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판다 이후, 북구가 준비해야 할 것들 ― 동물과 사람이 함께 머무는 구조 ―

@조호권 전 광주광역시의회의장 입력 2026.02.05. 09:59
조호권(전 광주광역시의회 의장)

최근 판다 유치 논의가 가시화되면서 관심과 기대가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관심이 커질수록 우리는 한 발 물러서서 질문해야 한다. 판다가 오는 이벤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구가 어떤 도시로 준비되어 있느냐다. 판다는 잠시 머물 수 있다. 하지만 도시의 변화는 준비된 곳에만 남는다.

그동안 우리는 여러 차례 대형 콘텐츠와 이벤트를 경험해 왔다. 개막식은 성대했고, 방문객은 잠시 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이유는 분명하다. 콘텐츠는 있었지만, 생활로 이어지는 구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판다를 둘러싼 논의에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보여주는 성과’에만 집중하는 태도다.

광주 북구는 우치동물원을 품은 도시이면서 동시에 대학가와 주거지, 골목상권이 공존하는 생활형 공간이다. 이 말은 곧 가능성과 과제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만약 판다가 오게 된다면, 그 효과는 동물원 담장 안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아이의 하루, 가족의 동선, 상인의 매출, 주민의 일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판다는 또 하나의 이벤트로 소비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지금 북구에 필요한 것은 유치의 성공을 장담하는 말이 아니라, 준비의 목록이다.

첫째는 아이와 가족 중심의 체류 동선이다. 지금까지의 관광은 ‘보고 떠나는 방문’에 머물렀다. 그러나 가족 단위 방문은 다르다. 유모차를 끌고 걷기 편한 거리인지, 아이가 잠시 쉬어갈 공간이 있는지, 하루를 보내도 부담이 없는지가 중요하다. 머무를 수 없는 도시는 다시 찾지 않는다.

둘째는 골목상권과의 실질적인 연결이다. 대형 시설 하나가 살아난다고 지역경제가 자동으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비가 특정 공간에만 집중되면 골목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강제나 할당이 아니라, 식당·카페·소상공인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연결 구조다.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골목으로 걸어 들어오게 만드는 동선과 정보, 그리고 환영의 분위기가 중요하다.

셋째는 아이 안전이 우선인 거리 운영이다. 평일 기준으로 설계된 도시는 주말과 방학에 불편해진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차량과 보행이 충돌하고, 그 불편은 곧 불만으로 이어진다. 주말과 방학에 보행 친화 구간을 확대하고, 아이를 기준으로 한 안전 설계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가족이 다시 찾는 도시’가 된다.

넷째는 주말·방학 대응형 도시 운영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평일 행정에 익숙해져 왔다. 그러나 관광과 체류는 주말에 일어난다. 사람이 몰리는 날을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된 운영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교통, 주차, 안내, 안전 관리가 사전에 준비될 때 방문은 불편이 아니라 기회가 된다.

다섯째는 관람을 넘어 배움으로 이어지는 교육·생태·체험 콘텐츠다. 아이들은 단순히 보는 것보다 경험하고 이해할 때 다시 찾는다. 지역의 자산과 연결된 생태 교육, 환경 체험, 생활 속 배움이 있을 때 방문은 기억으로 남는다. 이는 단기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도시 이미지로 축적된다.

여섯째는 시민 참여형 운영 구조다. 행정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 방식은 오래가기 어렵다. 상인과 주민, 시민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스스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구조만이 지속된다. 보여주기 행사보다 작지만 꾸준한 참여가 도시를 바꾼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와 무관한 중장기 전략이다. 판다 유치 여부는 외교와 국가의 영역이다. 우리는 그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무엇을 준비하느냐는 지역의 선택이다. 유치 여부를 떠나 실행 가능한 계획이 있을 때, 논의는 이벤트가 아니라 정책 자산으로 남는다.

판다는 도시를 시험하는 질문이다. 그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지역의 경쟁력이다.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머무는 구조가 도시를 바꾼다. 북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기대와 함께 차분히 준비를 쌓아가는 것이다. 그 준비가 있을 때, 어떤 기회가 와도 북구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우리는 판다 이후의 이야기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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