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광주가 뜨거워지고 있다. 반도체,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산업을 중심으로 삼성, SK하이닉스, 앰코 등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산업화의 중심에서 비껴서 있었던 전남광주가 미래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으니, 지역 입장에서는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AI도시 광주가 단지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고 데이터센터가 세워지는 도시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산업도시의 출발일 수는 있어도, 진정한 의미의 AI도시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내가 생각하는 AI도시 광주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더 편리하고, 더 안전하고, 더 품격 있는 삶을 사는 도시다. “광주는 AI도시”라는 말이 행정 구호나 산업 홍보 문구가 아니라, 시민들이 실제 삶 속에서 체감하는 변화가 되어야 한다.
효천과 대촌 지역의 버스 문제를 보자. 노선이 부족하고 배차 간격이 길면 학생, 어르신, 자가용이 없는 주민들의 이동권은 크게 제약된다. AI를 활용하면 시간대별 승객 수요와 병원·학교·시장 이용 패턴을 분석해 더 효율적인 노선과 배차 체계를 설계할 수 있다. 고정 노선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수요응답형 버스 같은 마을형 AI 교통 서비스도 검토할 수 있다.
노인 돌봄도 마찬가지다. 혼자 사는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고, 약 복용 시간을 알려주고, 위급 상황을 조기에 감지하는 서비스를 동 행정복지센터와 보건소, 복지관이 함께 연결한다면 복지는 더 촘촘해질 수 있다. AI도시는 어르신들이 기술에서 소외되는 도시가 아니라, AI 덕분에 더 안전하고 외롭지 않게 살아가는 도시여야 한다.
아이돌봄 문제도 AI가 도울 수 있다. 맞벌이 부모에게 가장 어려운 순간은 갑작스러운 돌봄 공백이다. 아이가 아프거나, 학교가 일찍 끝나거나, 부모의 퇴근이 늦어질 때 AI가 지역 내 돌봄시설, 작은도서관, 방과후 프로그램, 긴급돌봄 인력 정보를 연결해 준다면 부모의 불안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돌봄은 시설의 숫자만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도움을 연결하는 문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도 AI는 새로운 생존 도구가 될 수 있다. 나는 오랫동안 대형마트를 운영하며 “장사는 사장이 버티는 구조이고, 기업은 시스템이 일하는 구조다”라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지금 손님들은 네이버 검색만이 아니라 AI에게 “근처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 묻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 가게가 AI의 추천 결과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보이지 않는 가게가 될 수도 있다. 광주가 AI도시라면 소상공인들이 AI 검색과 고객관리, 리뷰 분석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행정도 달라져야 한다. 시민이 민원을 넣고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반복 민원과 생활 불편 데이터를 분석해 문제를 먼저 찾아내는 행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AI는 행정을 차갑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시민 가까이 다가가는 따뜻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물론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어떤 철학으로 사용하느냐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가 미래산업의 기반이라면, 그 기반 위에서 시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함께 있어야 한다.
AI도시 광주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진 도시가 아니라, 가장 많은 시민이 AI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도시.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도시를 넘어, 시민의 하루가 달라지는 도시. 나는 그런 광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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