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주·전남 행정통합, K-콘텐츠의 ‘슈퍼 로컬 클러스터’ 기회

@백창기 (재)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콘텐츠진흥본부장 입력 2026.02.08. 17:24
백창기 (재)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콘텐츠진흥본부장
백창기 (재)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콘텐츠진흥본부장

현재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지지와 더불어 다양한 예산, 규제, 인센티브 특례 등이 거론되며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리는 지방분권이 아닌, 주도하는 지방분권이 실현되는 모습을 보고 있다.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주요 특례로 AI·반도체·에너지산업과 농어촌 혁신, 교통, 안전, 생활 등 다양한 분야가 언급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자부심과 공통된 역사적 품위를 현실화하는 데 있어 문화와 문화콘텐츠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은 더 이상 국경에 매몰되지 않는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OTT 플랫폼을 타고 흐르는 콘텐츠의 핵심 트렌드는 이제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Local is Global)’이라는 명제다. 지난 2024년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광주의 스토리가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증명했다. 또한, 최근 서울시무용단의 창작무용 ‘일무’가 무용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미국 뉴욕 제41회 베시 어워즈(Bessie Awards)에서 ‘최우수 안무가 및 창작자상’을 수상하는 등 우리 이야기와 전통은 세계인이 향유하는 주류 문화로 우뚝 섰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대한민국 고유의 정서와 서사를 간직한 ‘로컬 콘텐츠’로 향하고 있다.

현재 광주시는 광주비엔날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실감콘텐츠큐브(GCC) 등을 중심으로 세계적 미술의 중심지이자 미디어아트, 애니메이션, 실감형 콘텐츠 등 인프라와 기술력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전남도는 도서·해양 문화, 남도 음식과 유서 깊은 전통 자원 등 대한민국의 독보적인 원천 스토리텔링(IP)의 보고다. 지금까지 두 지자체가 각자도생하며 인프라와 자산이 분절되어 있었다면, 통합은 광주의 ‘첨단기술’이라는 그릇에 전남의 ‘풍부한 서사’를 담아내는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다. 이는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문화기술 거점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광주·전남은 의향(義鄕), 예향(藝鄕), 미향(味鄕)으로 불리는 깊은 역사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성지라는 역사성, 남도 창극과 수묵화의 예술적 깊이, 그리고 섬세한 미식 문화는 그 자체로 강력한 로컬 콘텐츠다. 이러한 고유성은 복제가 불가능한 자산이며,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했을 때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디지털 문화유산’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스페인의 빌바오는 쇠락한 공업도시에서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로 문화도시가 되었으며, 미국의 뉴올리언스는 지역 특유의 재즈 문화와 식문화를 결합해 세계적 문화 관광도시가 되었다. 새롭게 출발하는 광주·전남 통합 지방정부 역시 이들처럼 지역의 정체성을 현대적 산업 가치로 전환하는 ‘로컬 콘텐츠 기반 문화도시 혁신’의 모델이 될 수 있다.

또한, 행정통합으로 거대해진 인구와 경제 규모는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가능케 한다. 더 많은 자본이 지역 콘텐츠 산업에 투입되어 대학 간 협력과 문화 인재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면, 청년 창작자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세계적 콘텐츠를 만드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창작 인재의 정주 여건은 콘텐츠 산업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유치하는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아울러 AI 데이터센터와 AI 컴퓨팅센터의 문화콘텐츠 산업 융합을 통한 ‘AI 융합 제작 인프라’ 조성, 대한민국 고유 IP의 플랫폼화 등을 통해 광주·전남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단순히 지도를 합치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남도의 깊은 역사적 숨결에 현대적 기술의 날개를 다는 ‘문화 르네상스’의 서막이다. 통합된 광주·전남이 만들어낼 로컬 콘텐츠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가장 강력한 K-컬처의 심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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