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북구에는 요즘 밤이 되면 은은히 불을 밝히는 컨테이너 미술관이 있다. 이름도 정겹다. '펀펀한 아트박스'. 첨단, 중흥, 풍향 등 지역 공원 곳곳에 자리한 이 작은 예술 공간들은 낮에는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블라인드를 내리고 있다가, 해가 지면 자동으로 조명이 켜지고 전시가 시작된다. 회화, 서양화, 수상 아동 그림, 청년 예술가와 장애인 작가의 특별전까지, 장르와 경계 없는 전시가 열린다. 공원을 산책하다 마주치는 이 예술은 고정된 미술관의 틀을 넘고, 지역 주민의 생활 속으로 들어온다.
이 같은 시도는 광산구의 '별밤 미술관'에서도 이어진다. 역시 야간에 개장하는 컨테이너형 미술관으로, 5개 생활권역 공원마다 설치되어 있다. 시민은 굳이 시간을 내지 않아도, 집 앞 공원 산책길에서 예술을 만난다. 이것이 '예술의 일상화'다.
전북 정읍의 '달하미술관'이나 양평군립미술관의 '컨테이너 아트랩' 역시, 모두 '야간 개방형' 또는 '비대면 관람형'의 실험적 공간이다. 고비용 고정식 미술관이 아닌, 이동 가능하고 유연한 컨테이너 전시 공간이 대세가 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전시의 경계'는 해체되었고, 공공 미술의 방식도 바뀌었다. 기존의 '보는 예술'에서 '함께 사는 예술'로, 시민의 삶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여전히 공공기관과 공공시설 내부에서 벽에 걸린 미술작품 하나조차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다. 회의실, 화장실, 후생공간, 복도 등에 걸린 미술작품들은 대부분 관리와 전시의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은 채 방치되거나, 일부 시설에서는 벽면 광고보다도 낮은 수준의 취급을 받는다. 미술관이 아니라서 그럴까?
최근 북광주세무서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1층 로비 공간에 조성된 '갤러리&409'는 세무서라는 공공청사에 예술 공간을 만든 국내 최초의 시도다. 오치동에서 활동 중인 화가 박유자 작가가 '명예관장'으로 위촉돼 전시 기획과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행정의 일상성'과 '예술의 비일상성'이 맞닿는 공간으로 의미가 깊다.
이제는 이러한 흐름을 정책으로 확장할 때다. 미술관이 없는 곳, 예산이 부족한 곳,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도 예술은 가능하다. 창고형 마트가 생활의 편의와 대량 소비를 가능케 했다면, 이제 '창고형 아트마켓'이 예술의 유통과 참여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미술작품의 판매, 대여, 전시, 체험, 교육, 작가 작업실, 예술단체 사무실, 예술인 레지던시, 가드닝, 생활 인테리어 컨설팅까지… 복합문화유통시설로서의 공공 예술 마켓을 지역에 도입할 수 있다면, 시민의 문화 향유와 예술인의 지속가능한 창작 생태계가 동시에 열릴 것이다.
광주 북구 각화동 농수산물시장이 이전하고 나면 지역민에게 새롭게 다가설 유휴부지는 이러한 실험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인근에는 광주솔로몬파크, 무등도서관, 시화문화마을문화관, 광주문학관 등 문화 인프라도 인접해 있다. 이 유휴부지에 '대한민국 최초의 공립 아트마켓'을 설치하고, 주변에 잔디광장과 야외무대, 수영장, 주민정원 등을 조성해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복합문화정원을 만든다면 북구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예술생태축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시도는 정치권의 의지, 행정기관의 실행력, 그리고 지역민의 공감이 필요하다. 북구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전국 최초로 도입한 자치의 원조 지역이다. 지금까지 정책을 주민 손으로 만들고 지켜낸 경험이 있다면, 이 실험 또한 해낼 수 있다. 이름하여 '생활예술마켓 도시', 북구가 이 타이틀을 가져가야 한다.
이제 예술은 미술관 안에만 있어선 안 된다. 거리에서, 직장에서, 공공기관과 일터의 벽면에서, 화장실의 작은 액자 안에서도, 우리는 예술을 만나야 한다. 이것이 '예술과 함께 사는 도시'의 출발점이다. 그 출발을, 다시 한 번 북구에서 시작하자. '이마트' 말고 '이-아트!', Everyday Art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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