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이재명 대통령과 지역 현안 토론 이후, 광주 군공항 이전 논의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논의가 현실화될수록 가장 큰 장애물은 '이전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나 기술적 과제가 아니라, 지역 재정과 국가 책임이라는 본질적인 사안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중요한 선례가 있다. 지금의 상무지구가 조성되기 전, 1980년대 말까지 그 자리는 '상무대' 군부대가 있었다. 당시 국방부로부터 해당 부지를 무상으로 넘겨받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민간 신분에 불과했던 전남대학교의 두 교수(필자의 은사님들)는 국방부를 직접 찾아가 왜 이 부지를 광주시에 무상 이전해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했고, 결국 국방부는 이를 수용했다.
국방부가 광주시에 무상 이전 의사를 통보했을 당시 광주시는 당황했지만 이후 상무지구 개발로 약 1천600억 원의 개발 이익을 얻었고, 이는 도시 기반 확충과 시민 편익 증진에 활용됐다. 이는 단순한 부지 이전을 넘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신뢰와 협력의 상징적 사례로 남았다.
당시 교수들이 제시한 논리는 지금도 유효하다. 상무대 부지는 국방이라는 공공 목적을 내세워 지역 주민들로부터 헐값에 수용된 땅이다. 이를 시가에 다시 매각하겠다는 발상은 공공성과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오랜 기간 도시 발전을 가로막아 온 해당 부지에 대해, 이제라도 국가가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하며, 그 방식은 '무상 이전'이 되어야 한다.
이 원칙은 광주공항 부지에도 적용돼야 한다. 1964년 공항이 현재 위치로 옮겨질 당시, 주민들은 정당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삶의 터전을 떠났다. 이제 와서 그 땅을 매각해 수익을 얻겠다는 것은, 과거 희생을 외면하는 일이다. 군공항은 소음뿐 아니라 고도 제한, 군사시설이라는 특성 때문에 광주의 중심 발전을 끊임없이 가로막아 왔다.
광주공항 부지는 광주시민의 땅이다. 상무대와 같은 선례를 따라, 국방부는 이 부지를 광주시에 무상으로 돌려줘야 한다. 이는 도덕적 명분을 넘어, 정책 일관성과 지역 균형발전 실현을 위한 일이다. 광주시가 추진하는 스마트 도시 구상이나, 시민사회에서 제안한 '백만평 광주숲'은 이 공간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또한 공항 기능이 이전될 무안국제공항은 서남권 전체를 아우르는 거점공항으로 육성돼야 한다. 현재 무안공항은 교통과 접근성 측면에서 여전히 인프라가 부족하다. 공항 확장과 기반시설 구축 예산은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하며, '지방 몫'이라는 이름으로 지방정부에 부담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열악한 재정으로는 이러한 대형 사업을 지속할 수 없고, 이는 오히려 이전 논의 자체를 좌초시킬 수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균형발전'을 말한다면, 광주공항 이전은 그 의지를 보여줄 첫 시험대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지방에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재정을 집행하고 역할을 다함으로써 지역과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새로운 균형발전 전략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번 광주공항 이전이 그 실효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광주시와 전라남도는 공동의 비전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에 당당히 요구하며, 호남의 미래를 설계하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 상무대 무상 이전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가능성'은 존재한다. 이를 현실로 바꾸는 첫걸음은 지역의 분명한 의지와, 이에 응답하는 정부의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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