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답이 없던 곳에서 길을 만드는 동구의 적극행정

@신동하 광주 동구 부구청장 입력 2025.11.12. 18:32
광주 동구 부구청장 신동하

민원 현장에서는 비슷한 풍경이 자주 펼쳐진다. 법령 해석이 모호하거나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민원인에게 "안 된다"고 답하는 순간이다. 민원인도 답답하고, 담당 공무원도 미안하다. 창구를 나서는 주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공무원은 속으로 자책한다. '가능한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괜히 문제가 되면 어떡하지'하고 말이다.

법령을 넓게 해석했다가 감사나 문책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동료가 감사를 겪는 모습을 본 경험은 공직자를 더욱 소극적으로 만든다. 그렇게 '안전한 관행'만 반복하다 보면 행정은 주민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진다.

행정의 본질은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데 있다. 대통령께서도 "국민의 삶을 바꾸는 것은 공직자의 적극적인 자세에서 시작된다"며, 관행과 법령 해석에 갇혀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소극행정임을 강조했다.

법과 규정은 주민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이지, 주민의 불편을 정당화하는 명분이 될 수 없다. 법과 규정의 틈새에서 공익을 위한 현실적 해법을 찾는 용기, 지금 우리 행정에 필요한 자세다.

그러나 용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적극적으로 일한 공직자가 문제가 생겼을 때 조직이 보호하지 않는다면, 혁신은 일상으로 자리 잡을 수 없다. 변화는 몇몇 공무원의 열정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제도와 조직 문화가 함께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그래서 광주 동구는 공직자가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첫째, 적극적으로 일하다 감사에 직면한 공직자를 지원하는 면책보호 체계를 마련했다. 주민을 위한 시도라면 조직이 끝까지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둘째, 작은 시도에도 즉각 보상하는 적극행정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했다. 혁신이 '한 번 하고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습관이 되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셋째, 성과를 평가할 때 공무원의 노력보다 주민이 실제로 느끼는 변화를 더 중요하게 보기로 했다. 행정의 성과는 보고서가 아니라 주민의 일상에서 증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작은 혁신들이 현실로 나타났다.

종이팩 재활용률이 낮다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던 담당 공무원은 카페와 노인일자리를 연결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카페에서 발생하는 종이팩을 노인일자리 참여자가 수거하는 새로운 구조였다. 단순해 보였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환경을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주민 참여를 이끈 작은 혁신이었다.

빈집 문제도 마찬가지다. 인구 감소로 빈집이 늘어나지만 사유재산 문제로 손대기 어렵다. 그러나 방치하면 동네 전체가 낙후된다. 동구는 빈집을 수리해 청년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상생형 주거 모델을 도입했다. 소유자는 관리 부담을 덜고, 청년은 보금자리를 얻고, 동네는 활력을 되찾았다.

금남로 역시 오랜 시간 차량 중심의 공간이었다. 시민들의 기억 속 금남로는 '광주의 상징'이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동구는 버스 노선과 상인들의 이해를 조정해 차량을 줄이고 시민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금남로 차 없는 거리'를 추진, 매달 첫째 주 토요일마다 운영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결국 도시 공간의 가치를 회복한 변화였다.

이 같은 문제들의 답은 기존 방식 안에 없었다. 공무원들은 "안 된다"보다 "어떻게 하면 될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고, 주민들은 변화된 일상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오랜 공직 경험 끝에 얻은 결론은 명확하다. '주민은 말이 아니라 변화로 행정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과 제도를 만들어도 주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광주 동구는 앞으로도 규제안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해법을 찾을 것이다. 완벽한 정답은 없다.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민과 함께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적극행정이라고 믿는다. 주민의 관심, 참여, 그리고 아이디어가 동구 적극행정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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