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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는 ‘주민주권’의 실현장이다.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불과 수개월 앞두고 전남광주 특별법 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단순히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지 않다. 지역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결정하는 ‘주민주권의 원리’를 실현하는 데 그 핵심이 있다. 하지만 지금 추진되는 방식은 본말이 전도되어 있다. 집을 짓기 전, 기둥과 보를 세우는 일은 설계의 기본이다. 지금의 통합 논의는 기둥이 되어야 할 자치와 분권, 주민주권 원칙은 보이지 않고, 살림살이 세간인 ‘개발특례’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숙의’와 ‘주민투표’는 대의제의 보완재가 아닌 필수재다. 지방선거 전이라는 정치적 일정에 쫓기다 보니, 가장 중요한 ‘주민’이 소외되고 있다. 행정구역의 통합은 단순한 간판 바꾸기가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지역적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헌법적 사건’이다. 그런데 ‘통합만 하면 잘 살 것’이라는 장밋빛 구호만 난무하다. 정치 엘리트들의 말잔치 속에서 주민들은 ‘주권자’가 아니라 강건너 불구경하는 ‘관객’이 됐다. 중요한 사건인만큼 통합의 비용은 얼마인지, 어떤 부작용이 예상되는지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 없이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은 비용이 아니라, 통합 이후의 갈등을 예방하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이다. 더불어 주민의 삶에 직결된 중대 사안은 직접민주주의 절차인 주민투표를 통해 최종적 정당성을 부여받아야 한다. 그것이 헌법이 예정한 주민주권의 실현 방식이고, 지방자치를 하는 이유이다.
통합 특별법에는 ‘통합’이 없다. 전남광주 통합 특별법안에는 통합을 선언하는 규정만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특례규정으로 채워져 있다. 정부의 특례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및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같은 ‘개발 민원’은 가득하지만, 정작 핵심인 ‘자치 분권’의 알맹이는 빠져 있다. ‘지역 민원’ 요청보다 ‘자치 분권의 뼈대를 만드는 일’이 앞서야 할 것이다.
권력의 집중: ‘견제와 균형’ 없는 거대 자치단체는 독주한다. 권력은 집중될수록 부패하고, 견제받지 않을수록 독주하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광주와 전남이 합쳐져 탄생할 약 330만 명 규모의 거대 지방정부는 인사권, 예산편성권, 각종 인허가권은 과거보다 두 배 그 이상으로 강력해질 것이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는 특별법 어디에도 이를 실질적으로 시민감시, 의회권한 강화, 주민참여 강화 등 견제할 ‘권력균형’ 장치는 보이지 않다. 인구가 늘어나면 주민소환이나 주민발안을 위해 필요한 주민 숫자도 비례하여 증가한다. 이는 주권 행사의 문턱을 높여, 결과적으로 ‘주민과 행정 권력 사이의 거리’를 더 멀게 만든다. 주민참여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통합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
‘재정 분권’ 없는 사무 이양은 허구다. 첫째, 무늬만 특별시인 ‘재정적 종속’의 위험이다. 기존의 특별자치시·도들은 ‘과세자주권’이 없어 여전히 중앙정부의 교부세에 목을 매는 처지다. 진정한 통합이 되려면 국세의 지방세 이양과 같은 재원조달 구조가 영구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중앙정부의 ‘시혜적 지원’에 기대는 통합은 4년 이후 지원이 끊기면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
먼저 검토되어야 한다. 마창진 통합의 사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통합 이후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최근 통합전보다 인구가 줄어들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전통의 도시 마산이 정체성을 잃고 소외되고 있고 여전히 지역적 갈등이 사라지지 않고 현재진행형입니다. 우리 지역의 통합도 장밋빛만 아닐 것이다.
첫째, ‘내부적 식민지화’를 경계해야 한다. 인구와 자본이 집중된 도시 위주로 자원이 쏠리면, 전남의 농어촌 지역은 더욱 빠르게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예산에서 소외된다면, 혐오 시설은 농촌으로 가고, 혜택은 도시에 집중된다면 ‘농촌의 소멸’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농어촌의 소외를 막기 위한 농어촌 쿼터제나 상설 감시 기구에 대한 고민이 특별법에 담겨 있어야 한다.
둘째,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및 예비타당성 면제나 간소화는 자칫 미래세대의 삶의 터전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단체장의 비대해진 개발 인·허가권을 감시하고, 환경적인 가치가 존중받을 수 있는 주민참여형 환경감시기구도 절실하다.
셋째 광주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이대로 통합이 되면 광주시라는 행정적 울타리는 사라지고 광주라는 정체성도 위협받을 수 있다. 민주·인권·평화의 성지로서 광주가 가진 공동체 정신과 브랜드 가치는 행정 통합의 효율성이라는 잣대로만 평가될 수 없다. 광주라는 공동체의 역사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통합 거버넌스 설계가 필요하다.
집을 설계할 때에는 집주인에게 집짓는 것을 허락 받아야 한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주민주권이고,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추진되는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정치 엘리트들의 ‘권력 확대’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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