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건축사사무소 대표
한국 명예건축가

근래에 전남·일신방직공장 터의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다.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아래의 황금빛 터널의 추억들,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했던 가로수들이 개발이란 이름아래 잘려 나갔다. 이는 단순히 나무 몇 그루를 잃는 문제가 아니다. 도시의 기억과 정체성이 함께 사라지는 일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해도 기성시가지의 곳곳에는 도시의 희로애락을 지켜봤던 많은 아름드리 거목들이 있었다. 1968년에는 가로수로써 생명력을 유지하던 마지막 유림수가 교통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베어졌다. 유림수란 일제 강점기 초기까지 임동과 유동의 전체를 덮고 있던 울창한 숲을 말한다. 문헌에 의하면 유림수는 병사들이 포위망을 만들고, 북을 치면서 사냥을 했을 정도로 넓었다. 유동과 임동의 지명도 여기에서 유래한다. 문화재로 지정해야 할 유림수가 교통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베어진 것이다. 가로수숲길은 열섬현상 등의 기후를 조절하며 계절의 변화을 느끼게 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하고 쉬어가는 매체 역활도 한다. 환경 심리학자들은 생활만족도는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도시 공공공간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는 단순한 조경시설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장소성을 만들면서 일상생활의 쾌적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외국의 좋은 도시들은 자연환경을 문화적 가치를 갖는 사회적 자본의 한 요소로까지 인식하고 있다. 사회자본이란 인간적으로 매력 있는 사회를 지속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자연환경과 사회적 장치를 말한다, 가로수는 그러한 자연환경의 시작점이다.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도 그러함이 필요하다. 담양의 메타세쿼이아길, 파리의 상젤리제거리, 바로셀로나의 람블라거리, 도쿄의 오모테산도 일대에 좋은 가로수 숲길로 잘 알려져 있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파리의 중심축인 상제리제 거리의 차도를 반으로 줄여 공원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도시를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보행자중심 공간을 통하여 시민행복을 높히려는 철학의 선언이었다. 워싱턴D.C. 또한 가로수를 도시 인프라로 받아들이고 도시기반시설로 인식하고 있는 도시이다. 도시 전체면적의 40%를 나무그늘로 덮는 목표를 세우고 도심가로수를 확대하고 식재를 대대적으로 지원 해 왔다. 이처럼 도시의 진정한 가치는 사람이 걷고 만나고 교류하고 머무는 매체인 공공정원과 가로수 숲길에 있다는 의미다. 광주에도 시민들이 이뤄낸 푸른길(폐선부지)이 있다. 무등산의 숲을 도심으로 연결하는 통로이자 도시재생의 상징인 이 길은 경전철이 노선의 변경과 함께 폐철로가 되면서 공원이 되었다. 할용에 대해서는 경전철 등 다양한 용도가 제안 되었었다. 2002년 필자를 포함한 시민들이 모여 푸른길가꾸기 운동본부가 결성되었고 시민들이 직접 나무를 기증하는 100만 그루 헌수 운동을 벌렸었다 이는 도시를 사람과 숲의 중심으로 되돌린 시민 참여 형 도시재생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도시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지역브랜드를 높이는 데에는 가로수 숲길이 한 축을 담당한다. 이제는 도로를 넓히거나 공사의 편의성을 위해서 긴 세월 함께했던 오래된 가로수 숲길이 사라져가게 하는 일에는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분명한 보행로 계획과 함께 가로수계획이 실현성이 작동되는 마스터플랜이 있어야 하고 여기에는 도시 이미지형성과 연관된 육성해야 하는 수목의 종류나 보존방법 등은 물론 베어내는 수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있어야 한다. 가로수 조례가 도시문화와 사회적 자산이 되는 관점과 부합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도시는 건물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그루의 나무가 도시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긴 세월이 걸린다. 시민이 걷고 만나고 머무는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을 품어주는 가로수가 도시의 품격을 결정한다. 개발은 다시 할 수 있지만 수십 년, 수백 년의 시간을 품은 가로수는 한번 잃으면 되돌릴 수가 없다. 도시의 매력은 다양한 건물과 사람, 자연이 만든다. 이제 광주는 가로수를 도시문화이자 사회적 자산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도시철학을 세워가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가 될 수 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