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죽어가는 광주 공사장 붕괴 사고, 예견된 인재(人災)

@김미남 전 청와대 행정관 입력 2026.01.08. 17:57
김미남 전 청와대 행정관·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

최근 광주 서구에 위치한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로 작업자 4명이 사망했다. 지난 6월에도 같은 현장에서 보양 작업을 하던 현장소장이 추락해 2개월여간 치료를 받다 8월 말 숨졌다. 추락 사고가 발생한 지 6개월여 만에 또다시 대형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광주는 유독 건설현장에 대형사고가 많다. 대표적인 사고만 봐도 3년 전, 2022년11월 오후 발생한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전체 8개동 가운데 201동 39층 바닥부터 23층 천장까지, 내부 구조물과 외벽이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4년 전 2021년6월에는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공사 현장에서 철거 중인 5층 건물이 무너져 지나가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숨진 9명을 포함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무엇을 더 얼마나 잃어야 정신을 차린단 말인가?

광주는 4년 전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공사 현장 사고 이후에도 반복된 사고와 꺼져가는 노동자의 소중한 생명을 목도했지만 지금도 바뀐 게 없다. 이번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도 단순하게 봐선 안 된다. 수백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관급 공사로 공공기관인 광주시가 발주했지만, 공사 현장이 민간 공사보다 못한 안전관리 시스템으로 운영됐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불특정한 다수의 광주시민을 위한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은 더한다.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2022년 광주 8건·전남 7건, 2023년 광주 5건·전남 12건, 2024년 광주 2건·전남 12건 등 인명피해가 건설 현장에서 여전히 지속적으로 반복됐다.

전국 상황을 보면 올해 건설 현장에서 희생된 노동자만 200명이 넘는다. 건설업 재해 유형 중 '떨어짐'에 의한 사고 사망자가 278명으로 전체 33.6%로 가장 많았다. 업장 규모로 살펴보면 50인 미만 업체가 61.9%, 100~299인이 263명, 1000인 이상은 114명으로 가장 적었다. 규모가 작을수록 사망자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건설 현장의 사고는 왜 일어나는지, 문제는 무엇인지, 다양한 사고 원인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는 최저가 낙찰제와 다단계 하청 구조·공법 변경·부실시공이다. 다단계 하청 구조는 위험한 작업일수록 아래로 내려가고, 사고가 나도 책임을 하청으로 전가하면서 발주처와 원청은 법적책임에서 한발 물러난다. 둘째, 비용 절감을 위한 공사 기한 단축과 이에 따른 무리한 공사도 문제다. 기한 내 공사를 끝내야 하는 노동자들은 구조적 문제로 위험하고 무리한 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 셋째, 지자체의 공사 발주·계약 과정과 공사기간 관리·감독 소홀이다. 넷째, 전형적인 안전불감증과 품질관리 미흡이다. 이미 6개월 전 사고로 현장소장이 숨지는 등 위험요인이 있었지만 저평가하거나 무시했다.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역시 총체적 부실로 인한 예견된 인재(人災)로 보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고 전 관리·감독 강화가 중요하다. 지역 내 건설사업 전반에 대해 안전관리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고, 지역 시민사회와 건설 노동계가 요구하는 안전대책위원회 구성도 광주시의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사건 중 실형 선고 비율은 8% 수준이다. 유족과 합의를 감형 요소로 반영한다는 게 대법원 양형연구회 심포지엄에서 나왔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기업이 사고 예방보다 사고 발생 후 합의에 치중할 수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정부와 법원은 건설현장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과도한 감경 효과를 부여하기보다는 재발 방지 조치 이행과 사고 근절을 위해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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