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에 물폭탄이 떨어졌다. 하루 만에 400mm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시간당 80mm의 폭우는 광주라는 부스에 샤워기를 틀어놓은 것보다 더한 물줄기라고 한다. 100년, 200년에 한 번 온다는 강우가 5년 만에 다시 찾아온 것이다.
도로는 침수되고 차량은 잠겼다. 토사가 쏟아지고 집에 물이 들이닥쳤다. 구도심이 물에 잠기자 주민들은 또다시 대피해야 했다. 북구 신안동 일대는 사실상 수중 도시로 변했고, 산 아래와 강 옆의 자연마을들은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섰다. 두 명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됐다. 그렇게 광주는 또 한 번, 기후 약자들에게 가혹한 도시의 민낯을 드러냈다.
◆'어느새 뉴노멀' 광주시, 이대로는 안 된다
이례적인 강수는 어느새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2020년 홍수 이후, 대책과 정비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또다시 물폭탄 세례다. 열대성 폭우처럼 짧고 강한 스콜이 반복되고 있고, 기상청은 '장마' 대신 '우기'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이상기후는 이제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구조이고 일상이다. '뉴노멀'이다.
하지만 21세기 기후 앞에 놓인 행정은 여전히 20세기다. 상황은 악화되는데도 기준은 여전히 과거 호시절에 머물러 있다. 해를 건너 빗물이 배수용량을 넘나드는데도, 배수시설 기준은 그대로다. 시행률 20%에 불과한 광주시 자연재해저감 종합대책은 우수저류시설 설치에 앞으로 10년간 7837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올해 예산은 겨우 85억 원이다. 전체 계획의 1%에 불과한 예산으로 우리는 무엇을 막을 수 있었을까?
침수 피해를 막겠다며 130억 원을 투입한 서방천 개수공사도 무용지물이었다. 공사 때문에 오히려 물그릇이 형성돼 피해만 키웠다는, 신안동 주민들의 볼멘소리만 허공에 메아리친다. 우리는 무엇을 한 걸까?
광주시는 최근 3년 연속 재난관리기금을 법정 기준에도 못 미치게 적립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비용 문제로 취급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무리 재정난이 있다 해도, 안전을 뒷전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 재해 예방은 피해 복구보다 저렴하다. 우리는 우리 몫을 다 한 뒤에야, 국가의 지원을 당당히 요청할 수 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국가 책임 강화해야
이번 집중호우에 광주 북구의 피해는 유난히 컸다. 신도시보다는 오래된 주택단지 중심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피해액은 2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특별재난지역 지정 기준인 122억 5천만 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광주 북구는 반드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야 한다.
이제 국가는 지방정부를 재난으로부터 보호할 '적극적 책임자'로 나서야 한다. 재난의 경중을 따지기 전에, 피해의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 다행히도 국회는 빠르게 움직였다. 전진숙 의원은 기후재난 대비에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하천법과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재난을 구조적 차원에서 다루려는 제도 개선에 나섰다. 지역 국회의원의 이런 노력은 환영받아 마땅하다.
◆피해 키우는 콘크리트 도시, 이제는 바꿔야 한다
강수훈 의원은 지난 18일 광주시의회 본회의에서 "광주천 복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약속"이라고 주장했다. 양동 복개상가와 광주천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침수를 막자는 것이다. 실제로 경양지천, 동계천, 서방천, 극락천 등 콘크리트로 덮은 복개하천들에 침수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도시를 복원하는 일이 곧 재난을 예방하는 일이다. 광주천 재생과 함께 15개 지류하천, 총 4만1816m 구간에 대한 장기적이고 생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재난은 어제의 일이 아니다. 오늘도 내리는 이 빗방울 속에서 우리는 다음 재난을 준비해야 한다. 늦지 않게, 근본부터 바로잡는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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