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수·순천·광양 유니버시아드 유치, 남해안권 대도약의 결정적 전환점

@김민철 조선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입력 2025.07.30. 18:17
김민철 조선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김민철 조선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지방소멸, 청년 유출, 지역 간 불균형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다. 수도권에 인구와 자원이 집중된 '일극 체제'를 넘어, 지역이 고유한 기능과 매력을 바탕으로 자립할 수 있는 다핵 체계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시대적 과제를 앞에 두고, 여수·순천·광양이 203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공식명칭:세계대학경기대회) 공동 유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국제행사 유치 그 이상이다. 이는 남해안권 도시들의 생존 전략이자, 지역 균형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는 결정적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여수·순천·광양은 각각 뚜렷한 도시 정체성과 인프라를 갖춘 복합생활권이다. 여수는 아름다운 해양관광지이자 세계박람회 개최 도시로서 국제행사 유치 경험이 풍부하며, 순천은 순천만 국가정원을 중심으로 생태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구축했다. 광양은 동북아 물류 거점으로서 산업과 교통망이 강점이다. 이 세 도시는 이미 교통·관광·숙박 인프라를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고 있어, 유니버시아드 유치를 위한 물리적 기반이 상당 부분 마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여수세계박람회,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광양항 개발 등 국제행사 및 전략 사업을 치러낸 이들 도시의 경험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 운영에 필수적인 역량을 증명하고 있다.

하계 유니버시아드는 세계 150여 개국, 약 1만 2천여 명의 대학생 선수단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다. 단순히 경기만 진행되는 이벤트가 아니라, 교육, 문화, 관광이 융합된 국제 청년 축제다. 특히, 지역 청년과 대학, 관광·스포츠 산업을 연계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 인구 유입과 체류를 유도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선수촌 운영, 경기장 지원, 자원봉사자 양성, 통역 및 관광 안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 일자리가 창출되며, 여수, 순천, 광양에 기반을 둔 대학들은 대회 운영의 실질적 파트너로 참여해 청년 인재들에게 수준 높은 글로벌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경제적 효과도 분명하다. 광주광역시가 2015년 유니버시아드 개최 당시 투입한 총예산은 약 6천800억 원이었다. 그러나 기존 시설 활용, 선수촌 임대 전환 등의 절감 전략을 통해 약 2천억 원의 비용을 아꼈고, 지역 경제에 약 1조 원 이상 유발 효과를 기록했다. 여수·순천·광양은 각종 기존 시설과 관광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고, 일부 종목을 목포, 나주와 협업한다면, 광주 사례의 60~70% 수준인 약 4천억 원 내·외의 예산으로도 충분히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의 초광역 지원 사업과 지방 연합 구조를 접목한다면, 재정 부담은 더욱 줄어들고 투자 효율성은 높아질 것이다.

2035년이라는 목표 시점도 중요하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충분한 유치 전략 수립과 인프라 정비가 가능하며, 첨단 기술 발전 흐름에 맞춘 스마트 대회 운영도 실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G·AI 기반 경기장 운영, 친환경 에너지 활용, 다국어 자동 통역 시스템, 생태·해양을 연계한 문화 프로그램 등은 남해안 도시들이 국제사회에 선보일 수 있는 독창적 콘텐츠이다. 이는 단순히 대회를 잘 치르는 것을 넘어서, 스포츠를 통해 지속 가능한 도시 이미지와 글로벌 도시브랜드를 형성하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무엇보다 유니버시아드는 지역 간 연대를 기반으로 하는 이상적인 국제행사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 도시 중심의 개최는 대회의 본래 취지와도 맞고, 정부의 지역 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나 초광역 협력지구 정책과도 적합하다. 이러한 사례를 잘 보여주는 것이 2025년 독일에서 개최되는 유니버시아드대회이다. 독일은 이번 대회를 효율적으로 치르기 위해 대도시권의 여러 도시에서 개최하고 있는데 보훔, 뒤스부르크, 에센, 베를린 등 총 6개 도시에서 대회를 분산 개최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여수·순천·광양도 공동 개최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지방 협력 모델은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균형 발전 전략의 선도 사례가 될 수 있다.

물론 유치에는 막대한 준비와 시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재정 투입의 효율성, 환경 친화적 운영, 시민 불편 최소화 등 여러 과제를 동반한다. 하지만 이미 국내·외 대회를 통해 검증된 방식을 참고하고, 시민과 함께 준비하는 투명한 유치 절차를 밟는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또한, 대회 이후 체육시설은 시민 체육 공간으로 환원하고, 대회를 통해 향상된 도시브랜드는 문화·관광 자산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게 유니버시아드는 '2주의 축제'가 아니라 '미래 20년의 성장 기반'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 물음을 던져야 한다. "2035년이 아니면 언제 이 기회를 잡을 것인가?" 여수·순천·광양의 유니버시아드 공동 유치는 남해안 남중권이 글로벌 도시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이며, 국가 균형 발전의 실질적 출발점이다. 지금이야말로 이 역사적 기회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의 지혜와 의지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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