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5.18의 자리매김, 교육이 해답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입력 2023.05.16. 11:46

5·18은 대한민국의 빛이요, 빚이다.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큰 물줄기이자 분수령이 되었던 5·18 민주화운동은 43년이 넘도록 여전히 힘든 가시밭길을 걸어가고 있다. 얼마 전 여당의 한 최고위원은 '5·18 헌법 수록에 반대'(뒤늦게 사과를 하고 의견을 철회함)하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도 '북한이 5·18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는 망언을 너무도 쉽게 내뱉고 있다. 5·18의 의미를 오늘에 되살리고자 하지만 그 노력과 과정은 지난하기만 하다. 힘들고 갈 길이 멀지만 5·18을 자리매김 하기 위한 해답은 결국 '교육'에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팬데믹 상황이 엄중한 2022년부터 전교생이 참여한 5·18 국립묘지 참배를 실시하고 있다. 2022년 42주년 5·18 민주화운동을 맞이하여 일주일 전부터 5·18과 통일을 주제로 한 인문학 강의, 관련 도서 읽고 토론 및 서평 쓰기, 5·18 관련 팩트체크 및 퀴즈대회 등 다양한 사전 행사를 가진 후 16일 전교생이 참여한 '오월길 대행진' 행사를 가졌다. 참여 학생 및 교사 모두 각화중에서 5·18 국립묘지까지 7km에 이르는 구간을 걷거나 뛰면서 오월 정신을 몸과 마음에 새겼다. 대행진을 마친 후 묘역을 참배하고 헌화의 시간을 가지며 5·18 정신을 온전히 체득할 수 있었다.

올해도 학생회 주관으로 다양한 5·18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날의 함성, 오늘의 울림"이라는 주제어를 학생 투표로 선정해 현수막을 제작하고, 영상 교육, 전시, 퀴즈대회, '임을 위한 행진곡' 배우기를 통해 5·18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교육과정을 계획 중이며, 각 학급별 5·18 깃발 제작과 대행진에 사용할 등번호와 상징문구 등을 제작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행사 당일인 5월 17일 수요일, '오월길 대행진'을 통해 오월의 의미를 온몸으로 체험할 예정이다. 체험 후 '5월 17일 그림일기 쓰기'로 활동을 마무리한다. 모든 활동이 5·18 집중 행사 기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 모든 행사를 주관하는 학생회 중심으로 준비, 진행, 평가 과정을 거쳐 다시 2024년 5·18 민주 정신이 이어질 수 있는 학생 중심 교육과정을 꾸준히 고민하고 실천할 예정이다.

되짚어 보면 5·18은 청년의, 학생들에 의한 민주주의의 용광로였다. 2019년 광주시교육청 발표에 따르면 각종 문헌, 증언, 자료 등을 토대로 파악한 5·18 '학생' 희생자는 모두 16개 학교, 18명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3까지, 18명의 젊은 넋들은 39년 전 잔인하고 원통한 그때 시간이 멈추어 버렸다. 항쟁 첫 희생자로 추정되는 동신중 3학년 박기현 학생(소설 『그들이 떨어뜨린 것』(이경혜) 중 '명령'의 주인공)부터 김완봉(무등중3), 박금희(전남여상3), 박창권(숭의중2), 전영진(대동고3), 김기운(송원고2), 양창근(숭일고1), 황호걸(광주일고 부설 방송통신고3), 박현숙(송원여상3), 방광범(전남중1)('저수지의 아이들'(정명섭) 관련 인물), 전재수(효덕초4)(소설 '저수지의 아이들'(정명섭) 관련 인물), 김평용(살레시오고2), 김부열(조대부중3), 김명숙(서광여중3), 문재학(광주상고1)(소설 '소년이 온다'(한강) 주인공), 안종필(광주상고1), 이성귀(광주상고2), 박성용(조대부고3)까지,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어떤 이는 친구나 부모를 찾으러 나갔다가, 어떤 이는 헌혈을 하고 나오다가, 어떤 이는 도청에서 시민군과 마지막 항전을 하다가 젊은 생명을 마쳤다. 이들은 모두 '학생'이었다.

깨어있는 학생들은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빛이 되었다.

이러한 흐름이 다시 물결이 되어, 망언을 일삼는 무분별한 어른들까지도 부끄러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학생들의 깨어있는 실천들이 역사를 의미 있게 바꿔갈 것이다. 김지선 각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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