키는 행동 자체에 집중하는 것, 응보적 정의에 익숙한 분위기로는 지원이 쉽지 않다. 심리·정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생산하는 재화가 긴장과 불편이라면 이것은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함께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적절한 교육적 지원이 이루어져 어려움이 극복되었을 때 생산되는 재화와 비교해 본다면 투입되는 지원이 아깝지는 않을 것이다. 학교에서의 규칙은 공동체에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게 만드는 최소한의 도구이다. 하지만 우리는 학생들을 규칙이라는 한 보자기에 묶어 버린다. 학생들은 인간이므로 인간마다 다른 특성을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다르게 교육하는 것이 실질적 평등이며 교육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교육적 지원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교사는 아동 학대범으로 공격당하기도 하고, 물리적 구조상 운영할 여유가 없기도 하다. 학급 당 학생 수는 많은데, 정부는 학령인구의 감소를 이유로 계속해서 교사의 정원을 줄이고 있으며, 수업 시수는 법제화되어 있지 않아 과중하게 주어질 때가 많다. 변화된 디지털 시대에 맞춰 새롭게 생겨난 업무들은 많은데 기존의 업무들이 폐지되지는 않는다. 교사들이 학생 한명 한명 자세히 볼 수가 없는 물리적 구조다.
학교가 이러한데 행·재정적 지원을 담당하는 상위 기관인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신청한 학교만 교부해 주는 학교 자율 교육 회복 프로그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고, 저소득층, 심리·정서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과 함께 위급 상황 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희망 교실 예산이 사라졌다. 그러면서 사전 답사 비용만 수 천만원이 들고, 실제 사업 시 회당 1억~2억원 정도 소요되는 국제 교류 사업은 여러 차례 기획되어 있다. 시의적절한 예산 계획과 집행이 중요하다. 지금 학교에 가장 시의적절한 예산 분야는 어디인지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살펴봐 주길 바란다. 교육청이 부르짖는 다양성, 그 다양성과 학생 맞춤형이 무엇인지 진지하고 영민하게 고민하고 실질적인 정책들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아주 작은 바람이 있다. 김유진 산정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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