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전)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

얼마 전 기록적 폭우에 우리 광주시민들은 극한 재난을 겪었다. 대부분의 도로와 지하차도, 지하주차장, 교각, 보행로 등이 물에 잠겼고, 수많은 집과 상점들 또한 침수되어 시민들 대다수가 상당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심지어 소중한 생명까지 앗아갔다. 주변 이웃들의 삶의 터전이 무너진 것이다.
기후변화로 잦아지는 극한 호우 등 자연재해를 사람의 힘으로 완벽히 감당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의 예방책과 대응책 수립에 정치가와 행정가, 그리고 전문가들과 깨어있는 시민들이 적극 나서줘야 한다. 또한 그에 상응한 도시계획의 새로운 방향성에 대해서도 함께 모색해 볼 시점이다.
15개 하천 물길을 덮어버려
광주에는 총 35개의 하천(국가하천 4개소, 지방하천 31개소)이 있지만, 이 중 절반 가까운 15개 하천이 복개돼 지하에 묻혀 있다. 복개된 구간만 해도 46.2km에 이른다. 광주천(양동~유동), 학림천, 진원천, 마륵천, 선암천, 극락천 등 이름조차 잊힌 물길들이 도심 어딘가에 숨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광주는 개발과 효율을 이유로 하천을 덮고 도로와 주차장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과 물길을 잃어버린 도시 광주는 급격한 폭우를 감당하지 못했고 재난에 노출됐다.
이번과 같은 기록적 폭우가 앞으로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은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 늦기 전에 함께 생각해보고 돌이켜야 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재난은 광주 시민 모두 이미 체감하고 있다. 몇 십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지역 평균 기온이 급상승하며, 한 해 여름을 보낼수록 광주 도시가 뜨거워지는 날이 길어지고, 기습적 집중호우 또한 자주 발생하고 있다.
복개된 하천을 열고 물길을 되살려 도시전체 온도 상승을 저감 시키고, 수변공간을 증가시켜 빗물유출 감소와 지하수 함양 증가로 인한 물순환 체계를 강화해 홍수, 가뭄 등을 예방해야 한다.
한마디로 도시의 배수기능, 기후조절기능, 재해저감기능을 높이는 조치이다.
또한, 물고기와 새, 나무가 다시 돌아오는 도시 생태 회복 기능도 높아진다.
광주 인구는 한때 150만 명에 가까웠지만. 지금 주민등록 기준 인구는 139만여 명으로 줄었다. 출생은 줄고 고령자는 늘어나며, 청년들은 기회를 찾아 타도시로 떠나고 있고, 광주 도시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도시계획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복개된 하천을 열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도시 광주로서의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세계는 이미 도시를 재설계하고 있다. 일본 도쿄, 독일 함부르크, 미국 샌안토니오 등은 복개하천을 다시 열고 생태도시로 거듭났다.
자연이 돌아오니 시민이 돌아오고, 관광객이 늘며 경제가 살아났다. 기후위기에도 더 강한 도시가 됐다.
시민들은 물길을 따라 걷고,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르신들은 그늘 아래 쉴 수 있다. 상권도 살아났다. 그것이 바로 생태도시로써의 변화 효과이다.
정치가와 행정가, 전문가가 해야 할 일
복개하천을 열고 생태도시로 나아가는 길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정치가와 행정가가 나서야 한다.
우선 단계별 목표를 설정한 '광주형 생태도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피해가 크고 시민 이용도가 높은 구간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해 성과를 만들고 여론을 설득해야 한다. 단기·중기·장기 계획을 구체화해 예산을 확보하고 민원에 대응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예산은 시가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국토부·환경부의 도심하천 복원사업, 또는 특별법을 통해 국가재정을 확보해야 한다. 국비-지방비 매칭과 민관협력(PPP) 방식을 병행해 재원 부담을 줄여야 한다.
건축, 도시계획, 환경, 교통 등등 관련 분야별 전문가들은 기획, 실현, 마무리 단계까지 전체 사업의 방향을 잡아주는 조타수 역할을 해야 한다.
시민이 함께하는 생태도시계획
하천 복원 과정에서 주변 주민들의 민원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를 최소화하고 공감을 얻는 방법으로 기획 단계부터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시민참여형 생태도시위원회'를 구성하고, 설명회와 공청회를 통해 투명하게 논의해야 한다.
복원 후 상권 활성화, 토지 가치 상승, 문화공간 조성 등의 기대효과를 구체적인 데이터로 제시해야 한다. 공사 중 불편에 대해서는 임시주차장, 영업지원금, 보상금을 통해 지원하고, 단계별로 진행해 심리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일본 도쿄의 메구로가와는 벚꽃길로 재탄생하며 관광 명소가 됐다. 예산의 80%를 국가와 도쿄도가 부담했고, 공청회를 수차례 거치며 주민과 상권에 '경제적 이익'을 설명했다.
독일 함부르크는 국가와 EU 예산을 결합했고, 집값 상승 효과를 수치로 제시해 동의를 얻었다. 미국 샌안토니오는 장기적 관광수익 모델을 설명하고, 주민에게 세금 감면과 임대료 지원을 병행했다.
이처럼 장기적 비전과 현실적 보상이 함께 가야 주민과의 사회적 합의를 얻을 수 있다.
광주는 민주화의 정신을 품은 도시이다. 이제는 자연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 물길을 되살리고 사람을 지키는 것, 그것이 우리가 후대에 남겨야 할 유산이다.
광주를 자연이 흐르는 도시로, 행복이 흐르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지금 준비하자. 행동하자. 광주의 미래는 우리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바로 하천 복원에서 시작하자.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전남광주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