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1학년 예찬

@백성동 광주풍영초등학교 교사 입력 2023.04.11. 14:03

1학년! 이는 듣기만 하여도 시작과 함께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학년이다. 여러 가지 이유와 상황이 겹쳐서, 10년 조금 넘는 교직 생활에서 처음으로 1학년을 맡게 되었다. 어느 하나 중요치 않은 학년이 없지만, 1학년에게는 처음 학교생활의 시작이라는 특별함이 있다. 처음이라는 특별함 뒤에는 잘 모르는 미지의 세계라는 점에서 두려움도 공존하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초등 담임 교사들의 교단 이야기책들을 살펴보면, 1학년이 가장 많다. 그만큼 다른 학년에 비해 이야깃거리도 참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1학년 담임교사를 준비하는 시간은 두려움이 더 앞섰던 것 같다. 학생들도 처음이고, 나도 처음이고. 보호자들도 학교가 처음인 분들도 꽤 있다. 백지 상태인 학생들에게 내가 만들어주는 학교에 대한 느낌과 이미지가 그대로 씌워질 것이라는 부담감도 있었다.

부담감과 두려움의 장벽은 지난 1월 신입생 면접에서부터 조금씩 낮춰지기 시작했다. 보호자의 손을 잡고 하나둘씩 들어오는 예비 1학년들은 낯설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면접 장소에 와서 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림책을 함께 읽고, 모양을 그리고 오리고 붙이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참 신기했다. 멀찌감치 잘 해내고 있는지 걱정되는 눈빛으로 보고 있는 보호자님의 시선도 느껴졌다. 교사와 학생, 보호자가 모두 긴장과 설렘의 감정이 공존하고 있었을 것이다.

준비하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새 3월 2일 입학식 날짜가 되었다. 1학년들은 입학식과 함께 학교의 모든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전에 다른 학년을 하면서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알려주고, 연습하는 시간이었다. 학교 안에서 돌아다니는 방법부터 책상과 사물함을 정리하는 것, 급식실에서 밥을 받고 먹는 방법, 교과서를 보는 방법, 연필 쥐는 법과 글씨 쓰는 법까지 어느 것 하나 1학년에게는 새롭고, 배워 나가야 할 것들이었다. '그 동안 내가 만났던 학생들이 이 모든 과정을 거쳐서 오는 것이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이 세상의 많은 1학년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심도 함께 들었다. 지금까지 어린이들을 키워왔을 보호자분들의 노력과 정성, 사랑도 함께 느껴졌다.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나눠서 천천히 학교생활을 알려주며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아직은 좀 더 이야기해줘야 하지만 요즘은 수업 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빈도도 점점 줄어들고, 쉬는 시간이 끝나 갈 때면 스스로 놀잇감을 정리하며 수업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전라도 말로 '오지다' 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정성들여서 한해를 보내면 보내기 싫어진다고들 하던데, 그 시간이 되어 있으면 훌쩍 커 있을 우리 반 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아직 1학년을 해보지 못한 동료 선생님들에게 조심스레 권해 본다. 언젠가 꼭 해 보셨으면. 다른 학년을 하면 느끼거나 배우지 못했던 것들이, 첫 1학년을 하면서 보인다. 백성동 광주극락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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